미국 생활 :: 와인 나잇과 주량 이야기

반응형

우리 연구실은 연구실 밖에서 따로 만나 노는 일이 많지 않은데, 남편네 연구실은 아주 자주 다양한 방법으로 따로 만나서 논다. 어떤 와인바가 특정 요일에 와인을 할인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기도 하고, 동네에 무슨 축제가 있다거나 좋은 공연을 한다거나 하면 어김 없이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아 몰려가서 즐긴다. 처음엔 이런 모임이 익숙지 않고 짧은 영어로 정신 없이 날아다니는 대화를 좇아가기도 힘들어서 그리 즐기지 않았었는데 이제 만나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가까워 지기도 했고, 틀리지 않게 말하기 보다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 나름 즐겁게 모임을 즐기고 있다.


지난 번에는 동료의 집에 단체로 모여 와인나잇을 했다. 규칙이라면 참석하는 사람은 모두 각자 와인을 한병씩 가지고 오는 것. 당연히 다들 와인 한병만 가지고 오는 일이 없고, 와인 한병과 더불어 간단한 안주를 준비한다거나, 혼자는 비우기 힘들다며 집에 남은 위스키를 가지고 온다거나, 일본 사케가 병이 예뻐 사왔다거나 하여 그 모든 걸 다 먹어치웠을 때는 모두가 와인 1병 플러스 알파의 술을 마신 셈이 되었다. 그날 밤 늦은 시각의 일들은 생각이 잘 안나......







동료의 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어서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아 포커를 즐기기도 했다. 각 5불씩 내서 포커를 친 거였는데, 뭔가 전문적인 도구를 이용하니 정말 도박판같아. 사이언티스트들은 다들 어디가고 갬블러들만 모였냐며 우스갯 소리도.... 아마도 열명이 모여서 포커를 즐겼나보다. 5불씩 모았는데 모인 돈이 50불이었던 걸 보니.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하는 걸로 해서 거의 세시간 정도 게임이 이어졌는데, 결국 마지막 승자는..... 놀랍게도 우리 남편이었다. 세상에, 몰랐는데 완전 도박꾼이었네?! 아니면 다들 표정만 전문가고 실력은 그냥 그랬던 건가? 나는 모르겠다. 결국 최후 승자인 우리 남편 손에 그 50불이 들렸다. 그 돈으로는 다음번 와인 나잇에 50불이 넘는 나름 비싼 와인을 한병 사오는 걸로!


늘 함께 모이는 동료들 중,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서 대학을 미국 LA로 온 친구가 하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LA에서 마쳐서 거의 10년을 LA에서 살았다는데, 아주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LA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인타운이 있어서 친구들과 많이 다녔었다고. 코리안 BBQ와 소주를 아주 좋아한다. 한번은 직접 만든 떡볶이를 조금 포장해서 주길래 집에서 데워 먹어봤는데 정말 제대로 된 맛있는 떡볶이라서 깜짝 놀랐다. 남편이 내가 만든 떡볶이보다 그걸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은 건 착각이겠지? ;( 아무튼, 그 친구가 어디서 구했는지 엄청난 크기의 소주, 그것도 빨간 뚜껑의 오리지날 진로 소주를 한병 가지고 왔다. 그걸 조금씩 홀짝이면서 한국 사람들의 주량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이 소주, 이것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소주를 가지고 스스로의 주량을 다들 알고 있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주량을 물어보기도 해. 이렇게 말해주었더니, 다들 무척 재미있어 했다. 


그러게 미국에는 주량으로 삼을만한 대표 술이 없는건가, 싶은 생각이 한국의 주량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들었다. 그럼, 미국의 대표 술은 뭐라고 생각하냐, 물었더니. 의외로 대부분 위스키라고 답했다. 오호라, 그럼 너는 위스키로 주량이 어떻게 되니?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며 웃는다. 그러면서 여기 가까운 곳에 위스키와 위스키 칵테일을 잘 만드는 곳이 있다고, 다음 주에 한번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 위스키도 좋지.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의 술자리도 요즘은 꽤나 즐겁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Moon Palace♩

moon-palace.tistory.com


반응형

이미지 맵

Chemie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日常/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