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008 :: 따뜻한 라떼의 계절 뉴헤이븐의 가을,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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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찍어 본 뉴헤이븐의 가을. 정말 날씨가 좋았다. 요즘은 쌀쌀하게 을씨년스러운 비가 오거나, 아니면 이렇게 정말 멋지게 화창하면서 기분좋게 서늘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 그래서 하루의 기분도 때마다 너무 다르다. 근데 비 내릴 때 집 안에 틀어박혀 커피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빗소리도 좋아지게 만드는 만연한 가을이다. 





그래서 요즘은 따뜻한 라떼를 마신다. 아이스 커피가 아니면 생각도 안났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서늘해져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니. 사실 가을에는 라떼보다 카푸치노를 마시는 편이었는데, 얼마전 식스플래그를 가는 길에 서늘한 날씨에 마신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너무나도 황홀한 거다. 라떼가 이렇게 맛있는거였나? 이후로 아주 자주 따뜻한 라떼를 여기저기서 사 마시고 있다. 커피를 한 잔 사서 야외 좌석에서 즐기기 너무 완벽한 날씨여서 종종 그렇게 마시지만, 항상 마음 한켠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좋은데, 가을은 또 금세 흘러가버리겠지.





지난 주말은 백선생님과 함께였다. 요즘 이상하게 밑반찬 만드는데 재미가 들려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이번엔 장조림을 만들어볼까 해서 레시피를 검색해봤더니, 온통 백선생 이야기 밖에 없는거다. 그래서 처음으로 백선생님표 맛간장을 만들고 내친김에 치즈등갈비도 만들어봤다. 정말 간편하게 만드는데도 어쩜 이렇게 맛있는건지, 감탄하며 먹었다. 소스 양이 좀 많았던지 조금 짜서, 마지막엔 내장까지 소금에 절여지는 기분이 들 지경이었지만 (이후 밤 새 물병을 들고다니며 물을 마셨다) 다음 번에는 소스 양을 좀 줄여서 해보자, 고 남편과 다짐하게 될 만큼 흡족한 한끼였다. 아, 애초 예정이었던 장조림도 만들었는데 장조림용 고기를 뭘로 선택해야 할지 몰라 스튜용 비프를 사서 했더니 고기 질감이 좀 흡족하지 않아서 만드는 중간부터는 걱정스러웠지만, 완성된 장조림과 함께 해 먹은 버터밥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조미료도 쓰지 않으면서 내가 이런 한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다니! 새삼 상승된 주부력에 으쓱하면서, 뒤늦게 백선생 예찬론자가 되어버릴 판이다. 근데 남편이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진짜 맛있다, 역시 백선생인가? 할 때는 좀 심술나. 내가 만든건데 왜 백선생을 칭찬하는거냐. 백선생 칭찬은 나만 할테니 당신은 날 칭찬하란 말이다! 근데 암튼, 장조림 버터밥을 먹을 때에는 내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서 엄마한테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 시집갈 때 밥이나 해먹으려나 걱정 많이 했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먹고살게 된다고.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이건, 남편의 깜짝 결혼 2주년 기념 선물. 이런 기념일 챙기는 건 영 어색해 하는 주제에, 이번에는 나름 깜짝 선물을 잘 해주었다. 데일리로 착용할 수 있는 포인트되는 목걸이를 하나 갖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나름 합리적으로 잘 구입한 모양이다. 사실 처음 목걸이 이야기를 꺼낼 때는 20~30만원이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다이아로 하려면 많이 비싸다는 걸 미처 몰랐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던 것 같아 고마우면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 근데 다이아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데일리로 착용하기 정말 넘나 좋다. 반면 내가 주문한 선물은 결혼기념일까지 배송이 완료되도록 하려고 추가금까지 많이 지불했는데 도착날짜를 개런티 한다고 장담하더니 이틀이나 늦게 도착했다. 너무 상심하고 화가 나서 막 항의했더니 추가금 냈던 건 당연히 환불해 주고 물건을 하나 더 보내준다는 둥 했지만 화가 안풀려! 남편이 오히려 날 한참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가장 즐거운 건, MLB 월드시리즈다! 어찌나 씬나는지. 지금은 5차전까지 진행된 상황. 당연히 LA 다저스가 쉽게 이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 외의 접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접전이 이루어지고 있는거다. 특히 2차전과 5차전이 정말 멋졌다. 이런 경기는 정말 살면서 본 적이 없는데, 이런게 바로 월드클래스라는 건가. 2차전 때는 남편이 아주 금세, 에이- 다저스가 이기겠네. 하며 포기하였는데 연장전 끝에 휴스턴이 승리하였고, 5차전 역시 1회부터 4:0으로 다저스가 리드를 하는 바람에 아주 쉽게 끝이 나나 싶었는데 정말 엎치락 뒤치락 하며 리드 하거나 반대로 당하거나 하더니 결국 또 연장전까지 가서 휴스턴이 승리했다. 항상 류현진 때문에 다저스 경기만 봤기 때문에 휴스턴 경기는 월드시리즈로 처음 제대로 보기 시작하였는데, 참- 휴스턴 선수들의 에너지가 정말 좋은 것 같다. 아, 최근 인종차별 제스쳐로 문제가 된 그 선수는 제외하고 말이다. 뭐랄까, 이겨야만 해, 하는 절박함만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매번, 그것도 한 선수에게 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에게 고루 나타나는 게 아닐까. 특히 어제 다저스가 한참 앞서나가다가 휴스턴이 따라잡고, 또 금세 다저스가 큰 폭으로 앞서나가는데 바로 다음 이닝에서 또 따라잡고, 또 끌려다니다가 결국엔 경기를 뒤집고 그러다가 다시 또 동점이 되어 연장까지 가서 끝내기 상황까지 내몰리는데, 비슷한 상황에 놓인 두 팀의 선수가 각 타석에 들어설 때의 표정이나 태도의 차이가 아주 크게 다가왔다. 야구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뭔가, 내 생활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은 듯. 이제 두 경기 (다음 경기까지 휴스턴이 잡는다면 겨우 한 경기)만이 남은 셈. 한국에 있을 때도 언제나 가을이 끝나갈 때면 야구도 끝난다는 게 아쉬웠는데, 미국에 와서 MLB 야구를 보면서까지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중립적인 상황에서 경기를 지켜봤었지만, 보다보니 점점 휴스턴을 응원하게 되는 듯. 역시 그 인종차별 사건이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번 허리케인에 대한 보상으로라도 휴스턴이 결국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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