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대학로, 오랜만에 학림다방 비엔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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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대학로에 가서 작은 뮤지컬 공연을 즐겼다. 공연 전 밥을 먹고 커피가 고파져 찾은 곳은 바로 학림다방. 역사 깊은 커피숍으로 신촌에 미네르바가 있다면 대학로엔 학림다방이 있다고 한다. 얼마전 peterjun님 블로그에서 신촌 미네르바 후기를 보아서 그런지, 우연히 미네르바와 학림다방이 나란히 소개되어 있는 글을 발견하고는 괜히 반가웠다.




학림다방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19

02-742-2877

10AM-11PM 연중무휴

http://hakrim.pe.kr/


Since 1956, 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 듯, 학림다방의 역사는 60년도 더 되었다. 예전에는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에 위치 해 있어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학림다방은 문인 전혜린이 죽기 전날 들렀던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언젠가 친구의 영향으로 전혜린의 글을 읽었던 때가 있었는데 마침 그 즈음 학림다방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즈음 그녀가 죽기 전날 바로 이 학림다방에서 친구를 만나 죽기에 충분한 양의 수면제를 구했다며 기뻐했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비단 전혜린 뿐만 아니라 천상병, 이청준, 황지우, 김승옥, 김지하, 황석영, 홍세화 등등등 여러 문화예술계의 유명인들이 바로 이 학림다방의 역사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제각기 다른 학림다방 과거의 한 장면을 상상하며 커피를 즐기고 있는 것일 테다.


처음 학림다방을 찾았던 때는 대학 시절이었는데 마침 그 때 나는 비엔나 커피에 푸욱 빠져있었다. 여기에도 비엔나커피가 있네? 하며 주문 해 마신 후 늘 이 곳에선 비엔나 커피만 마셨었는데, 학림다방의 비엔나 커피가 아주아주 유명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미처 몰랐다.





항상 줄을 서서 들어갈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우리는 평일 어중간한 시간에 찾는 거라 쉽게 자리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미 꽉 차 있는 내부에서 마침 자리를 뜨던 한 테이블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기다릴뻔 했어.... 엄청 운이 좋구나, 생각하며 착석. 무척 오랜만에 온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어제 다녀 갔던 것 마냥 내부는 변함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2층 자리엔 여태 한번도 앉아보질 못했구나. 담에 가면 한번 앉아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매번 우리는 그때그때 비는 자리에 앉는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 테이블에서 바라보던 창 밖 모습. 그리고 비엔나 커피. 커피는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직접 카운터에 가서 주문 후 계산을 먼저 하면 자리에 커피를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커피가 나오는데 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렸다. 우리 커피 주문은 잊은 게 아닌가 생각할 만큼. 그렇지만 어쩜 이렇게 크림이 보드랍고 달콤하나 싶게 정말 맛있는 비엔나 커피였다. 비엔나 커피는 오스트리아의 빈 (비엔나)에서 유래한 커피이지만 정작 빈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함께 일하는 동료 중 오스트리아 출신 동료가 있어서 비엔나 커피 얘기를 슬쩍 꺼내보았었지만 그녀는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빈에서는 이런 커피가 아인슈패너라고 불린다고.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인데, 옛날 마부들이 마차에서 내리기가 힘들어서 말 위에서 한 손으로는 말의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 설탕과 크림이 얹어진 커피를 마시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 동료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 아인슈패너는 아느냐고.


비엔나에는 없는 비엔나 커피라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도 이제는 아인슈패너라고 불러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여기 학림다방에서만큼은 아인슈패너보다 비엔나 커피인 쪽이 어울리는 것 같다.


정말 추운 날이기도 했고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호로록 호로록 금세 마셔버렸는데, 우리 뒤로 점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입구를 막을 만큼 대기 손님들이 불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빈 커피잔을 앞에 두고 오래 수다를 떨만큼 낯이 두껍지는 못해서 우리는 서둘러 다방을 나왔다. 누구나 찾아오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곳인 걸 어떡하겠냐만은, 여유있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이미 아닌 듯 해서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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