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야간개장 :: 어느 살랑이는 봄날 밤의 고궁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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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야간개장 :: 어느 살랑이는 봄날 밤의 고궁 산책


어느 이웃님의 포스팅을 보고 문득 이 곳이 생각나서 사진을 뒤적거려 보았다. 사진을 다시 보니 그 때의 기분이 되살아 나는 듯 조금 행복해져서 해묵은 추억이지만 소환해 보는 걸로. 


예전부터 밤이나 낮이나 고궁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를 부산에서 보내고 서울로 상경했을 때 서울에 왔으니 해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는데 경복궁 덕수궁 등의 고궁 투어가 순위권 안에 들었더랬다. 그래서 서울로 상경한 뒤 오래지 않아 여러 고궁들을 가이드 해설까지 시간을 맞추어 찾아 투어를 했었다.


낮의 고궁이야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야간 투어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일년에 단지 몇십일 정도 정해진 기간에만 야간개장을 하고 그래서인지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 때만 해도 그랬는데 사실 요즘 어떤지는 모름). 이 포스팅은 2015년 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티켓으로 경복궁 야간 투어를 하러 갔을 때 이야기.







경복궁 들어가는 길. 아직 어두워 지기 전이다. 두근두근. 높은 현대식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고궁의 모습이 멋스러웠다. 아직 입장 전인데도 여기저기 조명켜진 고궁의 모습을 좇느라 눈이 바쁘다. 가격은 단돈 3천원! 티켓을 구할 때 작은 팁이 하나 있다면, 옥션에서 티켓을 구입하라는 거다. 경복궁 야간개장 티켓 온라인 구매는 인터파크와 옥션, 두 곳에서 가능한데 아무래도 인터파크 쪽이 접근성이 더 좋아서 그런지 인터파크 쪽 티켓이 훨씬 먼저 떨어진다. 나는 심지어 인터파크에 접속해 있다가 오픈 시간에 클릭했지만 구매에 실패했는데, 혹시나 몰라 오픈하고 몇 분 뒤에 옥션으로 접속해봤는데 옥션에는 아직 티켓이 남아 있었다.





입장하러 가는 길에 주루룩 배열된 의자에 사람들이 막 앉아있길래 뭔지도 모르고 우리도 앉았다. 그랬더니 저녁 8시부터 용비어천가 공연을 했다. 대사도 없는 극이라 지루할 줄 알았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의외로 재밌어서, 조금만 보고 들어가자 했었는데 한참을 앉아서 구경함. 그런데 입장이 9시까지 제한이라 8시 반쯤? 어쩔 수 없이 입장하러 들어갔다. 이 공연은 입장권이 없어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근정전.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입구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다. 그래도 억지로 파고들어 볼 건 다 봄. 밤에 보는 내부는 평소와 아주 다른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사진을 많이도 찍었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흔들린 사진이 너무 많다..... 어딜 봐도 예쁜데 예쁘게 찍기가 너무 힘들었다. 살짝 옆문으로 빠져 나오니 이 곳 역시 공연중이었다. 사물놀이 같은 거였는데 사람들이 북적이길래 우리는 그냥 지나쳐 왔다. 조명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준비들을 많이 한 모양이다.





윗사진.... 지나면서 사진 한장 찍은건데 찍고나서 놀랐다. 읭? 뭐지? 안에 사람이 있다. 나는 처음에 무슨 사람 모형인 줄 알고 문 앞에다 대고 남편이랑, 사이로 봐봐, 사람이야? 움직여? 보여? 이러면서 별별 얘기를 다 했는데... 알고 봤더니 공연 출연자들이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다 들었겠지;; 부끄럽다...





아무튼 이 곳들을 지나면 경복궁 야간개장의 하이라이트, 경회루가 나온다. 연못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마치 동궁과 월지 (안압지)의 야경을 보는 듯.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던 장면들. 떠있는 달이 마치 그림 같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한참을 서서 사진만 찍다가, 경회루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좀 했다. 산책로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야간에는 경복궁의 길 대부분을 막아둬서 볼만한건 이게 거의 다다. 예전 창경궁 야간개장 때는 여기저기 걸어다닐 곳이 훨씬 더 많았는데 경복궁은 그렇지 않음. 그렇지만 창경궁과 경복궁 야간개장 둘 중 어디를 다시 가겠냐고 물으면, 단연코 경복궁이다.




한참을 앉아서 대화하다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손 붙잡고 걸어 나오는 길. 이런 밤도 있었더랬지. 이 때만 해도 우린 한창 연애중일 때라, 이 곳을 나서면 헤어져 집에 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그 무척이나 헤어지기 아쉬워서 한 자리에 서서도 몇시간을 대화할 수도 있었던 그 때 느낌이 슬몃 떠오르는 듯 해서 신기하다.





입구를 나섰더니 아까 용비어천가 공연을 하던 곳에서는 새로운 볼거리를 준비중이었다. 건물에 불빛을 막 쏴서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9시 반부터 10분간 공연했고 공연 제목은 궁, 빛으로 태어나다. 였다. 8시 반 정도에 입장해서 9시 반 정도에 나왔던 걸 보니 한시간 정도 돌아다녔나보다. 야간개장이라 길을 많이 막아둬서 산책할 곳이 많지는 않았지만, 야간 고궁의 그 특별한 느낌과 정말이지 아름답던 경회루를 생각하면, 누구든 한번쯤은 꼭 가보면 좋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남겨본 창경궁 야간개장 후기는 아래 링크 참조!


2018/04/06 - 창경궁 야간개장 :: 어느 가을 저녁의 타박타박 고궁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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