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움베르토 에코와 일단 친해져보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feat. 리디셀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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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움베르토 에코와 일단 친해져보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feat. 리디셀렉트)





여전히 킨들을 잘 사용하고 있지만 (정말이다!!) 최근 청춘일기님 블로그에서 아주 꿀정보를 하나 알게되어 요즘은 한국 책 읽기에 전념하고 있다.


청춘일기님 포스팅 전자책 1위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 보러가기


리디북스에서 리디셀렉트라는 정액제 서비스를 만들면서 첫 두달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이 8월 3일까지니까 (8월 4일부터는 한달만 무료!), 관심이 있으면 서둘러서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청춘일기님 포스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음!


일단은 아이패드에 받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리디북스에 가보았더니, 의외로 내가 이미 계정을 만들어 둔 상태였더라. 근데 휴면계정으로 되어있어서 당장 휴면을 풀고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시작해 보았다. 한달 정액제로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책은 정해져있기는 하지만, 이게 매주 업데이트가 되기도 하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나름 인기있는 작가들의 책, 베스트 셀러들도 꽤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존에도 킨들 언리미티드라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가격도 리디셀렉트보다 비싸면서 해당되는 도서들은 그리 재밌어보이는 것들이 없어 세달인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킨들 언리미티드 해당 도서는 한 권인가? 밖에 읽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리디셀렉트로 볼 수 있는 책들은 정말 맘에 드는 수준인 것 같다 (실제로 지금 두권을 완독하고 세번 째 책을 읽고있다).


리디셀렉트 서비스가 꽤나 맘에 들다보니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이용할까 싶은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라는 페이퍼 프로도 엄청 갖고싶어 졌다. 근데 구입한다해도 해외배송은 안된다길래 일단 1차로 의지가 꺾였고, 슬쩍 떠본 결과 남편의 반응이 킨들 살 때도 어쩌고 저쩌고, 그러게 킨들을 좀 기다렸다 사지 어쩌고 저쩌고 난리길래 또 다시 의지가 꺾이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계속 보기에는 손목 부담이 너무 크고 (옛날 아이패드라 꽤 무겁다) 아무래도 눈에 부담이 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서 (내가 킨들을 구입하였던 가장 큰 이유) 두 달 후 이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할지는 정말 큰 고민이다.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잘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오늘은 리디셀렉트로 처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책.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 다음은 <푸코의 진자>가 생각난다. 나는 부끄럽게도 이 둘 다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로구나...... 암튼 읽다 포기했던 작품들의 작가였기 때문에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만 들으면 언제나 조금 껄쩍지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데다 평들도 다들 재밌다고 하고, 제목도 맘에 들었기 때문에 당장 다운로드 받아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으로 420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듯한 책이지만 마지막 30페이지 정도는 주석으로 할애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글 하나하나가 짧고 아주 재밌게 넘어가는 이야기들이라서 정말 금세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사흘 정도 걸려 읽은 것 같다.


작가는 워낙 세계적인 석학이기 때문에 모국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프랑스 미국 할 것 없이 정말 전 세계를 다니며 스스로 보고 느낀 바를 아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대부분 아주 비합리적인 것에 대한 비판이나 너무도 불편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 등인데 이를 정말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이 아주 해학적이어서, 누가 지었는지 이 책 제목 참 잘 지었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바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위에서 말한 일들을 맡고 있는 바보들의 봉급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라며 처음부터 자신이 본 바보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가 하면은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택시 운전사를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잔돈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그가 바로 택시 운전사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영화관으로 들어가라. 만일 배우들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여러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늑장을 부린다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포르노 영화이다.


많은 신앙인들 역시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죽기 전의 삶이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놓아 버리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들은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가능하면 나중에 가기를 바란다.


이렇듯 조금은 의문이었거나 불편했던 현상들을 비틀어 보기도 하고,


그렇기는 해도 미국 자유주의자들이 최근에 자주 외치는 구호가 <정치적으로 반듯해야 politically correct> 한다는 것, 곧 차이를 느끼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므로, 차장들은 거지 (아니, <머리와 수염을 범상하게 깎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리라)들에게조차 대단히 상냥하다.


만일 당신이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마땅히 사형수가 버둥거리고 껄떡거리고 지지직 타들어가고 소스라치고 움찔거리고 콜록거리다가 저의 더러운 영혼을 하느님께 되돌리며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더 솔직했다. 그들은 처형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표를 샀고, 죽어 가는 사형수를 보면서 미친 듯이 좋아했다. 당신 역시 사형이라는 최고의 정의를 지지한다면 먹고 마시면서, 아니면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해야> 마땅하다. 사형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마치 그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처음에 매스 미디어는 우리로 하여금 가상 세계를 현실로 믿게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현실을 가상으로 여기게 한다. TV 화면이 현실을 많이 보여 주면 보여 줄수록 우리의 일상은 점점 더 영화처럼 되어 간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우리는 몇몇 철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이런 식의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에는 오로지 우리만이 존재하며 우리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신이나 악마가 우리의 눈앞에 투사한 영화일 뿐이라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시사 문화 주간지들은 으레 <지적인 휴가를 지적으로 보내기 위한 지적인 책들>을 최소한 열 권 정도 추천한다. 나쁘지 않은 관행이다. 다만 이 주간지들이 독자를 멍청이로 여기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결국 애를 먹는 것은 책의 추천을 맡은 작가들 - 때로는 저명한 작가들 - 이다. 평균적인 수준의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읽었음 직한 책들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늘어놓기도 한다.


대부분 고개를 주억거리며 함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지만 가끔은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글이 쓰여진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이다보니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할까.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운전면허를 잃어버린 작가가 운전면허를 새로 발급받기 위해 겪었던 말도 안되는 고초들을 서술한 글이 계기가 되어 운전면허 재발급과 관련된 이탈리아 행정에 변화를 끼쳤다는 이야기는 새삼 놀랍기도 하고, 대체 이런 생각들은 왜 하는 거지? 싶을 만큼 황당무계한 생각을 정말 정성들여 하는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워낙 지식이 방대한 사람의 글이다 보니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내용이 있기도 하고, 다른 학자나 예술가, 철학가들에 대한 비유나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놓아서 대체 무슨 말인지 갸우뚱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라고 하기엔 아주 바보 친화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계기가 되어 나는 역시 리디셀렉트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역시 초반은 조금 껄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아주 잘 읽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일단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와 친해지기에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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