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모처럼 생일, 그리고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

Chemie · 2018. 8. 7. 05:46 > BABY/BABY ·

미국 생활 :: 모처럼 생일, 그리고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

모처럼 생일이다. 결혼 이후 한국에서의 이사들,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사를 포함하여 미국에서의 이사들까지, 정말 다이나믹한 약 4년간을 지나고 났더니, 지난 5년의 생일을 다섯 번 각기 다른 집에서 맞이하게 된 걸 깨닫고 나니 슬몃 웃음이 나기도 한 하루였다.

정말 맛있던 생크림 케익 + 난생 처음 먹어보는 정말 맛없던 논알콜 와인

생일을 앞 둔 주말에는 멀리 한인마트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한동안 엄청 먹고 싶었던 생크림 케익도 사왔다. 다 못먹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어서 정말 순삭해 버렸던 생크림 케익. 남편과 조촐한 파티를 한답시고 초에 불도 붙이고 했지만 너무 적나라한 나이 공개는 기쁘지 않은 나이인 관계로 예쁜 촛불 사진은 생략...;(

올 해 생일이 유독 각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라면, 단연코 곧 맞이하게 될 새 식구 때문일 것이다.

유독 길었던 겨울이 끝나며 드디어 봄 기운이 만연해지던 4월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우리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던 차량 구입부터, 이번에는 오래 살자 다짐했던 집을 예상보다 일찍 떠나게 되는 등, 정신 없이 우리의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였던 것. 힘든 일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고 이제 새로운 집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고 나서 보니 어느새 뱃속의 아가는 21주나 되어 있다.

아직은 신혼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아직까지 둘만의 살림도 무척 버거운 결혼 3년차 새댁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갖기에는 절대 이르지 않은, 사실은 조금 늦은 나이이기 때문에 4월에 찾아온 아가는 우리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예전 직장에서 새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딱 그 과도기에 찾아와 준 바람에 혼자서 속앓이를 많이 했던 것도 사실. 결국 무척이나 가고 싶었던 새 직장을 포기하게 되면서 조금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하였지만, 출산 이후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꽤나 안정기를 보내고 있다.

아무튼, 난생 처음 뱃속에 아기를 품고 맞이하는 내 생일이다 보니 한국에 있는 가족 생각, 그 중에서도 특히 엄마 생각이 가득한 하루인 것 같다.

예정일은 다시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댈 12월의 어느 날.

딱히 어느 계절에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겨울 아가도 꽤 괜찮을 것 같다. 미동부에 스노우스톰이 불어닥칠 시기보다는 조금 일러서 다행이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들이를 해볼까 싶을 때는 어느 새 봄 바람이 불기 시작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아직도 완벽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미국 땅에서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은 역시나 겁나는 일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엄청난 정보 수집을 해야 했는데 한국에서 출산하는 경우에 비해 그 정보가 아주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아주 소중한 우리 새 식구 맞이 준비를 하는 이야기들과, 미국에 살면서 병원이라고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아이를 계기로 드디어 발을 디뎌본 미국 병원 이야기를 포함하여, 미국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내가 듣고 경험한 임신과 출산 이야기들까지 이제부터 조금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여러모로 2018년 한 해는 우리 부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런 2018년의 한 가운데에서 모처럼 맞이한 내 생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