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 뉴욕 현대미술관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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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New York


뉴욕에 간다면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여기 MoMA 였다. 예전부터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기가 겁이 날 정도. 입장료가 무시할 만한 가격도 아니니까, 내가 뉴욕에 머무른다고 그리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 한 번 볼때 제대로 봐야 하겠다는 생각은 여느 관광객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름의 뉴욕, 그 쨍쨍한 더위에 이미 지친 상태여서 MoMA는 다음에 더 쌩쌩할 때 올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긴 하였으나, 그렇게 이것저것 포기하다가는 뉴욕에 올 때 마다 아무것도 못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강행. 저 멀리 사진으로만 수도 없이 봤던 MoMA 간판이 보이는 순간, 이전의 고민은 씻은 듯 사라졌다.



그래, 여기로구나.


대학 시절, 서양미술의 이해,라는 대형 교양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 여대생이라면 미술도 좀 알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어갔던 수업은 너무너무너무너무나도 재미 있어서  강의 중반쯤이 되어 갈 즈음엔 꽤 열중해버리고 말았다. 그 때 교수님이 말씀하시던 여러 그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있다던 MoMA를 설명하실 때 교수님은 항상 저 간판 사진을 보여주셨었지. 학교 도서관에서 현대미술과 관련된 책들을 마구 빌려보기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고흐니 클림트니 달리니 하는 사람들의 그림 뿐만 아니라 인생 이야기들까지 무던히도 읽었더랬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던 바로 그 해에,

야한 야한 그림 그리던 에곤쉴레는 소녀를 납치해 누드화를 그렸다고 오인받아 20일 동안 수감되었고


칸딘스키가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를 출판한 해에,

샤넬에서는 No.5를 출시하였다.


제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되던 바로 그 해에는,

말레비치가 절대주의 예술의 정수인 <흰색 위에 흰 사각형>을 그렸으며,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린 해에,

월트 디즈니는 최초의 장편만화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제작하였다.


이렇듯 세상은 원래가

비극과 수모와

정신성과 상업성과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물질성과 이미 날아가버린 절대정신과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비판과 새로운 도전 등으로 마구 뒤엉켜 있는 법이니까.


지금도 학교 앞 스타벅스 3층에서는 가벼웁게 보송하게 사랑스러웁게 하늘색 핑크색 후드티 맞춰 입고 와서 이어폰 한짝씩 귀에 꼽고(이건 정말 필수) 공부하다 가끔씩 눈맞춰 주시고, 나는 다 보고 있는데 주위한번 둘러보고 뽀뽀한번 해주시고, 가끔씩 어깨한번 쓰다듬어 주시고,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 공부하기 싫다며 투정어린 애교한번 부리고, 졸려졸려 죽겠다며 그의 어깨 베고 잠시 자는 척 한번 해 주시고, 저렇게 정말 공부를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공부 오로라(아주 조금), 다 때려치우고 그와 놀러가고 싶은 마음(좀 많이), 그냥 그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너무 좋아 죽겠다는 핑크빛 오로라(지배적)등이 마구 섞여 그냥 그렇게 행복하게 공부하는 행복해행복해행복한 여자들이 있는가하면


그냥 이렇게 집에서 썩은 표정으로 머리 긁어가며 공부하는 여자가 있을 수도 있을 법도 한 것이다.


그녀의 핑크빛 공기와 나의 어두운 공기가 스치면

잿빛 전선이라도 생길것 같다.


만뢰ㅏㄴ헤ㅐ허[ㅐㅁ라ㅣㅁ넝;ㅁㅎ니허[랳[ㅁ리;ㅁ러;미넝ㄴ;ㅁㅎ;ㅓ;ㅣㄴ호;말[멩ㅁ네허ㅣ;모;ㄴ험;렘[


그러니까 내 말은

부럽다는 거다 젠장.


이건, 한창 그 시절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내가 쓴 일기. 지금 날짜를 보니 2009년 4월이었다. 칸딘스키니 피카소니 하는 이름이 내 글에, 내 대화에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그냥 이 시절, 내가 그냥 그 수업에 흠뻑 빠져있었다는 방증이랄까.


여담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 막 몇년에 한번씩-) 예전 싸이월드 일기를 훑어보면 참 재밌다. 내 어린시절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서. 나도 참 별에 별 생각을 다 하던 철 없던 여자아이였구나, 지금은 그냥 철 없는 아줌마지만.

















여기가 모마로구나! 사진으로 무수히 봤던 그 간판. 그 간판이 바로 이런 골목에 이런 모습으로 달려 있었던 거구나. 줄을 서서 티켓을 끊고 가방 검사를 받고 들어가 신분증을 맡기고 오디오가이드를 빌렸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때는 신분증을 맡기는데 여권은 안되고 한국에서 사용하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같이 카드 크기로 된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학교 학생증도 가능하다. 동행이 여러명일 경우 한명의 신분증만 맡기고 여러개의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도 있다. 이 오디오에서는 한국말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데 모든 그림 설명이 다 한국말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도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많이 어렵지 않다.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은 대부분 5층에 있다길래 5층으로 곧장 올라갔더니 입구부터 거대한 바스키아가 우리를 반긴다. 역시 스케일하고는...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개인적으로는 앤디워홀보다 더 애정하는 리히텐슈타인 그림이 약간 외진 곳에 있어서 그 앞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한참을 서성였다. 아무래도 유명도가 떨어지다보니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은 거의 한국어 설명이 없었다.


다른 조금 더 넓은 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고갱, 세잔느, 고흐, 뭉크, 쇠라 등의 그림들이 줄줄이... 이 그림들을 찬찬히 보다보면 저 뒷쪽에서 북적북적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 때부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그 그림이라는 걸.








The Starry Night. 누가 뭐래도 내 훼이버릿인 이 그림. 뉴욕에 미술관이 그렇게 많다는데, 단번에 내가 이 곳을 가자고 선택하게 만든 이유가 된 그림. 그 동안 수 많은 카피품들을 봐와서 그런지 감동이 더했다. 딱 내가 예상했던 크기의 내가 알던 그 그림이었지만. 감정의 무게, 그 깊이가 너무도 묵직하게 와 닿았다.


워낙 유명한 작품, 아마도 모마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주변이 무척 혼잡하다.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도 많고. 아- 조금 더 한가한 시간에 다시 오고 싶다. 정말로 한참을 바라봤지만 아직 한참 한참은 더 부족했던.












고흐의 그림 옆에서 고개만 왼쪽으로 돌리면 바로, 피카소의 대작이 보인다. 역시 그 앞에도 사람이 많다. 바로 앞에 쇼파가 놓여있어서 아예 앉아서 한참을 보느 사람들도 많더라. 이런 유명한 작품들엔 당연히 한국어로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고 있다. 한국어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동.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이었나, 하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이 그림은 샤갈의 I and the Village. 화려한 색채 속에 슬픔이 보인다. 실제로 보니 감동이 더했던 작품 중 하나.


클림트와 마르셀 뒤샹. 이 작품이 여기에 있었구나. 마티스, 다시 또 피카소와 몬드리안-










그리고 대망의 잭슨 폴록. 엄청나다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은 엄청난 에너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놀랐던 달리의 그림과 역시나 내가 무척 애정하는 피카소의 마리 그림. 이름이 이미 익숙한 그림들 외에도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이 작품들이 모두 5층에 있는 것들인데 여기만 둘러보는데도 두시간이 훌쩍. 한 층이 무척 넓었다.


지인들이 뉴욕에 놀러올 때 뉴욕 관광책자를 들고 온 걸 본 적 있는데, 대부분 여기 모마는 2시간 코스 정도로 잡아 놓는다. 물론 뉴욕에는 이보다 훨씬훨씬 규모가 큰 미술관이니 박물관들이 많기 때문에 여긴 금방 보고 나와- 하는 생각인 거겠지만, 나는 절대, 여기는 누군들 꼭 가능한 한 오래 머물면 좋겠다. 물론 우리도 집에 가야 할 시간 때문에 그러질 못했지만.










체력은 방전 될 지경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4층엘 내려가서 또 한참을 구경했다. 유명한 앤디워홀의 마릴린몬로는 4층에 있었다. 왠지 반가운 백남준님의 작품도. 5층 만큼 강렬한 작품들은 없지만 4층까지만 해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그 밑으로는 취향껏. 


세시간 남짓. 잠깐 다른 세계에 폭 담겨졌다 나온 듯 얼떨떨한 기분마저 들었다.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들었지만 정서적으로도 지치고 지쳐버렸다.


내 예술적 지식은 단연코 대학시절 들었던 교양강의 + 그 시절 교양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따로 찾아 읽은 책들 이야기들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아주 편협하게 현대 미술 쪽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파리의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보다, 오르세 미술관보다 여기 모마가 훨씬훨씬 좋았다. 비교가 안될만큼.


와-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며 우리 다음에 정말로 꼭 다시 오자며, 다시 올거지? 또 올거지? 다짐 다짐을 하고 나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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