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001 :: 생굴이 먹고 싶다

반응형

남편은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사실 매우 여러번 얘기했었다.


굴이 먹고 싶다고.


내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게지. 그렇지만 나 역시도 굴이 먹고 싶다고 여러번 얘기하면서도 굳이 남편 손을 끌고 굴을 먹으러 가자고 조르지는 않았는데 먹고 싶다 말은 하면서도 솔직히 얼마만큼 먹고 싶은건지는 스스로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함께 아는 남편네 친구들 모임을 갔다가 아주 우연히 굴 더즌 (정확히 말하면 굴 더즌이 포함된 아주 화려한 어떤 음식)이 주문되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내가 허겁지겁 거의 모든 굴을 다 먹어버린거지. 스스로를 변명하자면 다들 랍스터, 크랩 등에 정신이 팔려 있던 터라 당시 굴은 찬밥신세였고 나는 굴에만 집중하느라 모두가 감탄했던 랍스터, 크랩 등은 거의 맛도 보지 않았다. 정말이다.


거침 없이 먹다가 순간 내가 정신을 차렸던 건, 남편의 아주 친한 형, 나와도 나름 깊은 친분이 있던 그 오빠가 남들 모르게 자기 앞에 놓여있던 (나에게는 조금 멀어 아직은 무사했던) 굴을 내 쪽으로 쓰윽- 밀어줬을 때였다.


남편은 정말 지독히도 놀렸다. 엄청 웃으면서- 진작 얘길 하지 그랬냐며. 분했지만 참아야지. 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우리 남편은 바로 다음 주말 나를 데리고 굴을 먹으러 갔다. 실컷 먹으라며- 더즌을 시켜 먹고나서는 더즌을 따로 하나 더 주문해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하고나니, 이제 더 이상 굴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또 굴 타령을 하겠지만.







한국에서는 굴을 먹을 때 청량고추 한조각 마늘 한조각에 초장을 찍어 후루룩- 먹었었지. 반주는 막걸리로.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아주 자주 갔던 선술집도 있었는데 굴은 겨울에만 나오는 귀한 메뉴였기에 겨울이 되면 굴을 먹으러 갔고, 반대로 굴이 나오면 겨울이 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굴에 레몬즙을 짜서 홀스래디시가 들어간 소스에 찍어 먹는다. 굴이라면 당연히 초장이지! 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바에서 내어주는 소스도 꽤 입맛에 맞는다. 여기서는 술도 막걸리가 아니라 화이트 와인이어야겠지.


여하튼, 굴이라고 하면 한국, 그 우리가 자주 가던 선술집의 이미지만 떠올랐는데 이번 기회로 굴에 새로운 색이 덧입혀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한국의 선술집과는 사뭇 다른, 조금은 더 비싼 느낌의 (쳇-), 과하게 친절한 서빙을 받으며 먹는 미국에서의 굴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자주 가서 굴을 먹는 이 곳은

Barracuda, New Haven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Moon Palace♩

moon-palace.tistory.com




반응형

이미지 맵

Chemie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日常/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