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지친 발걸음들이 모이는 클락키, 리버크루즈 Clarke Quay, River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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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e Quay, River Cruise



싱가포르에서의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센토사섬으로 출발해서 루지도 실컷 타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지칠만큼 신나게 놀았더니 어느 새 날이 어둑해 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미리 표를 사둔 리버크루즈 시간까지는 아직 두 세시간 여유가 있어서 호텔로 들어가 좀 쉬다 나올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여행이니까 쉬느니 보단 하나라도 더 보자 싶어 곧바로 클락키로 향했다.







클락키를 찾아가는 길은 워낙에 간단해서 문제 없었지만, 막상 클락키에서 우리가 탈 리버크루즈의 탑승장소를 찾는 데에 조금 애를 먹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올라오자 마자 눈 앞에 너무도 많은 리버크루즈들이 떠 있어서, 우리도 당장 저것들 중 하나에 올라탈 수 있을 것 처럼 간단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두 세시간 여유 있게 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리를 잡고 대기한 시간은 1시간 정도였던 걸 보면 우리가 헤매긴 엄청 헤맸나 보다.

 

이미 피곤한 와중에 많이도 헤맸지만, 그러면서 여기저기 구경은 또 잘 하고 다녔다. 골목골목 쏜살같이 다니면서, 오- 여기 분위기 괜찮은데? 오- 여기 좋아보이는데? 하며 눈도장만 많이 찍었다. 결국 그 중 한 곳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일단 우리가 탈 리버크루즈 탑승장소를 일단 확인한 다음에는 여기저기 주변 구경을 했다. 클락키 입구 쪽에 남들이 타는 것만 봐도 어마무지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 2개가 운행 중이었는데, 무서운 놀이기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우리 커플도 당연히 탈까말까 고민을 했더랬다. 보통 때였으면 단번에 도전했을텐데. 이 날은 무척 피곤하기도 했고, 아침부터 내내 스릴넘치거나 꿈 같은 곳에 있다 와서 그런지 결론은 타지 않는 걸로! 그런데 타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도 한참을 갈등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이걸 지금 안타면, 평생 못 타 보는거 아니야?


싱가폴 다시 올 일 있겠지.


언제 다시 올까, 5년 후? 10년 후 쯤? 그 땐 우리 심장 약해서 이런거 절대 못타는 거 아니야? 

오늘 아니면 안되는 거 아니야?


싱가폴은 경유해서 가는 나라들 많아서 당장 내년에 다시 올 수도 있어.


아, 하긴 그러려나...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당장 눈 앞의 일들을 지나 일년 뒤 우리 이야기로 갔다가, 우리가 결혼을 하면, 우리가 졸업을 하면...등등으로까지 흘러, 결국 실 없는 소리 팔할에, 이유 모를 깔깔거리는 웃음이 이할 정도로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이 때를 지금 와서 생각하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클락키 입구에 있던 그 놀이기구를 그래도 타야하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날 고민하게 했던 건, 지금 이걸 타야지 추억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추억? 뭐 이런 종류의 것이었는데, 시간이 지금 이렇게 흐르고 나니, 그 때 그 놀이기구가 요란하게 움직이는 걸 눈으로 좇으면서 우리가 했던 대화들, 그 때의 분위기, 그 유쾌했던 느낌들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버린 것이다. 무턱대고 놀이기구를 타버렸으면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기억.


남편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 때 그 엄청났던 놀이기구 생각나? 우리 탈까말까 엄청 고민했잖아! 라고 내가 한마디만 던지면 금세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내고 반짝이며 눈을 빛낸다. 그럼 나는 남편이 나처럼 그 순간 뿐만이 아니라 그 때의 그 감정까지도 함께 떠올리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무튼! 피곤한 탓인지 그냥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약간 몽롱한 채로 리버크루즈에 오르고 나서는, 반대로 무한 침묵이었다. 클락키를 출발한 리버크루즈는 우리가 싱가폴에서 무던히도 알아보고 돌아다녔던 싱가폴 곳곳의 유명한 장소들을 천천히 돌며 밝을 때와는 사뭇 다른 싱가포르의 밤의 얼굴을 찬찬히 구경시켜줬다. 리버크루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관광객들일테고, 리버크루즈는 밤에 타는 거니까, 하루 종일 열심히 관광했을 관광객들의 발은 피곤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 피곤한 발에 휴식이 되어주기도 할테다.

 

우리는 싱가폴에서 푸켓으로 이동하기 전날 밤, 그러니까 싱가폴의 마지막날 밤에 리버크루즈를 이용해서 그런지 내가 더 감성에 젖었던 것 같다. 남편과 나의 첫 해외여행에서 지금 생각하면 웃을 수도 있지만 그 때는 절대 웃기지만은 않았던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정말정말정말로 힘들었던 순간순간에) 용케도 내가 남편을 실망시킬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남편 역시도 예상했던 것 처럼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다행스러움. 무엇보다 눈 앞의 광경이 정말이지 아름다워서, 지금이 정말 너무너무 좋구나,하는 그런 감동. 이런 아주아주 복잡한 감정들이 마구 엉켜서 정말로 눈물이 날뻔 했다.

 

지금 너랑 같이 있는 이 순간의 느낌을 평생 기억할 것 같아.

 

라고 남편에게 했던 말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걸 알지만, 왜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들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리고 마는 걸까.

 

리버크루즈에서 내려서는 곧장 점보레스토랑에 가서 그 유명하다는 칠리크랩을 먹었다. 예상보다는 조금 더 맛있었기에 이 곳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았으나, 싱가포르에어라인 항공권 제시하면 할인해 준다더니 딱, 우리가 간 그 요일만 제외라는 직원에 말에는 살짝 삐짐. 


칠리크랩까지 먹고 나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각이었지만 당연하게도 여행객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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