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미국에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feat. U-haul and moving hel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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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하다하다 이사까지 했다.


원래 살던 아파트는 동네에서 저렴하면서 위치나 조건 등등이 괜찮다고 나름 유명한 곳이어서 아무 걱정 없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들어가 1년을 조금 넘게 살았었다. 떠난 지금 생각해도 이런저런 불만이야 많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뭐.... 하고 수긍하게 된다. 가격이 주변 보다 조금 저렴하면서도 드물게 에어컨이나 힛팅비까지 렌트에 포함되어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불만이라면 너무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고 병원이 바로 가까이 있는 바람에 밤새도록 앰뷸런스 소리에 시달려야 했던 것. 건물이 낡아서 방음이 유독 안되었는데 우리는 심지어 낮은 층에 살고 있어서 그냥 휭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도 잠을 깨곤 했다. 1년 동안 거의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것 같아...........


그래도 이 아파트를 떠날지 말지 결정하는데 까지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이사를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니까. 그런데 떠날 때 되니 정을 떼고 싶어서 그런거였는지, 몇번씩 배관(?)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배쓰텁에 시커먼 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몇번씩 벌어지기 시작한거다. 아무래도 배관이 낡았다보니 배관을 구성하는 어떠한 금속 가루가 떨어져 나와 어딘가에 쌓여서 물이 잔뜩 역류하는 모양인 듯. 시커먼 물에서는 금속성의 냄새가 났다. 


아무튼 이 연장선에서 이번 우리의 다사다난했던 이사의 첫번째 고난이 발생한다. 실제로 이러한 일은 우리가 이사나가기 바로 전날에도 일어났던 것. 이사 전날 열심히 짐을 싸고, 이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만 분해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힘겨운 몸을 뉘였는데, 삼십분 여 지났을까 갑자기 집 어딘가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가 나는거다. 진짜 뭐지? 싶어 나가보니, 이번에는 키친 싱크에 그 까만물이 들어차다 못해 넘쳐 흘러 키친 바닥을 흥건히 아주 빠른 속도로 적시고 있었던 거다. 아.... 박스를 키친에 그대로 두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 일이었던지...........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일부 박스는 아래가 젖어서 다시 짐을 꺼내야했다.)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급한 대로 싱크 내 가득 찬 까만 물을 퍼내어 변기에 버리고 재빨리 바닥을 정돈하면서 우리 타워 내 응급콜을 했다. 지금 싱크가 역류하고 있다고. 빨리 좀 와달라고. 마음은 우리만 급하지... 한참 있다가 사람이 와서 한참을 변기 뚫는 기구 같은 걸로 뽁뽁뽁 해보더니 안되네, 안되네, 하며 까만 물만 마구 퍼 내더라. 그러고는 다른 사람을 불러야겠다며 어딘가에 전화를 했고, 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시간이 지나니 정말 막 잠에서 깬 듯한 누군가가 엄청 전문적인 기구를 가지고 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우리는 정말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지. 그들이 돌아갔을 때는 이미 새벽 2시 반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새벽 6시 반에 일어날 예정이었는데..............







사진은 첫번째 사람이 와서 까만 물을 다 퍼내고 변기 뚫는 기구만을 남기고 다른 사람을 데리러 잠시 나갔을 때의 현장의 모습들. 이만해도 매우 정돈되어 괜찮은 상황일 때의 모습이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는 게 조금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순조로웠다. 짐도 마지막까지 다 싸서 모두 입구를 봉하고, 침대를 분리하고. 우리는 오후 2시에 유홀로 트럭을 예약하고 mover도 2명 고용을 해 두었는데 생각보다 일들이 일찍 끝나서 남편과 둘이서 손으로 들수 있는 물건들은 들고 새로 이사갈 집으로 차곡차곡 옮기기도 했다. 깨지기 쉬운 유리잔 찻잔 등과 별거 없지만 그래도 반지 시계 등 귀중품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식품들.


새로 이사가는 집은 원래 살던 집에서 한블럭 정도 떨어져 있는 매우 새로 지은 건물이다. 렌트는 원래 있던 곳보다 달에 255불이 더 비싸면서 힛팅비랑 에어컨도 별도여서 실제로는 매달 400여불 정도는 더 나간다고 생각해야 하는 곳. 그런데 방은 원래 있던 곳보다 100 sq ft 정도 좁다. 하지만 이 곳 정말 넘나 좋은 것.........







이렇게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아주 넓고 쾌적하게 준비되어 있다. 야외 바베큐 시설도 여러개 준비되어 있어 친구들을 불러서 바베큐 파티 하기도 좋을 듯. 무료로 예약을 하면 이 공간들을 모두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없지만 fitness room 도 있어서 운동도 할 수 있고 (과연..ㅋㅋ)! 새 건물이라 방음도 잘 되어 차소리나 앰뷸런스 소리가 방 안까지 들리지 않는다.


아무튼 시간이 조금 남아 우리의 새집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잔뜩 들떠 있을 때 (오후 1시 30분 경), 가장 끔찍했던 두번째 고난, 정말 청천벽력 같은 문자가 도착한다. 우리의 유홀 트럭 예약시간이 2시에서 3시 15분으로 바뀌었다는........ 뭐지? 그럴리가?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바뀐시간으로 나오고 이해할 수 없어서 전화를 걸어보니, 앞에 예약자부터 문제가 생겨서 예약 시간이 다 밀리게 되었다고. 말도 안된다! 우리는 무버까지 예약했는데!!!!!!!! 여러번 사정하고 우린 꼭 2시에 써야한다고 난리를 피워도 No! 라며 확고하게 단언하더니, 우리가 그럼 유홀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무버 비용은 환불해 주는거냐, 그 사람들이 우리 이사 직후에 또 다른 이사 예약이 있다고 해서 시간을 미루는 건 안될 것 같고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비용은 환불해 주는거냐, 물었더니 그제서야,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다시 우리 유홀 트럭 시간을 2시로 변경해 주었다. 진짜 미친!!! 정말 유홀이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야? 남편이 유홀에 전화해서 한참 씨름하는 동안 나는 다른 펜스키랑 이런저런 트럭업체에서 당장 사용가능한 트럭이 있는지를 급하게 검색해보면서 거의 패닉어택이 올 지경이었다.







아무튼, 겨우 오후 2시에 유홀에서 우리를 도와줄 무버 2명을 만나 이사할 집으로 왔다. 근데 트럭에 앉을 자리가 두자리밖에 없어서 우리는 우버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했는데 그 직원이 자꾸 같이 타고 가자고 졸라서ㅋㅋ 결국 트럭 뒷자리에 타고 덜덜덜 집으로 향했다. 별 경험을 다해본다며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이 때만 해도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


한국에서 남편이랑 임시 신혼집으로 이사를 할 때 남편의 원룸의 짐을 옮기려고 용달차랑 아저씨 한분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는 진짜 무슨 슈퍼맨 같았다. 아저씨랑 남편이랑 둘이서 침대고 뭐고 할 거 없이 뚝딱뚝딱 분해하고 옮기고 조립하고 하는데, 진짜 일하는 분들은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더랬지. 그러고서도 돈은 10만원도 안되게 달라고 하셨는데 (미숙했던 우리에게 너무 프로의식을 갖고 잘 해주셔서 돈을 훨씬 많이 드렸었다, 그러고도 더 드리지 못해 죄송했을 정도), 나는 그런 일꾼이 2명 오는 줄 알았다. 그런 일꾼 2명이 오면 옆행성으로 지구라도 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실제와 전혀 달랐다. 정말 우리가 너무 순진했었다.


일단 자기네들 돌리가 있다고 우리에게 따로 빌릴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막상 당일에 까먹고 안들고왔단다. 급하게 지금 이용 가능한 돌리를 유홀에서 빌리긴 했는데 너무 작아서 그리 효용이 없었다. 이사를 하는데 아주 작은 돌리 하나밖에 없어서 박스를 하나씩 들어 트럭으로 옮기려니 시간이 정말정말 많이 걸렸다. 그리고 어찌나 꾀를 부리는지 무거운 박스는 잘 들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매트리스랑 소파 옮겨달라, 뭐 해달라 요구하지 않으면 그냥 먼 산, 짐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생각하는 척 하며 계속 보고만 있다. 운이 나쁘면 정말 시간만 때우다가 가는 무버들이 온다더니 정말로 딱 그런 경우였다. 나도 목뒤가 뻐근해질 만큼 무리해가며 무거운 박스들을 옮기고 있는데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양 손에 베개를 하나씩 들고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진짜 빡쳐서 뒷통수를 한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트럭에 짐을 넣는 데도 아주 숙련되지 않아서 안쪽은 공간이 남았었는데 뒤로 갈수록 퍼즐을 맞추는 식이 되어 결국 베드프레임 조각들은 하나도 넣지 못했다 (베드 프레임 조각들은 결국 무버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 남편이랑 나랑 하나씩 들어서 새집으로 옮겼다). 그러게 내가 매트리스부터 옮기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리 가벼운 것부터 옮기더라니................. 







결국 시간이 다 되어 새 집 안으로 매트리스와 소파만 들여놓고 주차장에 우리 다른 모든 짐을 내려 놓은 채로 그들은 떠나려고 했다. 남편이랑 무버 두명이 매트리스 옮기러 들어간 사이 내가 박스를 차 밖으로 다 꺼내놓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이 때는 진짜 눈 앞이 캄캄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이 짐을 다 옮겨야 하는데 아직 예전 집에 우리 침대 프레임이 남아있던 상황.


이 상황에서 나를 더 분노케 한 사건은... 남편이 실수로 팁을 너무 많이 줘 버린거다. 팁은 항상 후하게 주자고 생각하는 편이라 일을 이 따위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주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려고 계산해 놓고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이 남편이 그 금액의 2배를 줘버린거다. 깜빡 생각을 잘못하고 한사람에게 그 만큼 줘야한다고 착각했다고........ 그래서 진짜 말도 안되게... 진짜 말도 안되게 많이 줘버렸다. 금액을 보자마자 그 무버도 놀라고, 남편이 한국말로 실수로 팁을 얼마줬다고 말하는 걸 듣고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져 뭐라고? 얼마를 줬다고? 미쳤어? 하는 소리를 그 무버가 듣고는 모르긴 몰라도 팁을 실수로 아주 많이 줘서 내가 남편에게 뭐라고 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돌아가려고 준비를 다 했던 주제에, 갑자기 남은 짐을 모두 우리 새 집 층 까지는 옮겨주겠다고 태도가 변하여 모조리 그 층 엘레베이터 앞까지 옮겨주었다. 이 사람들 진짜, 팁 받고 난 후 15분여 가량을 가장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엘레베이터에서 우리 유닛까지 거리가 꽤 멀었는데 남편이랑 둘이서 돌리도 없이 정말 하나씩 하나씩 결국 짐을 다 집 안으로 들여다 놓고, 예전 집으로 가서 침대 프레임을 챙겨 내려와 zipcar를 예약했는데, 갑자기 남편 zipcar 카드에 오류가 생겨 차도 빌릴 수 없었다 (이것이 마지막 고난. 미국 와서 zipcar 이용하면서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한 블록이기는 하지만 한번에 하나씩 침대 프레임을 들고 남편이랑ㅋㅋㅋㅋ 4번을 왕복하여 프레임을 다 옮길 수 있었다. 아, 진짜 다시 생각해도 정말 병맛난다 우리...................


아침 7시에 시작한 우리의 이사는 결국 밤 8시 반에 끝이 났다. 예전 집으로 가서 키를 반납하는데, 너희 오늘 좀 일찍 나간다고 그러지 않았냐며 도어맨이 웃더라. 네, 그랬었죠. 정말 길고 고된 하루였어요...........


집에는 정리되어야 할 짐이 잔뜩 쌓여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잤다. 침대 프레임도 조립하지 않은 채로 그냥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잤다. 오늘은 아무것도 못하겠다. 내일 하자. 그리고는 다음날 또 새벽같이 일어나 결국 짐 정리를 다 마칠 수 있었다. 


우리가 유홀 트럭 빌리고 무빙헬퍼 불러가지고 이사를 할거라고 했더니 그 금액보다 조금 더 써서 이사업체를 부르면 밤에 파스 붙이지 않고 와인 마실 수 있다고, 이사업체를 적극 추천했던 사람들 말을 이제야 알겠다. 견적을 내보니 이사업체의 경우 400불 정도를 더 지불했어야 했다. 우리에겐 그것도 나름 큰 돈이기도 했지만 그런것 보다 무버 2명만 있으면 이사하는게 전혀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잘못걸리면 정말 딱 정해진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간다는 게 정말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미처 몰랐던 거다.


옛날 집에 키를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말했다. **이 (남편이 부르는 내 애칭)는 진짜 생활력이 강한거 같아, 평소에는 그렇게 힘쓰는 일 안하고 게으름 피우는 거 좋아하는 척 하더니 정말 일해야 할 때는 몸을 던져 하더라. 오늘 **이 일하는 거 보고 정말 놀랐어. 라고. 정작 이사가 끝나고 나니 파스를 붙일 여력도 없었고 지금은 온 몸이 아파서 움직일 때 마다 아구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새집은 역시나 좋기는 해서.... 집에 갈 생각에 설렌다. 나름 아일랜드 바도 있어서 오늘 밤엔 이케아에 바스툴을 사러 갈거다. 


3개월 후면 결혼 2주년이 되는데 2년도 안된 사이에 우리는 함께 세번의 이사를 해야했다. 그 중 세번째,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 이사. 정말 고생은 가장 많이 했고 그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다음번엔 절대 이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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