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PUDO WESTSIDE, NEW YORK
미국 친구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면 가끔씩 하는 질문이라면, 여기 (혹은 뉴욕에) 있는 식당들 중 가장 그 나라에서 먹는 것과 유사한 그 나라 음식 식당이 어디야? 하는 것. 나도 가끔씩 질문을 받고 그럴 때마다 정성껏 뉴욕의 한국 식당들에 대해 설명해 주곤 한다. 나 역시 뉴욕에 볼 일이 있어 갈 때 일식을 먹고 싶으면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곤 하는데, 그 친구가 인정한 뉴욕의 일식당이라면 두 곳이란다. 오토야와 잇푸도. 마침 주변 숙소에 묵을 일이 있어 밤 늦게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슬렁슬렁 걸어서 IPPUDO WESTSIDE 지점을 찾았다. 뉴욕에 IPPUDO는 두 곳이 있는 듯.
아주 늦은 시각이었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었는데 google에서 잇푸도의 영업시간이 12시 반까지라고 떠서, 이거이거 먹을 수 있겠나, 불안해하며 갔는데, 다행이 입장시켜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내부가 아직도 북적북적 했다는 것. 우리가 두 개 정도 남은 테이블에 들어갔었다. 남은 하나 마저 금세 다른 손님으로 채워졌고. 식사 시간에 오면 대기시간이 길기도 유명한 식당이라는데, 과연 그렇구나- 싶었다. 영업 종료 시각에서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우리 이후에도 계속 손님이 들어오고 우리가 12시가 조금 넘어 가게에서 나왔는데 그 동안도 last call이라는 말을 듣지 못한 걸로 봐서, 상황에 따라 영업을 더 길게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 줄 모르고 우린 내내 마음이 급해서 급하게 주문하고 급하게 먹었다.
Karaka-Men 15
Shiromaru Hakata Classic 15
Hakata Tonpu Yaki 10
Bakuretsu Tofu 9
이렇게 주문하고 아사히 맥주도 두 잔 추가. 보통 같으면 에피타이저와 식사의 차례를 지켜서 주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영업이 끝나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음식이 나오는 순서대로 서빙해 줄지 아님 식사 순서에 맞게 서빙해 줄지 물어보길래, 그냥 나오는 순서대로 빨리 내어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라면 두개가 먼저 서빙되고 이후에 오코노미야끼와 두부요리가 서빙 됨.
배가 무척 고프기도 했지만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 국물도 깊은 맛이 나도. 일본 여행을 갈 때 마다 일본식 라멘을 먹는데, 이상하게 일본라멘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먹는게 더 맛있어- 라고 말하곤 하는 나인데, 여기 라면이 무척 맛있었던 걸 보면, 완전 일본식은 아닌건가? 내 입맛이 변한건가? 아니면 조금은 외국인들 입맛에 맞추어 준 건지도 모르겠다. 막 한국에서 도착한 지인은 먹어보고는 짜다-고 했는데, 내 입맛엔 전혀 짜지도 않았는데, 이건 내가 짠 미국 음식에 이미 길들여져 버려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본 일본식 라멘은 느끼해서 한그릇을 다 비우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일부러 매운 것 하나 기본 하나를 주문했는데 의외로 둘 다 입맛에 맞았고 Shiromaru Hakata Classic의 국물은 거의 마지막까지 계속 떠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후 등장한 음식들. 맥주와 함께 하는 오코노미야끼 (Hakata Tonpu Yaki) 는 정말이지 궁합이 끝내준다. 일본 음식과 그리 친하지 않은 동행은 이거 뭐야? 뭐가 들었는데 이렇게 맛있어? 하며 놀랄 정도. 두부 요리 (Bakuretsu Tofu)는 다른 음식들과 다르게 간이 아주 담백하게 잘 되어 짠 음식 싫어하는 일행의 입맛에도 꼭 맞았다. 두부 요리 아래에는 면이 조금 들어있었다. 요것도 씹는 맛이 별미. 둘 다 아주 맛있었지만 둘 중 가성비가 뛰어난 메뉴라면 오코노미야끼 쪽, 특히 맥주 한잔 하려고 할 때 좋은 선택일 것 같다. 하지만 1인 1라면 할 때 사이드 메뉴로는 단연코 두부요리 추천! 간이 담백해서 조금 짤 수 있는 라면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
다 좋은데 식사 시간 즈음에 가면 긴 대기시간을 피할 수 없다고 하니, 이 곳을 찾으려면 우리처럼 아주 늦은 시각, 술 한잔 하러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아주 흡족한 식사였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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