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뮤지컬 렌트 (Musical Rent, touring), 그 녹녹했던 관람 후기

미국에서, 뮤지컬 렌트를 봤다. 뮤지컬 렌트는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지는 않다. 기록을 찾아보면 2008년 9월 7일 마지막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2년간 공연의 막을 내렸다고 한다. 현재는 미국 이곳 저곳을 돌며 순회공연 중. 그 중 우리 동네에서 하는 공연을 놓치지 않고 찾아봤다. 일년에 몇번씩, 우리 동네에서도 좋은 뮤지컬 공연들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 오페라 공연도 가끔씩 하는데. 지난번에 봤던 오페라 후기도 올려야지.


공연 이야기에 앞서 시놉시스부터 풀어본다.



1막


에이즈와 가난, 마약이 난무하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 집세를 내지 못해 전기마저 끊겨버린 가난한 예술가 마크와 로저는 영화 시나리오와 로큰롤 포스터를 연료로 태우며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있다. 마크는 애인이었던 행위 예술가 모린과 헤어진 상태이고 로저는 에이즈에 걸린 여자 친구가 그 충격으로 자살한 이후 6개월간 집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집주인 베니에게 집세까지 독촉 당하고 있다. 그들을 찾아오던 컴퓨터 천재 콜린은 거리에서 강도에게 뭇매를 당하지만 거리의 드러머 엔젤의 도움을 받는다. 마크는 인근 건물에 거주하는 홈리스들을 내쫓으려는 베니에게 항의하는 거리 공연을 준비 중인 모린을 돕기 위해 나가고, 혼자 남은 마크는 옛 애인을 생각하며 곡을 구상하고 있다. 이때 아래층에 사는 댄서 미미가 성냥을 빌리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로저와 미미는 한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로저는 미미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다. 콜린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의상을 입은 엔젤과 함께 마크와 로저의 집을 찾아온다. 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베니가 찾아와 모린의 시위 공연을 막아주면 집세를 면제해주고 그들의 꿈인 멀티미디어 스튜디오를 세워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마크와 로저는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성공적으로 끝난 모린의 공연 뒤풀이에서 베니는 미미에게 두 사람이 옛 연인이었음을 로저에게 얘기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이때 우연히 서로가 같은 에이즈 환자임을 알게 된 로저와 미미는 앞으로 함께 할 것을 맹세하며 달콤한 키스를 나눈다.


2막


신년 파티가 한창인 마크와 로저의 집에 불쑥 쳐들어온 베니는 미미와의 관계를 폭로해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에 낙담한 미미는 거리를 헤매다가 다시 마약에 손대게 된다. 로저와 미미, 모린과 조앤은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봄을 향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크는 작품 준비에 열심이며 콜린은 병색이 완연한 엔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여름의 끝 무렵 커플들은 이별을 맞고 마크는 선정적인 TV 프로듀서 알렉시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엔젤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함께 모여 그를 추모한다. 마크는 알렉시의 제안을 수락하고 지난 1년의 시간을 돌아본다. 미미는 로저가 기타마저 팔아 치우고 마을을 떠나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로저는 미미가 베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크게 화를 낸다. 마크는 로저를 뉴욕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미미의 심각해진 건강 상태를 알려주지만 로저는 속마음과는 달리 화를 내버린다.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 미미는 로저에게 작별을 고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베니의 제안도 뿌리친 채 사라져버린다. 또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 시즌.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방송국을 그만둔 마크와 자기만의 노래를 완성한 로저는 옛집으로 돌아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큰 돈을 번 콜린도 두 사람을 찾아온다. 이때 죽어가는 미미를 발견한 모린과 조앤이 이들을 찾아오고, 자신이 찾던 노래가 바로 미미임을 깨달은 로저는 절규하며 미미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가 끝날 무렵 죽은 줄 알았던 미미가 깨어나고 그녀는 어둠 속에서 엔젤이 나타나 자신을 지켜줬다고 얘기한다. 이에 모두는 사랑에 대한 노래를 함께 부른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밖에 없다고.


[네이버 지식백과] 렌트 - 젊은 보헤미안들이 부르는 사랑의 찬가 (뮤지컬 무대)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극이라고 한다. 오페라 라보엠을 안봤기 때문에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기본은 가난과 에이즈로 고통받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뉴욕의 젊은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렌트는 우리 나라에서도 꽤 오랜기간 공연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나름 뮤덕이라고 하면서도 국내에서는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그 공연장을 앞은 여러번 지나다녔었는데...







이번 우리 동네에 와서 공연하는 공연장이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있어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주 재빠르게 예약을 하였다. 4월 30일 공연이었는데, 예약은 박 전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도 전에 하였으니. 그리하여 공연을 봐야하는 주에 우리가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뉴욕에 가야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며 예매를 하였지... 새삼 최근 두세달 사이 우리나라에 너무도 큰 변화가 있어왔다는 사실이 실감나네. 아무튼, 그리하여, 공연은 뉴욕에 가서 부재자 투표를 하고 온 다음날 보러갔다. 사실 이 공연이 아니었다면 뉴욕에 1박이 아니라 2박 정도 하면서 더 놀다 올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일요일 대낮 공연이었지만 역시 공연장 내에서는 술을 판매하고 있다. 한번도 주류를 사서 마시며 공연을 본 적이 없는데, 이 날은 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나란히 샴페인을 한잔씩 샀다. 샴페인은 작은 병에 들은 걸 눈 앞에서 따서 컵에 모두 따라 주었다. 한잔에 10 USD. 역시 싸지는 않아. 하지만 여태껏 봐온 공연들 중에 음주 관람에 가장 적격인 공연이 바로 이 공연이었다고 공연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이 공연장을 처음 와 본 것이 아닌데, 공연장은 아주 만석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내용은 젊은이들의 어쩌고 저쩌고 인것에 반해 관객들은 아주아주 연령대가 높았다는 것. 우리처럼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들보다 이미 공연에 대해, 뮤지컬 넘버들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관객들이 많은 것 같았다. 주변에서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며, 배우 누구가 나온대, 맙소사-하는 등등의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나도 어디선가 들어 알 것 같은 유명한 뮤지컬 넘버 (Seasons of love 같은 것)가 나오면 따라 부르며 함께 몸을 들썩이는 관객들도 여럿이었다.


여태껏 봐왔던 뮤지컬들에 비해 주요 등장 인물들이 많고, 그들의 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어서 내용을 좇아가기도 바빴다. 그리고, 애써 밝음을 가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넘나 우울한 것.....;( 사실 1막을 볼 때만 해도 뭔가 산만하기도 하고, 뭘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고, 이번 공연은 조금 실패인가,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좋았던 건 2막이었다. 스토리가 조금씩 정리가 되고, 좋은 곡들은 대부분 다 2막에 몰려있어! 특히 미미가 부르는 without you,는 너무 감정이 몰입되어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쩜 노래를 저렇게 부르지? 배우들 대부분이 훌륭했다. 하지만 미미 역을 하는 배우는 춤은 정말 (남편 말에 따르면) 미친 사람처럼 잘 추었지만 노래 중간중간 흔들림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와중에 노래 속에 감정이 너무 절절히 느껴지고, 목소리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아- 정말 반해버렸다.


술을 마신 탓도 있지만, 일요일 아주 한가로운 대낮에 우리는 가지 않아야 했던 어떤 퇴폐적인 파티에라도 다녀온 느낌이었다. 결말은 아름다워야 해서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지만, 그리하여 공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었다면 (내가 느끼기에 정말 그랬던가 하는 것은 차치하고) 받아들여야지.


보통 좋았던 공연을 보고 나올 때는, 어떤 어떤 부분이 너무나 좋았어, 정말 멋졌어, 하는 생각들을 되뇌이는데 이 공연을 보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뭔가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서, 이 공연이 정말 좋았어? 어디가 어떻게 좋았어?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왜 그렇게들 좋다좋다하며 보는건지 알 것도 같다. 누가 뭐래도 땀 냄새 가득 풍기는 젊음의 열정, 사실은 너무 무모해서 조금 멀게만 느껴졌던 그 것. 그 것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었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나의 이런 갈팡질팡한 감상평의 이유로, 이런 무모한 열정을 가슴 뜨겁게 받아들이기에 나는 이미 너무 나이들어버렸는걸- 하는 변명을 달아 놓는다면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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