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두번째, 아 아니구나, 처음 3주 정도 서브렛 살았던 집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집으로 이사를 오고 3주가 되어가고 있다. 예전 집이 조금 낡은 대신 아주 넓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 보다는 훨씬 좁은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답답하면 어쩌나, 걱정도 하였는데, 사실은 이 정도가 딱 우리에게 적절한 사이즈라고 느낄만큼 흡족하게 잘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하는 점은, 이제서야 드디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여기도 비슷한 다운타운 주변이라 소음이 없지 않을텐데 예전 집에 비하면 정말 방음이 훌륭하고 침실이 도로 쪽에서 훨씬 멀리에 있어서 정말 조용하게, 아주 죽은 듯 조용하게 온전히 잠에만 집중 할 수 있다. 잠든 순간부터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아침 알람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보는게 정말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일년 반은 된거 같아......... 오늘 아침에는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뭔일이야! 하면서 화들짝 일어났더니 남편이 웃겨 죽는다며 웃더라. 쳇.
와중에 조금 불편한 점이라면 수납 공간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 예전 집은 어느 공간이나 널찍널찍하게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공간을 놀릴 정도였는데, 여긴 입구에 신발을 보관할 자리도 따로 없고 미국으로 건너올 때 가지고 왔던 엄청난 사이즈의 캐리어 4개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공간을 쪼개어 다 수납하고 났더니 가장 큰 문제는 주방의 수납 공간 부족이었다. 싱크대 앞쪽이 작지만 나름 아일랜드 바 형식으로 되어 있는 바람에 싱크대 윗족 수납 공간이 하나도 없고 스토브 윗쪽 수납 공간도 절반은 내 키가 닿지 않아 사실상 활용도가 높지 않은 형편이었다. 싱크대나 스토브 아랫쪽 수납 공간들도 절반은 디시워셔랑 오븐에 할애되어서 이래저래 수납 공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그리하여 구입한 이케아 선반! 저렴한 걸로 사자고 하고는 갔는데 가격이 거의 100불이라서 남편이 살짝 고민하는 듯 하였지만... 결국엔 가장 적당한 사이즈와 소재여서 (유리로 된건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구입하였다. 지금은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 탄산음료 와인 맥주 물 그리고 각종 뜯지 않은 식재료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이케아 사이트에서 가져온 제품 상세 정보.
다음으로 새로 장만한 것이라면 바로 이 바 스툴! 바 스툴을 사는 건 처음이라 높이가 고민이었는데 같은 아파트에 살다 이사 나간 사람이 이 것과 같은 제품을 사용하였길래, 그 사람이 산 제품 높이를 참고하였다. 우리 집 바는 높이가 41인치 정도인데 이케아 바 스툴 두가지 높이 중에서 높은 것 (29인치)이 적당하였다. 색은 흰걸로 살지 까만걸로 살지 엄청 고민하였다. 이쁘긴 흰색이 이쁜데, 뭔가 때 탈거 같기도 하고 어쩌지... 근데 우리처럼 이렇게 임시 거처에 사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라면 아무 가구나 오래 사용하지 않을 거니까 그냥 그 때 이쁘고 마음에 드는 걸로 사면 된다는 거다. 그래서 그냥 이쁜 걸로 샀다. 바로 옆에 방석이 놓여져 있길래 방석도 빨간색으로 두개 집어와서 이렇게 완성.
이케아 사이트에서 가져온 제품 상세 정보.
이 스툴을 구입한 이후, 우리는 바에서 이렇게 스크류드라이버 마시면서 야구도 보고, 와인 한잔에 스테이크도 좀 더 멋들어지게 먹을 수 있다. 남편이 와인을 따라 주었는데 내 앞자리에 살짝 흘림.
그런데 역시 우리 한식들은 이런 바에서 먹기엔 너무 불편하여, 밥은 여기서만 먹고 예전에 식탁으로 쓰던 테이블을 이제 완전히 우리 공부하는 책상으로 바꾸자! 했단 계획은 무산되어 여전히 테이블로도, 책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뜩이나 새집이라 번쩍이는 집을 조금도 더럽히지 않으려고 날마다 쓸고 닦고 하는 노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우리 집이 너무 좋아!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집이 너무 좋아서 날마다 일찍 퇴근하고 싶어 진다는 게 좀 문제이긴 하지만.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Moon Palace♩
moon-palace.tistory.com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