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셜록홈즈 주홍색 연구와 영드 셜록 분홍색 연구 비교해보기 Arthur Conan Doyle "A Study in Scarlet" vs. BBC's Sherlock "A Study in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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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듣다 듣다 아주 예전 것 까지 넘어가게 되었는데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 문득 되살아 나는 나의 추억. 어린 시절, 셜록 홈즈를 정말정말 좋아했었다. 중학생 때 였다고 기억하는데, 셜록 홈즈 전집을 사서 아주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여러번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열악했던 인터넷 환경에서 셜록 홈즈와 관련된 커뮤니티에 가입까지 해서 활동했던 기억도 있다. 암튼 그래서 김영하 작가가 읽어 주는 내용을 조금 들으면 스토리를 금세 떠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살인 기법이 무엇인지는 생각이 나는데 다른 세세한 부분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거다. 세상에.... 그래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아마존 킨들 버전으로 구입하려고 보니, 셜록 홈즈 시리즈가 시대별로 다 모아져 있는 complete edition이 단돈 3불 밖에 안하는거다. 즐거운 마음으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시대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셜록 홈즈가 등장한 가장 첫 소설 작품은 A Study in Scarlet이라는 장편 소설이다. 우리나라에는 주홍색 연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 앞부분 introduction에 따르면 이 장편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아서 코난 도일이, 그리고 셜록 홈즈가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었다고 한다. 어찌됐건 흥미롭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불현듯, 아 이거 영드 셜록에서 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거다. 바로 살인의 도구가 된 두개의 알약 부분에서. 그래서 찾아봤더니 영드 셜록의 제일 첫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이 다름 아닌 A Study in Pink 였다.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두 작품을 신중히 보고, 비교를 해보고 싶어졌다. 아래 내용에는 소설에 대한,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들어있으니 원치 않는 사람들은 보지 않길!



  두 작품의 스토리 





1. 소설 주홍색 연구의 줄거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런던으로 돌아온 왓슨은 나라에서 지원 받는 적은 돈으로 런던에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함께 렌트를 얻을 사람을 구해야겠다 생각하고, 마침 우연히 만난 군시절 동료 Stamford의 소개로 셜록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서 셜록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왓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돌아온 군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둘은 곧바로 221B Baker Street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동거가 시작되고 한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셜록이 신문에 게재한 글 The Science of Deduction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런던에서 일어난 기이한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보를 받게 되고, 셜록과 왓슨은 살인 현장으로 함께 가게 된다. 사건 현장에는 고통에 몸부림 치며 죽은 듯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그의 이름은 Drebber. 그에게는 상처 하나 발견되지 않았으나 현장에는 혈흔이 흩뿌려져 있다. 그리고 어두운 벽면 어느 한 쪽에 혈흔으로 Rache라는 단어가 쓰여져 있었다. 시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성용 반지 하나가 발견되었다. 경찰 Lestrade와 Gregson, 그리고 셜록은 각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 셜록은 범인이 그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사실을 현장을 발견했던 순경의 증언을 통해 알게되고 그 반지를 범인이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신문 광고를 통해 덫을 놓는다. 반지를 찾으러 온 노파에게 반지를 건네고 그의 뒤를 미행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던 중, Gregson이 셜록을 찾아와 사건을 해결했다며, 피해자가 묵고 있던 숙소 여주인의 아들을 범인으로 체포했다고 득의양양하게 나타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침울해진 표정으로 나타난 Lestrade가 두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린다. 두번째 피해자는 첫번째 피해자 Drebber의 비서격인 부하 Strangerson. 사건 현장을 다시 둘러보던 와중에 셜록은 살해 도구가 두개의 알약이며 하나에는 독이 들어있고 하나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221B Baker Street에서 모두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셜록이 부른 택시가 도착하고, 택시 기사가 셜록의 짐을 도와주려는 순간 셜록은 택시 기사에게 수갑을 채우며, Jefferson Hope라는 이 택시 기사가 두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린다. 범인은 20년전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그녀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인 둘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다가 드디어 살인을 할 수 있었고, 이제 할일을 다 마쳤으니 여한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부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어느날 경찰에 체포 되었던 Hope는 재판을 치르기도 전에 얼굴에 미소를 띈 채로 죽은 채 발견된다.


2. 드라마 셜록의 분홍색 연구의 줄거리


두 작품은 전반적인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다. 셜록과 왓슨이 만나 동거를 하는 부분은 거의 동일하고, 셜록의 웹사이트에 실린 The Science of Deduction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순간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던 연쇄 살인의 4번째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고 셜록은 왓슨과 함께 현장으로 가게 된다. 사건 현장에는 온 몸을 핑크색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여성이 누워있고 역시 핑크색으로 칠해진 손톱으로 바닥에 Rache라는 단어를 긁어서 써 두었다. 셜록의 추리에 따르면 현장에 있어야만 하는 짐가방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주변을 수사하던 중, 셜록은 역시나 핑크색의 짐가방을 찾아내서 조사한다. 현장에서도, 짐가방에서도 피해자의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낸 셜록은 왓슨의 휴대폰을 이용해 피해자의 휴대폰에 텍스트를 보내어 덫을 놓는다. 덫을 놓은 장소에서 범인을 기다리던 셜록은 한 택시를 발견하고 추격하지만, 택시에 타고 있던 손님은 이제 막 런던에 도착한 참으로 사건의 범인일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보낸다. 집으로 돌아오니 셜록을 수상히 여긴 경찰들이 셜록의 집을 수색하고 있고, 셜록은 사건 현장에 있던 Rache라는 단어를 단서로 피해자의 휴대폰을 추척하여 범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왓슨이 위치를 추적해 보니 범인의 위치는 221B Baker Street. 무언가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고 왓슨이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하는 순간, 셜록은 집 앞에 자신을 찾아온 택시기사를 만나 함께 어디론가로 향한다. 택시기사는 바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그는 셜록을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가서 두개의 독이 들거나 들지 않은 두개의 알약을 보여주며 자신의 살해 방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목숨을 건 게임을 셜록에게도 제안한다. 대화를 통해 셜록은 범인이 누군가의 사주로 연쇄 살인을 벌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곧 병으로 곧 죽을 운명임을 알게 된다. 그의 꾀임에 빠져 셜록이 게임에 참여하려는 순간, 현장을 찾은 왓슨이 발사한 총알에 맞아 범인은 사망한다.


두 이야기의 스토리를 보면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그 차이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뒤바꾸어 놓았다. 그 미묘한 차이가 너무도 재밌다. 이제부터는 그 차이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A Study in Scarlet vs. A Study in Pink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차이인 제목부터 생각해 보자. 원작에서는 셜록 홈즈가 이 제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I might not have gone but for you, and so have missed the finest study I ever came across: a study in scarlet, eh? Why shouldn’t we use a little art jargon. There’s the scarlet thread of murder running through the colorless skein of life, and our duty is to unravel it, and isolate it, and expose every inch of it.

-A Study in Scarlet

첫번째 살인 현장에 남은 아마도 살인자의 것이라고 예상되는 혈흔을 scarlet thread라고 묘사한 것. 그리하여 원작 제목에 나오는 scarlet은 혈흔을 나타내는 색채이다.


반면 드라마에서의 Pink는 마지막 피해자가 입고 있는 옷, 그리고 그 피해자의 소품들의 색. 피해자는 살해당하던 당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핑크색의 의상을 입고 있다. 현장에서 분실되었던 캐리어의 색도 핑크, 그리고 캐리어에도 없던 피해자의 휴대폰 케이스조차 핑크색이다. 이 색상은 전반적으로 블랙 앤 그레이로 뒤덮여 있는 영상 속에서 아주 돌출되어 보이고,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A Study in Pink가 될 법도 하다는 시각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서 범인이 자신의 혈흔을 현장에 남기고 자리를 뜨는 경우는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살인 사건의 현장을 조금은 각색할 필요가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혈흔을 지워버리고 나면 원래의 제목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거겠지. 이러한 변형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였을까?


어찌됐건 소설 속 왓슨은 살인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 scarlet 빛의 혈흔에 대해 인상적으로 묘사한 바 있고, 드라마에서는 누구에게도 의심할 여지 없이 pink색의 피해자는 인상적이었다. 그런 걸 보면 Scarlet과 Pink. 왓슨과 셜록이 함께 찾은 첫 살인 현장 각각을 지배하는 색채로 연구의 이름을 삼았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서로 다른 시대에 따른 차이


원작의 배경은 소설에 따르면 1881년 3월. 반면 드라마는 아마도 21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그에 따른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몇가지 꼽아 보자면, 교통 수단의 차이, 소통 수단의 차이 등등.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이 변화들 또한 영드 셜록이 그 동안의 다양한 셜록 홈즈를 다룬 영상물들에서는 볼 수 없는 현대적 감각을 아주 잘 녹여낸 작품으로 평가 받는 이유가 되었을테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어쩜 이렇게 영상을 감각적으로 잘 꾸몄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폰을 손에 든 셜록 홈즈라니,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하는 문구가 또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 따른 작은 차이들은 현대적 감각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도 조금씩 변화를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1. 교통 수단의 차이


두 작품에서 모두 cab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당연하게도 19세기의 cab은 마차였다. 19세기의 셜록은 첫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사건 현장에서 길가에 난 마차의 바퀴 사이의 간격을 보고 이 마차가 cab이라는 사실을 알고 범인이 cab의 기사라는 사실을 알아냈던 반면, 21세기의 셜록은 범인이 택시기사라는 사실을 무척 나중에 범인이 자신을 찾아 온 순간에야 눈치 챈다. 치열한 추격전 끝에 거의 손아귀에 쥘법했던 범인을 놓치게 되는데, 그 때까지 범인이 택시에 탄 손님이 아닌 기사라는 사실을 몰랐었기 때문. 


2. 소통 수단의 차이


다르게 말하면 통신 수단의 차이일 수도. 19세기에는 전보나 편지, 신문 광고가 가장 일반적인 통신 방법이었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쉴새없이 휴대폰으로 소통한다. 그리하여 셜록이 처음 범인에게 미끼를 던지는 방법이, 원작에서는 신문 광고였지만 드라마에서는 범인에게 직접, 텍스트를 보내는 걸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하는 것은 드라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셜록이 범인을 잡아 내기 위해 길 위의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에 반해, 드라마에서는 피해자가 범인에게 심어둔 피해자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범인의 위치를 알아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셜록의 특기인 추측하기,라고 하면 셜록이 싫어하겠지, 아무튼 관찰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기술인 The Science of Deduction이 원작에서는 신문에 실렸지만 드라마에서는 셜록의 개인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다.


“From a drop of water,” said the writer, “a logician could infer the possibility of an Atlantic or a Niagara without having seen or heard of one or the other. So all life is a great chain, the nature of which is known whenever we are shown a single link of it. Like all other arts, the Science of Deduction and Analysis is one which can only be acquired by long and patient study nor is life long enough to allow any mortal to attain the highest possible perfection in it. Before turning to those moral and mental aspects of the matter which present the greatest difficulties, let the enquirer begin by mastering more elementary problems. Let him, on meeting a fellow-mortal, learn at a glance to distinguish the history of the man, and the trade or profession to which he belongs. Puerile as such an exercise may seem, it sharpens the faculties of observation, and teaches one where to look and what to look for. By a man’s finger nails, by his coat-sleeve, by his boot, by his trouser knees, by the callosities of his forefinger and thumb, by his expression, by his shirt cuffs—by each of these things a man’s calling is plainly revealed. That all united should fail to enlighten the competent enquirer in any case is almost inconceivable.”

- A Study in Scarlet

위에 따온 부분은 원작 소설에 나온 The Science of Deduction에 관련된 기술.


3. You’ve been in Afghanistan, I perceive. vs. Afghanistan or Iraq?


셜록이 왓슨에게 처음 건내는 말이 이렇게 다르다. 원작에서는 단번에 아프가니스탄임을 아는데 드라마에서는 묻는다. 아프가니스탄인지 이라크인지. 이것 역시 시대의 차이인 거겠지.


4. Drugs


소설 속 셜록은 마약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의 드라마에서 셜록이 그러면 안되겠지. 그리하여 마약은 니코틴 패치로 둔갑한다. 셜록이 사건에 대해 생각하며 약에 취한 듯해 보여 왓슨이 의심하자, 세개의 니코틴 패치를 보여주면서, 이 사건은 세개의 패치가 필요할 정도의 사건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등장인물의 차이 


드라마에서는 원작에 없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경찰에 있어서는 Anderson와 Sally Donovan, 셜록의 형 Mycroft Holmes, 그리고 원작 소설에서 등장은 하지만 이 A Study in Scarlet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 Moriarty도 드라마에는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원작에 나오는 또 한명의 경찰 Gregson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Lestrade와 Gregson가 경쟁하며 사건을 수사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Gregson 대신에 셜록에 대한 반감을 가진 두 명의 인물 Anderson와 Sally Donovan을 등장시키는 걸로 대체한 듯.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함으로써는 초반 극의 긴장감을 조금 높여준 정도의 효과정도를 보았다면 모리어티의 등장은 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모리어티가 범인의 살해 목적을 뒤바꿔버렸기 때문. 원작에서는 범인의 개인적인 원한이 살인의 이유였다면 드라마에서는 모리어티의 사주로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범인이 살해를 저지르게 된다. 이 차이는 작품의 분위기를 아주 크게 바뀌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이었던 것이 셜록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한 악인의 살인 게임으로 둔갑해 버리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시즌 첫화부터 모리어티가 등장함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를 셜록과 모리어티의 대결 구도로 가지고 가려 했던 것 같다.



  스토리의 변형 


1. 살해된 사람의 수, 그리고 살해 목적


원작에서는 단 두명이 죽는다. 그리고 그 두명은 범인이 20년 이상을 좇고 좇아 드디어 살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이미 정해진 목표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불특정한 인물들 중 넷이 연쇄적으로 살해된다.


두 작품에서 범인은 둘 다 택시기사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범인이 살인을 할 목표를 쫓는 동안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cab을 몰며 돈을 벌어야 했던 것에 반해 드라마에서는 그냥 원래 범인의 직업이 택시 기사였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는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둥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듯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무도 위험할거라 생각하지 않는 직업, 택시 기사. 이러한 직업의 특징이 드라마에서 원작과 가장 다른 사실, 피해자가 랜덤하게 선택된 것이라는 스토리의 바탕이 된다.


원작에서는 살해의 목적이 명확하다. 결혼을 약속했던 옛 연인과 그녀의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 그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둘을 추격하여 죽였던 거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범인은 모리어티의 사주를 받아 사람을 죽이고 죽일 때마다 돈을 받아 자신이 죽고 난 후 자식들에게 넘겨주려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아주 미세하게 깔려 있기는 하지만 범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단순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돈 떄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는 목표물과의 두뇌싸움을 통해 그들을 죽게 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드라마에서의 살인은 마치 게임처럼 묘사된다.


2. Rache



원작 소설에서와 드라마에서 모두 살해 현장에 Rache라는 단어가 남겨져 있다. 큰 차이라면, 원작에서는 범인이 자신의 혈흔으로 그것을 남긴 것이고, 드라마에서는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 바닥에 손톱으로 긁어서 남겼다는 것. 이 메세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아주 재미있다. Rache는 독일어도 복수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Rachel을 쓰다가 마지막 스펠을 채 쓰지 못했던 거라면 Rachel이란 여성의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원작에서는, Lestrade가 피로 쓰여진 Rache라는 글을 발견하는 순간, 이 것이 Rachel을 쓰려다 채 마무리 짓지 못한거라 생각하고 Miss Rachel만 찾으면 사건이 풀릴 거라고 기뻐한다. 하지만 그를 보며 셜록은 비웃으며 이런 말을 한다.


‘Rache,’ is the German for ‘revenge;’ so don’t lose your time looking for Miss Rachel. - A Study in Scarlet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정 반대다. Anderson이 Rache가 독일어로 복수를 뜻하는 거라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의기양양해 하고, 경찰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을 보고 셜록은 이렇게 말한다.


No, she was leaving an angry note in German. Of course she was writing Rachel; no other word it can be. - A Study in Pink

이건 마치, 현대의 셜록이 과거의 셜록을 비웃는 것만 같다. 이렇게 우스운 변형이라니. 그런데 이 것 역시 찬찬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원작에서는 그 단어를 범인이 자신의 혈흔으로 남기고 간 것이다. 이유는 뉴욕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에서 Rache라는 단어가 남겨져 있었고 그 것 때문에 경찰들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수사에 어려움을 주기 위해 그냥 쓴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사건 현장에 피는 낭자해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Rachel을 쓰려다 마지막 한 스펠만 덜 썼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죽어가는 피해자가 단어를 쓴 것이고 (그래서 마지막 스펠 하나는 채우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고) 죽어가는 사람이 고통을 감수하며 바닥에 복수,라는 단어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범인에 대한 단서를 주는 단어일 수 밖에 없고, Rachel이 무언가 사건을 풀어주는 단서가 될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하다. 실제로 Rachel은 피해자의 딸 (사산되었던 아이)의 이름이고 피해자 계정의 비밀번호였다. 이 계정에 접속함으로써 피해자가 범인에게 남겨둔 휴대폰의 위치 추적을 통해 범인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된 것.


이렇게 보면 현재의 셜록이 과거의 셜록을 비웃거나 한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셜록이 각기 다른 사건 현장에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과 반대의 추리를 각기 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3. 독이 든 알약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



살해를 할 때 범인은 피해자에게 두개의 알약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본인이 먹겠다고. 둘 중 하나에는 독이 들었고 나머지 하나는 무해하다. 이는 삶과 죽음의 50대 50 확률이니 따르지 않을 경우 내가 칼이나 혹은 총으로 널 100% 죽일 것임에 반해 아주 높은 삶에 대한 확률이 아니냐. 그러니 따르라, 하는 식.


원작에서는 자신도 어떤 알약에 독이 들었는지를 모른채로 피해자에게 알약을 선택하게 하고 삶과 죽음을 신에게 맡긴다. 자신에게는 복수의 이유가, 그러니 눈 앞의 이 남자가 죽어야 할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옳은지를 신께서 판단해 줄거라 믿은거다. 그러니 정말 살 수 있는 50%의 확률을 피해자에 준 거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범인은 어떤 알약에 독이 들었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선택은 피해자에게 맡긴다. 범인은 셜록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상대의 머리속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알약을 당신에게 권한다고 할 때 당신은 어떤 알약을 선택하겠느냐. 내가 독이 들지 않은 알약을 권하며 당신을 속인 걸까? 아니면 그렇게 속였다고 생각하게 만들도록 두 번 속인 걸까? 아니면 세번? 그러면서, 4명의 사람과 이 게임을 했고 모두 내가 이겼으므로 이것은 확률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두뇌의 승리인 거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체스 게임과 같은 거라고. 셜록은 당연히 자신은 범인의 의도를 알고 독이 든 알약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범인은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 거라서 셜록 본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 알약을 먹어보는 수 밖에는 없다. 주저하던 셜록이 알약을 먹으려는 순간 왓슨이 범인을 총으로 쏘게 되는데, 과연 셜록은 독이 들지 않은 알약을 선택하였을까?


4. 범인을 찾는 방법


소설에서의 셜록은 나름의 추리를 하여 범인을 알아내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봐서는 영 말이 되지 않는 조악한 수준이다. 셜록은 사건 현장에 떨어진 결혼 반지를 단서로 첫번째 피해자의 과거 결혼 경력을 조사해 보고 피해자에게는 법적으로 보호 요청이 걸려있는 오랜 사랑의 라이벌이 있음을 알게된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마차 바퀴를 보고 범인이 택시 기사임은 이미 알았으므로 길가의 조력자들을 통해 그 피해자의 라이벌의 이름을 가진 택시 기사를 찾아 본인 집으로 불러내었던 거다. 범인이 다른 나라에 와서까지 가명을 쓸 이유가 없으므로 그 택시 기사 일을 할 때에도 본명을 사용하였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영 어색하다. 그리고, 첫번째 범인에게 덫을 놓을 때 왓슨의 이름을 사용하긴 하였지만 반지를 찾으로 오라고 올린 주소가 221B Baker Street이었는데, 범인이 바로 그 다음날 그 주소의 손님을 태우려 아무런 의심 없이 택시를 가지고 간다는 것도 영 이치에 맞지 않게 느껴진다.


반면 드라마에서 셜록은 사실 범인을 찾지 못함에 다름없다. 범인의 위치를 추적해 내는 데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것 보다 먼저 범인이 제발로 게임을 제안하며 셜록을 찾아온 것. 택시를 문 앞에 세워두고 여러번 셜록을 불러내지만, 문 밖의 택시 기사가 범인인 줄을 셜록은 아주 마지막 순간까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따지면 어떤 셜록이 더 바보인지는 파악하기 힘들어보인다.


5. 종합적으로


현대의 드라마에서는 사건을 조금 더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나, 그 살인마가 게임을 하듯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도. 소설에서는 범인의 과거가 거다란 하나의 챕터로 따로 묘사되면서 범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되고 나중엔 응원하기까지 하게되는 느낌인 반면, 드라마에서는 살인을 저지르는 그 범인의 중요성은 크게 감소되고 그 뒤에 존재하는 모리어티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키며 끝이 난다. 이어지는 드라마의 에피소드들을 모두 모리어티와 셜록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그 대결의 시작을 강렬하게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빠지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체계적으로 짜여진 대로 드라마를 구상하는 제작진들이 현대적 감각을 입혀 정말 각색을 잘 해내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밖의 재밌는 점들 


1. 왓슨이 스탬포드를 만나는 장소


On the very day that I had come to this conclusion, I was standing at the Criterion Bar, when some one tapped me on the shoulder, and turning round I recognized young Stamford, who had been a dresser under me at Barts. - A Study in Scarlet

원작에서는 왓슨이 스탬포드를 바에서 우연히 만난다고 되어있다. 위에 적힌 것 처럼 원작에서 왓슨이 스탬포드를 만나는 바는 Criterion. 


드라마에서는 둘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는 걸로 나온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바로 옆 사진에서처럼, 공원에서 왓슨이 스탬포드를 만나는 장면에서 둘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슬리브에 바로 Criterion이라고 적혀있다는 것. 사진에는 없지만 옆자리 앉은 스탬포드도 같은 컵을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영상에서 커피 잔을 이상하게 자세히 보여주네, 싶었는데 바로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 소소하게 재밌던 요소 중 하나였다.




2. 스탬포드가 둘에게서 듣게 되는 말


왓슨이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싶다는 식의 말을 건넬 때, 스탬포드는 이상한 일이라며, 오늘 하루에 같은 말을 두번째 듣는다고 얘기하고 왓슨을 첫번째로 그 말을 했던 셜록에게 소개시켜 주게 된다. 그런데 왓슨이 스탬포드에게 건네는 말이 미묘하게 다르다.


Looking for lodgings. - A Study in Scarlet

Who'd want me for a flatmate? - A Study in Pink

뭔가 현대의 둘은 스스로가 비정상인 걸 아주 잘 알고있는 듯한 느낌으로.ㅋㅋ 미묘한 차이지만 재미있었다.


3. 시체를 후려치는 셜록


소설에서 스탬포드가 왓슨에게 셜록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Yes, but it may be pushed to excess. When it comes to beating the subjects in the dissecting-rooms with a stick, it is certainly taking rather a bizarre shape.” 

“Beating the subjects!” 

“Yes, to verify how far bruises may be produced after death. I saw him at it with my own eyes.”

-A Study in Scarlet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을 하는 셜록이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이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었어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설에 그대로 그 내용이 나오는 걸 보니 재미있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옛날 옛날에 이런 사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놀라 자빠질만 한데도 아랑곳 않고 그와 동거를 결심하게 된 왓슨도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이 밖에도 소설에서 스탬포드는 셜록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He is a little queer in his ideas—an enthusiast in some branches of science. As far as I know he is a decent fellow enough.” 

“A medical student, I suppose?” said I. 

“No—I have no idea what he intends to go in for. I believe he is well up in anatomy, and he is a first-class chemist; but, as far as I know, he has never taken out any systematic medical classes. His studies are very desultory and eccentric, but he has amassed a lot of out-of-the way knowledge which would astonish his professors.” 

“Did you never ask him what he was going in for?” I asked. 

“No; he is not a man that it is easy to draw out, though he can be communicative enough when the fancy seizes him.”


“It is not easy to express the inexpressible,” he answered with a laugh. “Holmes is a little too scientific for my tastes—it approaches to cold-bloodedness. I could imagine his giving a friend a little pinch of the latest vegetable alkaloid, not out of malevolence, you understand, but simply out of a spirit of inquiry in order to have an accurate idea of the effects. To do him justice, I think that he would take it himself with the same readiness. He appears to have a passion for definite and exact knowledge.”

- A Study in Scarlet

이 특이한 친구에 대해 스탬포드가 꽤나 관대한 설명을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탬포드 참 착한 친구로군.


4. 가장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은 바로 훈훈한 투샷


영드 셜록을 다시 보면서는 내내 셜록에게 너무 반하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정말 둘다 어쩜 이렇게 멋진건지. 특히 의도적일 만큼 묘한 분위기로 둘의 투샷을 잡아주는 장면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 지경. 두분 우정 영원하기를!


다른 말이긴 한데 드라마를 다시 볼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내기 시작했을 때 특히 셜록의 이미지를 너무 드라마 셜록역의 배우와 겹쳐 보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참, 소설 속 셜록이 이미지가 드라마 속 배우가 연기한 셜록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정말 배우 잘 뽑은 듯, 연기도 진짜 잘한 듯.


As the weeks went by, my interest in him and my curiosity as to his aims in life, gradually deepened and increased. His very person and appearance were such as to strike the attention of the most casual observer. In height he was rather over six feet, and so excessively lean that he seemed to be considerably taller. His eyes were sharp and piercing, save during those intervals of torpor to which I have alluded; and his thin, hawk-like nose gave his whole expression an air of alertness and decision. His chin, too, had the prominence and squareness which mark the man of determination. His hands were invariably blotted with ink and stained with chemicals, yet he was possessed of extraordinary delicacy of touch, as I frequently had occasion to observe when I watched him manipulating his fragile philosophical instruments.

- A Study in Scarlet

소설 속 왓슨이 셜록을 관찰하며 한 설명이다.



  마무리 


생각했던 사항들은 모두 쏟아 넣은 것 같다. 소설과 드라마를 한번씩 보고 정리해봐야지 생각만 했지, 이렇게 긴 글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점점 글이 길어져서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하며 일주일이 넘게 걸린 듯.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보충하는 걸로 하고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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