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팟캐스트 이야기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동진의 빨간책방, 그리고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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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듣다가 팟캐스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팟캐스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내가 언제나 신문물을 접하는 방식이 늘 그렇듯 남편을 통해서였다. 잠들기 전이면 나는 피크로스 퍼즐을 하고 남편은 캔크사를 하는데, 적막이 쓸쓸했던지 남편이 우리 이거나 들을래? 하며 틀었던 팟캐스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한국에서는 아침을 여는 방송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잠들기 전 듣는 방송이다. 한국과의 14시간 시차 탓에, 한국에서 아침 7시에 하는 방송을 우리 시간으로는 전날 밤 9시에 들을 수 있는 것. 딱 시간에 맞추어 듣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자려고 자리에 들면서 방송을 켠다. 방송을 여는 김어준의 생각도 좋고, 이제는 익숙한 김은지 기자도 늘 반갑다. 매번 나오는 게스트들에는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그 다양한 사상을 가진 사람을 아우르는 김어준의 진행 방식은 맘에 든다. 특히 노회찬의 노르가즘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 정말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이야기를 듣는 목적으로 처음에는 시작한 거지만, 요즈음은 다른 분야의 고정 게스트들도 넘나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 중 매 회차가 가장 기대되는 것은 김진애 박사의 도시이야기 코너. 도시건축가라고 하시는데 각 도시 안 건축물들에 대한 주제는 그냥 던져만 놓고, 사실은 김어준이랑 그냥 잡담하는 방송 같다. 그렇지만 둘이 대화하는 걸 듣는 게 참 재미있다. 김진애 박사님이 방송이 끝날 때 김어준 처럼, 안녕! 할 때, 나도 같이 안녕! 한다. 다른 과학 이야기나 황교익씨가 나오는 음식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건 뭐,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듯 해 특별할 건 없다. 근데 듣다 보면 자주, 이렇게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김어준의 지식 넓이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거의 2시간 정도 방송을 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듣는 경우도 있지만 듣다가 잠드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면 다음 날, 내가 놓친 코너가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꼭 듣고 싶은 코너라고 생각되면 다음날 아침, 일을 하며 이어 듣는다. 뉴스공장은 남편과 내가 둘다 애정하는 유일한 팟캐스트이다.



  김현정의 뉴스쇼 

우리가 곤란해질 때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잠들기 직전이다. 나는 도서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싶지만, 남편은 그런 쪽으로는 영 취미가 없기 때문에 둘 다 좋아할만한 다른 방송을 찾아야 했는데, 정봉주의 정치쇼, 아니면 바로 이 김현정의 뉴스쇼. 지금보니 둘다 쇼네. 남편은 정치쇼 쪽을 선호하지만 나는 뉴스쇼가 그나마 좋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정봉주의 정치쇼처럼 호스트의 재량으로 전체를 지배하는 방송도 좋지만 이렇게 딱 짜여진 틀대로 착착 진행되는 방송은 또 나름의 매력이 있는 듯. 같은 사건을 김어준의 뉴스공장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소개하는 것도 비교해가며 듣는 재미가 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도서관련 팟캐스트. 문학과 비문학을 한권씩 바꾸어가며 책 한권을 정하면, 그 책에 대해 2부에 거쳐 아주 진드-윽하게 이야기한다. 1부가 짧으면 한시간 정도 길면 2시간이 넘을 때도 있기 때문에 책 한권에 대해 3~4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다. 문학은 김중혁 작가가 대화를 함께하고, 비문학의 경우에는 이다혜 기자가 함께한다. 초반에는 문학에 집중하여 김중혁 작가와 함께하는 대화를 주로 들었는데 최근에는 비문학에도 관심이 생겨 예전에 했던 것까지 챙겨서 듣고 있다. 내가 이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을 때 이미 이전에 미리 해둔 내용들이 많아서 일주일에 한번씩 업로드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덜했는데 최근 그 기다림을 체감하게 된 듯.


이미 읽었던 책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내가 했던 생각과 이들의 생각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이동진의 그 문학, 영화, 음악 등등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같은 작품을 대하는 다른 시각을 배우게 되는 것도 무척이나 즐겁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김중혁 작가의 경우는 확실히 소설을 쓰는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의 플롯이나 함의 등에 대해, 이런 부분을 쓸 때 작가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의 작가의 시선을 곁들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팟캐스트가 아니었다면 책에 대한 이런 양질의 대화를 내가 대체 어디서 들을 수 있었을까, 새삼 문명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내가 읽지 않았던 책에 대해 들을 때에도 아주 흥미롭게, 읽지 않은 사람도 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대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주 재미나게 들어낼 수 있다. 1부에는 스포일러를 일부러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1부를 듣고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한 후, 2부가 업로드 되기 전 1주일 동안 그 책을 읽어낼 수도 있다.


비문학의 경우, 내가 읽었던 책은 사실 거의 없었다. 아, 한권 있었구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그런데 비문학의 경우 읽지 않았던 책 이야기를 듣는 일이 훨씬 더 즐겁다. 비문학 자체가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쓰인 책들이 많기 때문에 듣는 것 만으로 다양한 세계의 역사, 발견, 발명 등등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거다. 그냥 듣기만 하는 걸로 상식이 불어나는 듯한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시간이다. 김영하 작가가 선정한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한 후에, 그 책 안에서 작가가 선택한 부분을 그냥 주욱- 읽어주는 거다. 사실 책을 읽어준다는 게 뭐가 좋은 건지 듣기 전엔 몰랐는데 듣다 보니 이게 참 좋다. 전혀 관심 없었던 오디오북을 들어볼까 생각해 볼 지경. 책을 읽다가 잠깐 쉬며 또 잡담을 하다가, 또 다른 부분을 읽어주고.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1회 방송의 길이가 대중 없고, 업데이트 되는 날짜도 대중 없는데 그게 아쉽다기 보다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방송이 올라오면 무척이나 반갑다. 과거의 방송을 찾아보면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와 같은 도서에 대해 이야기는 경우도 몇 보이는데, 그럴 때에는 일부러 두 방송을 연속으로 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두 방송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고, 둘 다 워낙에 멋져서 흡족한 기분이 든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재미를 하나 꼽아보자면, 김영하 작가가 본인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스스로 독자에게 읽어주고 싶은 부분을 골라 찬찬히 읽어주고, 이 글을 쓸 때 내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작가가 그 책을 쓰는 과정부터 함께했던 것처럼, 훨씬 작품이 가깝게 느껴진다.


아, 김영하 작가가 책을 읽어주는 방식 또한, 무척 좋은 점 중 하나다. 다른 도서관련 인기 팟캐스트 역시 들어보려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 소설을 읽어줄 때에, 나 지금 소설 낭독하고 있어- 하는 식의 과도하게 감정 실은 낭독체가 오글거려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어서 꺼버렸었다. 그런데 김영하는 무던하게, 정말 감정 소모 없이 그냥 책을 읽어준다. 마치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국어책 읽으라고 시켰을 때 처럼. 그 방식도 무척 좋은 점 중 하나다.


사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그리 골라 읽을만큼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영화화 되어 유명했던 살인자의 기억법도, 읽기는 했었으나 어땠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던 정도였는데, 이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애정이 생기게 된 것 같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라고 하니, 한 일화가 생각나는군. 대학시절, 김영하의 소설을 손에 들고 길을 가는데, 지나가던 후배였나 누군가가 얼핏 보더니, 나는 나를 파마할 권리가 있다? 라고 읽었었던......... 소설 제목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였다.


  김생민의 영수증 

최근 김생민이 히트치는 걸 보면서 듣기 시작했는데, 이게 은근 너무 재밌어서 매번 챙겨듣지는 않지만 짬이 날 때, 그렇지만 진지한 걸 듣기에는 힘들고 가볍게 들어도 되는 팟캐스트가 고플 때 듣게 된다. 재미있는 포인트라면, 개그맨이었던 김생민이 정말 너무 재미없다는 것. 웃기려고 할 때마다 그 말도 안되는 안웃김과 어색한 기류 때문에 오히려 막 웃긴다. 그 옆을 송은이와 김숙이 지켜주는데, 정말 이 둘이 없었다면 김생민의 전성기는 없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팟캐스트를 들으며 실감한다. 그래서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었나, 하는 팟캐스트도 한번 들어보았는데, 그건 은근 또 코드가 맞지 않아서 계속 듣게 되질 않았다. 전혀 나랑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영수증을 훔쳐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는데, 김생민이 가끔 정색하고 말할 때면 그들의 멘탈이 걱정되기도 함. 김생민씨가 내 영수증을 보고는 어떤 말을 할지 상상도 안된다. 



이상, 뜬금 나의 팟캐스트 이야기 끝. 아래에는 팟캐스트와 함께했던 순간순간들의 사진을 넣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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