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찾다가 결국 런던과 암스테르담을 거쳐 한국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항공권을 다 예약을 하고 나서야 우리 부부는 심각한 사태를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런던을 찾는 날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로 25일까지 머무르다 암스테르담으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12월 24일과 25일 런던은 거의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런던에 도착하는 24일에도 거의 모든 관광지는 입장을 할 수 없었고,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런던 시내의 대중교통 조차 운행하지 않는단다. 런던에서 이틀을 머물러봤자 우리는 밖에서 구경하는 것 외엔 아무런 관광지도 들어가 볼 수 없고, 심지어 25일에는 공항으로 가는 방법조차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밖을 나가지 않고 바로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방법을 생각하였지만,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항공권 역시 저렴한 티켓을 찾다보니 새벽에 런던에 도착하여 시내로 가서 반나절 구경을 한 다음 저녁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이번 런던 여행기는, 여행기라기 보다는 6~7시간 동안 런던 시내를 어떻게 겉핥기 식으로 구경할 수 있는가 하는, 뭐 그런 이야기가 되겠다.
지금에야 이렇게 무덤덤하게 말을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런던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는 거의 멘붕 상태였다. 바로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파리에 있었는데 파리만 해도 25일 당일에 관광지가 문을 닫는 정도였지 이렇게 교통까지 마비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반면 올해 크리스마스를 보낸 암스테르담은, 그래도 크리마스인데 이렇게 활발히 운영을 하다니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들어가볼 수 있었다.
사진은 런던 히드로공항 터미널 2에 도착해서 터미널 4로 이동하려고 히드로 익스프레스에 탑승하였을 때다. 히드로 공항에서 느낀점이라면 터미널끼리 이동하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는 것. 마지막 노선에서 볼 수 있듯이 히드로 익스프레스의 끝쪽 노선을 이용하여 터미널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데 물론 이 구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터미널 2에서 터미널 4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는데 바로 길 건너에서는 터미널 5로 가는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탑승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터미널 5에서 4로 이동하려면 터미널 2&3까지로 왔다가 다시 터미널 4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 셈이다.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 (패딩턴 역)까지 15분만에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던 12월 24일에는 터미널 사이를 이동하는 노선만 운행중이었고 런던 시내로 가는 노선은 운행하지 않았다. 24일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25일에는 터미널 사이를 이동하는 노선도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가장 편리한 방법이 미리 말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방법이고 (15분), 두번째로 편리한 방법은 히드로 커넥트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30분) 우리가 런던에 도착하는 12월 24일에는 히드로 익스프레스 뿐만 아니라 히드로 커넥트도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지하철 (언더그라운드 / 튜브)을 이용하여 1시간이 걸려 런던 시내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런던 시내로 출발하기 전 우리가 터미널 4를 찾았던 이유는 짐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터미널 2에 도착하였지만 나중에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는 터미널 4에서 타야했기 때문에 나중에 짐 찾을 때 편하기 위해 미리 짐을 터미널 4로 옮겨 놓은 것.
터미널 4에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내려 바로 0층에 있는 Left Baggage를 찾아 갔다. 짐을 맡기는 곳을 찾아보면 Left Luggage가 있고 Left Baggage가 있어서 유사한 이름의 다른 업체인 줄 알았는데, 같은 곳이었다. 이 곳에서는 짐을 맡아 주는 것 외에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다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업체는 터미널 2&3에도 있었으니 아마 터미널 5에도 있을 것 같다. 히드로 공항 뿐만 아니라 런던 시내 곳곳 지하철 역에도 지점이 있다는 것 같으니 아래 링크에서 다른 지점들을 확인해 보면 좋겠다.
https://www.left-baggage.co.uk/en/locations
우리는 약 10시간 정도 맡기고자 했는데 2시간부터 24시간까지는 짐 하나당 11파운드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짐을 맡기면 이렇게 Customer Ticket을 주는데 이걸 보관해 두어야 한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카드 계산이 가능하다.
짐을 안전히 보관한 후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런던 시내로 이동하였다. 12월 24일에 지하철은 운행하긴 하였지만 특정 노선의 일부는 운행하고 있지 않아서 타워오브런던에 가고 싶었는데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London Bridge역에서 내려 걸어가야했다. 이래저래 불편함은 있었지만 역시나 설레는 여행지와의 첫 만남. 영어 쓰는 나라이지만 역시 미국 영어랑 느낌이 많이 달라서 신문을 보면서도 즐거웠다. 런던 시내로 향하는 동안 정말 해리포터가 어디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런던 근교의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튜브같은 지하도를 지나 런던 시내로 나와 찍은 첫 사진. 이렇게 우리는 런던을 만났다. 이후 6시간 동안 죽도록 걸어다녔던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풀어놓는 걸로... 오늘 글의 교훈은, 여행이란 자고로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는 것이랄까. 의도치 않게 고생을 더하게 된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즐겁기는 했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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