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미리 투표기간을 가졌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포함하고 있어서 해외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충분히 투표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어 좋았지만, 문제는 이 때 투표를 해야할지 모르고 아주 일찌감치 일요일 오후 1시에 공연을 비싼 돈 들여 예매해 두었다는데 있었다. 기본적으로 토요일까지는 출근을 해야하고, 투표소까지는 편도 최소 2시간이 걸린다. 어쩌지,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토요일 일을 하루 쉬고, 금요일 저녁에 뉴욕으로 건너가서 토요일 오전 투표를 하고 다시 돌아오자, 생각하게 된 것. 물론 토요일 하루에만 아침에 갔다 저녁에 오는 일정을 짤 수도 있었지만 뉴욕 재외거주자 투표소는 플러싱에 있다. 플러싱은 미동부에서 (아마도)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는 곳. 가서 오랜만에 한국음식이랑 저녁이니까 소주도 마시자- 하는 생각으로 금요일 저녁 일정을 잡은 것. 오랜만에 먹는 한국음식은 뭘 먹을까- 많은 고민 끝에 결국 한국식 회를 먹었는데 이건 정말 만족스러웠기에 후기는 따로 남기는 걸로.
금요일 오후 6시에 연구실에서 출발하였다. 출발할 때부터 배가 엄청 고팠다. 이건 뭐, 투표하러 가는 건지 먹으러 가는건지. 그런데 정말, 이런 시골동네에 사는 건 너무 힘들다. 뉴욕이 가깝다지만 2시간이나 걸려서 한국음식 한번 먹자고 뉴욕까지 가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제대로 된 한국음식에 특히 소주 마시기가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버리는 거다.
차를 운전해 가는 동안은 간밤에 했던 5차 대선토론을 귀로 들으며 갔다. 우리는 미리 투표를 해야해서 마지막 대선토론을 보지 못하고 결정을 해야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남편보다는 특히 내가 마지막까지 누구를 뽑아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했는데, 마지막 대선 토론까지 보고 정말 대선일에 투표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다른 후보를 찍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투표하고 나서도 계속 마음이 바뀌어.....:(
보통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앞에 사고가 났다며 구글맵이 다른 길을 알려줬는데, 참 길이 예뻤다. 설렌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 들떠서 찍어댄 사진들. 구름도 멋지고 나무도 멋지고. 군데군데 꽃들도 예쁘다. 그리하여 도착한 플러싱에서의 밤은 정말이지 멋졌고, 그에 대해선 따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으니까 쑹덩 생략해 버리기로 하고, 바로 다음 날 투표소 현장으로 가보자.
Flushing에 있는 reception house에서 투표를 했는데, 근처에 가니 한국말로 투표에 관한 안내도 잘 되어있고, 특히 주차장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주차장에는 또 한국인 안내원이 한분 계셔서 투표소 입구를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조금 이른 시각이었던지 투표소는 썰렁해서 대기 없이 입장과 동시에 바로 신분확인을 하였다. 여권을 내미니까 한국내 주소지를 한번 확인하고, 내 지문을 찍고 난 후에 투표용지가 출력되어 나왔다. 이거 원래 이런 시스템이었는지 재외국민 투표 할 때만 인원수와 투표용지를 맞추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되게 신기했다. 그런데! 재외국민 투표는 3월 31일 이전까지 투표를 하겠다고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가능한 거였는데, 의외로 신청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것 같았다. 할아버지 한 분은 신청은 안했는데 정말 투표는 하고 싶으셔서 한참을 서서는, 정말 투표할 수 없는건지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하시더라. 괜히 마음이 안좋았던...
역대 후보자 수가 가장 많은 대선이라더니, 정말 투표지가 길고 빽빽한 느낌. 도장을 찍어야 하는 칸도 너무 작아서, 와- 이거 60대 이상은 손이 떨려서 미분류표가 많아진다더니, 손 떨리는 분들 제대로 도장 찍을 수 있겠나, 싶었다. 나도 왠지 소심해지고 불안해서 엄청 조심조심해서 도장을 찍고, 무효표 되지 않도록 번지지 않을 방법으로 잘 접어 입구에서 안내 받은 대로 봉투에 넣고 봉투까지 잘 봉한 다음 투표함에 넣었다.
한국에서였다면 슬렁슬렁 걸어가서 투표하고 학교 갔으면 됐을텐데, 2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까지 운전해 와서 투표를 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 투표 후에는 바로 한국식 짬뽕 먹으러! 플러싱 처음 가 본 거였는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홀딱 반하게 되어, 아마도 앞으로 자주 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상으로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선투표 해 본 후기 끝.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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