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입문 도서 추천 ::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최용범 지음
나는 고등학생 때 부터 국사 공부하기를 싫어했다. 스스로를 완전 이과형 인간으로 칭하며 이과 공부에만 열심이였지 대학 갈 때 필요도 없는 국사나 사회 공부는 무척 등한시 하던 철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역사 지식이란 정말 거의 없다고 해도 다름 없을 지경. 반면 남편은, 나와는 정 반대로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재밌어 했고 국사 공부를 열심히 했고, 결정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필요에 의해 한국사 자격시험(?) 까지 치르며 더 공부를 한 이후로 역사에 대해서, 특히 한국사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편이다.
비슷한 방향으로 정치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가 최근 생긴 변화들로 급격히 정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나에게 항상 역사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해주곤 했다. 지금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어떤 정치 노선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지, 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깊이 알고 싶으면 근현대사를 알아야 한다고.
배경은 이렇고,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친구랑 같이 알라딘 중고서점엘 갔는데 어떤 책을 볼까 고민하며 돌아다니다 역사 쪽엘 가게 되었고,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이 책을 뽑아 내게 되었던 것.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라곤 하지만 하룻밤에 읽어내지는 못했다. 너무 당연하게도ㅋㅋ 책 내부를 보면 역사를 순서대로 주욱 그냥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역사적인 순서대로 중요하거나 언급할 만한 사건들이나 개념들에 대해 짧게 기술한 내용이 묶여있는 형태. 문체도 소설체가 아니라 국사책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딱딱한 문체여서 사실은 책을 사면서도 내가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었었다. 책을 사기는 하지만 결국은 방 구석 어디에 놓여 먼지만 쌓이게 되지는 않을까?
그랬는데 결론은 생각보다 책장이 휙휙 잘 넘어가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정말 역사에 대해서 거의 지식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새로운 내용이고, 그래서 아주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여기저기서 파편적으로 들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들이 각각 작은 제목으로 엮여 배경과 의미가 상세히 풀이 되어있으니, 마치 잡다한 지식 서적을 읽어내는 것처럼, 막 지식이 쌓이는 게 느껴지는 거다.
책 뒷편에 있는 추천사. 이렇게 써 있지만 사실 근현대사 부분은 이 책에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책은 고조선 시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이야기를 엮고 있다고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야기는 기껏해야 몇 줄 정도일 뿐. 이 책은 그냥 고조선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의 한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또 이 추천사에도 그렇고 이 책에 대한 설명에는 가치 중립적인 서술이 돋보인다고 써있지만, 책 곳곳에 기술된 저자의 생각이 완전히 가치중립적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든다. 단순히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뜻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한가지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뭔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다른 식의 해석을 볼 때 좀 의아함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남편에게 SOS를 보냈다. 이거 왜 이런거야? 그럼 남편은 또 친절하게 자신의 생각, 그리고 그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남편과 되게 지적인 대화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서 뭔가 뿌듯해지기도 했다. 비록 기초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늦은 밤 위스키 잔을 기울이며 한국사에 대한 토론이라니!
아무튼, 이 책을 계기로 한국사에 정말 입문, 한쪽 발도 아니고 엄지발가락 정도는 담그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국사 책을 이제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좀 더 읽어보고 싶은데, 이 곳에서는 한국 책을 보고 사기가 참 힘들어서 난관이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외국인이 기술한 한국 역사를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일단은 일하는 학교 도서관을 살펴보니 e-book으로 읽을 수 있는 한국 역사서는 없었다. 일본 역사는 있는데 한국 역사는 없더라. 대체 왜????? 그런데 아마존에는 그래도 한국 역사책이 좀 있어서 (근데 이것도 우리 나라보다 북한에 대한 책이 훨씬훨씬 많아서 좀 충격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정말 큰 듯...), 어떤 책을 읽어볼까 좀 앞부분을 읽어보며 골라보고 있다.
생각보다 재밌게 아주 금세 읽어낼 수 있어서 아주 보람있었던 이 책은 송파구청역 안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7500원에 구입하였다. 책 상태도 아주아주 좋은데!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니 알라딘 중고서점 완전 좋아해야겠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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