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임신 초중기 (11주-14주), 입덧은 언제쯤 끝이날까 + First trimester scre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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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임신 초중기 (11주-14주), 입덧은 언제쯤 끝이날까 + First trimester screening


여전한 입덧으로 고생했던 지난 5월과 6월의 이야기.


10주가 다 되어가던 때 지난 첫번째 정기 검사에서 의사 선생님은 입덧이 이제 차츰 사라질 거라고 하셨는데 의외로 입덧은 꽤 오래 지속됐다. 강도는 조금 약해졌을지 몰라도 특히 아침이면 심해지는 메슥거림에 정말 계속 힘이 들었다. 


그리고 남들은 15주는 되어야지 배가 조금씩 나온다는데, 나는 14주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눈에 띄게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임신해서 그런거야? 그냥 배가 나오는거야? 알 수는 없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이렇게 배가 나와본 적 없으니 임신 때문에 그런거겠지 (애써 위로...).


아무튼, 이 시기에 해야하는 검사로는 First trimester screening이 있다.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chromosome 이상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건데 다양한 검사들 중 나에게 적합한 검사로 이 것을 추천 받았다. 만으로 35세 이상인 고령 산모의 경우 추천하는 검사의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아무튼, 이 검사는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복부 초음파는 정밀 초음파를 이용해야 해서인지 다른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야했다. 이전 정기 검사 때 예약 방법을 잘 말씀해주셔서 따로 전화로 예약을 잡고 지시에 따라 11주-13주 사이 날짜인 12주 하고 4일 때 되던 날 검사를 하러 갔다.


복부 초음파를 통해서는 아이의 목투명대의 두께를 측정한다고 한다. NT (Nuchal Translucency) scan이라고 불린다. 길이가 3.0mm까지만 정상수치라고, 그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다운 증후군이 의심되어 추가 검사를 해야한다. 혈액 검사는 몰라도 유독 이 NT scan의 경우는 13주가 넘어갈 경우에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꼭 11주와 13주 사이에 시기를 맞추어 병원에 가야한다.





검사 받으러 가는 날은 비가 무척 내렸다. 초행길이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차장도 잘 찾고 병원도 잘 찾아 조언대로 예약 시간 15분 전에 병원 도착! 내가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이 아니라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보험카드 검사도 하고 간단한 차트를 작성한 후 환자처럼 손목에 띠를 두르고 잠시 앉아 대기했다.


이 나라 병원 직원들은 다들 이렇게 친절한 걸까. 정말 너무도 친절한 초음파 테크니션이 복부 초음파를 진행해 주었는데 필요한 목투명대 두께 측정과 더불어 아이의 모습 이 곳 저 곳을 보여주고 여러장이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전송해 주었다. 특히 자그마한 아이의 발바닥을 볼 수 있었는데 친절한 테크니션이 우리보다 더 감탄하며 너무 귀여운 발바닥이라며 계속 발바닥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발바닥이 닮았네, 귀여운 아기 발바닥


초음파를 마치고는 잠깐 대기하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초음파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짧은 소견을 말해주고 나가셨다. 이후 혈액검사실로 가서 한 바이알 혈액도 뽑고 우리는 병원을 나왔다.


며칠 뒤 나온 혈액 검사도 아주 양호했다. 아이의 유전질환이 있다 없다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유전질환의 확률만을 알 수 있는 검사라고 하는데 타겟이었던 chromosome의 trisomy 확률이 아주 낮아서 굿 뉴스라는 담당 의사의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2주 뒤, 두번째 정기 검사.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정말 빨리 끝났다. 의외로 정기 검사 때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네, 라며 병원에 들어간지 30분도 안되어 나왔더랬지. 이 날은 지난번 처럼 혈압과 체중을 재고 담당 의사와 상담을 했다. 배가 조금 나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체중을 보니 4파운드나 늘었길래 좀 놀랐는데, 이 정도 체중 증가는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 그 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궁금한 것 있는지 상담을 한 후에 초음파는 없이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기계를 배에 갖다 대기 전에, 내가 심장 소리를 찾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 내가 기계를 가져다 댔는데 심장 소리가 바로 들리지 않는다고 절대 겁먹으면 안돼! 주의를 주었으면서 배에 기계를 가져다 대는 순간 바로 들리던 아이의 심장소리. 지금까지는 초음파에서 아이의 심장이 뛰는 모습만 봤는데 이렇게 심장소리를 들으니 또 기분이 새로웠다. 의사 선생님은 옆에 있는 남편에게 얼른 녹음해서 부모님께 들려드리라고, 아주 좋아하실거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때까지도 여전히 입덧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특히 병원에서 받아 와서 계속 먹고있던 비타민을 먹고나면 유독 상태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 비타민이 문제일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였다. 임신 초기에는 prenatal 비타민 안에 있는 folic acid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비타민을 꼭 챙겨먹어야 하지만 지금 시기는 (14주~15주 사이) folic acid가 필요한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만약 너무 힘들다면 비타민을 먹는 건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혹시 그래도 비타민을 계속 먹고 싶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젤리 형태의 prenatal 비타민을 사다가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젤리형태로 된 걸 사다 먹어보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들은 말로는 확실히 입덧이 심할 때에는 젤리 형태의 비타민을 먹는 편이 훨씬 덜 힘들다고 한다.


나는 입덧이 계속되는 이후 3주 정도는 비타민을 아예 먹지 않고 쉬다가 입덧이 조금 괜찮아 진 후부터 다시 비타민을 먹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다음번 정기 검사와 별개로 Lab과 Diagnostic Imaging 실에 가서 받아야 하는 검사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단은 15주에서 18주 사이에 받아야 하는 APF Blood Test. 정확하게는 Serum AFP screen for open neural tube defect (like spinal bifida)라고 한다. 예약도 필요 없이 그냥 해당 날짜에 Lab에 가서 피만 뽑으면 된다고.


하지만 19주에서 20주 사이에 진행되는 초음파는 또 따로 예약을 잡아야 했다. 이번에는 친절하게도 Diagnostic Imaging 실에서 예약 전화가 갈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병원을 나서자 마자 30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고 추천해주는 날짜들 중 하루 시간을 잡았다. 이 초음파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의 해부학적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목적이라고 한다. Ultrasound to check baby’s major anatomic structures (“anatomy scan”)라고. 검사 15분 전에 물을 1리터 마시고 오라고 하는데 (배에 물이 차 있어야 초음파가 더 잘 보인다고 한다)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임신을 하고 아무런 이상 증후가 없는 경우에는 총 3번 초음파를 하게 된다고 한다. 제일 처음 정기 검진 때 확인차 한번, 내가 이번에 한 검사 First trimester screening에서 아이의 목투명대 검사를 위해서 한번, 그리고 이번에 예약을 잡은 것처럼 20주 경에 하는 anatomy scan으로 한번, 이렇게가 끝이라고. 출산이 임박했을 때 아이의 크기가 자연분만하기에 괜찮을지 의심스럽다면 추가로 한번 더 할 수 있고, 이후 예정일이 넘어서까지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41주경에 또 추가로 초음파를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임신 기간 내에 3번 정도의 초음파를 하게 되는게 일반적이라고. 근데 나는 정기 검사 전에 출혈으로 한번을 더 했으니 앞으로 다른 이상이 없다면 총 4번의 초음파를 받게 되는 셈.


한국에서는 정기 검사만 가면 매번 초음파로 아이가 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여기서는 그러질 않으니 확실히 아이가 뭘 어떻게 하고 있나 조금 궁금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뭐, 별 문제가 없어서 그런거라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채 더워지기 전, 아주 화창하던 날씨.





병원을 나와서는 늘 가는 타이 푸드카트에서 늘 먹던 숩을 먹었다. 입덧 중에도 유일하게 속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말 일주일에 다섯번은 사 먹었던 음식. 그러보니 입덧이 끝나고 난 후엔 또 뜸해서 한참을 안먹었네. 내일 가서 사먹어야지.


+) 이 시기 받은 진료비는 아래와 같다.


First trimester screening 혈액검사 $118.00

First trimester screening NT 검사 $141.00

First trimester screening 의사 상담 $1,041.00


정상입니다. 한 마디 하고 나가버렸던 의사 상담비가 너무 비싸서, 미국의 진료비가 엄청나다는 게 이런 말이었구나 새삼 실감되던... 물론 전액 보험 처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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