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욕 방문에서는 미술관을 한 곳 가보기로 했다. 뉴욕에 가면 항상 중요한 건 다음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이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도록 뉴욕 미술관 몇번 못 가보겠다 싶었다. 미술관 중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사실 처음엔 구겐하임을 가자고 거의 결정을 했더랬다. 메트로폴리탄을 못가보긴 했지만, 너무 규모가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정말 선뜻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랬는데 남편이, 그래도 다른 곳들 보다 메트로폴리탄을 먼저 가보는게 좋지 않겠냐 제안을 하기도 했고, 구겐하임은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고서야 즐기기 쉽지 않다는 말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메트로폴리탄을 가보기로 결정! 첫 밤을 아름답게 보내고 다음날 아침, 메트로폴리탄을 찾았다.
조금 벗어난 얘기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만 보면,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메트로폴리탄을 줄여서 the MET이라고 부르는데, 그걸 이용한 유머가 하나 있었다.
Charlie: And first, I have to see the MET!
Joey: Ok, let me stop you right there. The Mets suck, ok? You wanna see the Yankees.
Charlie: No, no, no, not the Mets, the MET, singular!
Joey: Which one, they all suck!
Charlie: The museum!
Joey: (looking puzzled) I don't think so.
등장인물 중 조금 모자란 역할의 조이가 대학교수인 찰리와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찰리에게 뉴욕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찰리가 제일 먼저 the MET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자, 뉴욕에서 일생을 살았으면서도 (퀸즈출신) 조이는 the MET이 무엇인지 모르고 뉴욕 메츠, 야구팀을 말하는 줄 착각한거다. 그래서 양키스를 봐야한다고ㅋㅋㅋㅋㅋ 해서, 찰리가 Mets가 아니라 단수인 MET이라고 고쳐주니까 조이가 하는 말. Which one? They all suck! 이라고 대답하는 장면. 정말 웃겼는데.ㅋㅋㅋ 대본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Metropolitan Museum of Art
1000 5th Ave, New York, NY 10028
Hours
Sun-Thu: 10AM-5:30PM / Fri&Sat: 10AM-9PM
와우, 멀리서부터 알아볼 수 있었다. 실로 거대하던 건물. 주변엔 관광객들이 뉴욕에 관한 책자를 들고 서성이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미술관 앞으로 그림을 두고 파는 사람들도 많았고. 사람이 너무 많으려나, 살짝 걱정스러워 하며 입장하려는데, 전날 호텔에서 마시고 남은 병맥주를 가방에 넣고 있었는데 입구에서 걸려서 버렸다. 아이고 아까워라.
입장해서 양쪽으로 있는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되는데, 어떤 줄은 Cash Only이고 어떤 줄은 또 Credit Card Only 였기 때문에 미리 잘 보고 줄을 서야겠더라. 여기는 티켓을 구입할 때 원하는 가격만 내면 되는 기부 입장이라고 해서 어떤 시스템인가 궁금했는데, 그냥 돈을 내고 티켓을 받는거였다. 내가 티켓 값으로 얼마를 낼지 직원에게 말을 하면 해당 금액만큼만 카드를 긁어준다. 혹시 추천된 금액을 그대로 다 내고 입장할 생각이라면 굳이 줄을 서서 사람에게 티켓을 살 필요 없이 옆에 있는 티켓 구입 기계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계로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은 한명도 못봤...;; 원래 가격인 25불도 사실 그리 미술관치고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우리는 전체를 다 자세히 둘러볼 생각도 아니었기에 그냥 적당히, 양심적인 선에서 돈을 내고 티켓을 받았다. 티켓 윗쪽이 스티커처럼 띄어지는데 그걸 가슴팍에 잘 보이도록 붙이라고 안내받았다.
1박을 하고 난 후라 짐이 무척 많았는데 짐을 맡길 수 있는 곳도 티켓 판매하는 부스 옆쪽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줄을 서서 가서 짐을 맡기려는데, 세상에 맡길 수 없는 품목이 너무 많았다. 남편 백팩이 무거워서 맡기려는데 안에 노트북이 있으면 맡아줄 수 없단다. 그래서 내 핸드백을 맡기려니까 핸드백은 또 맡아줄수 없대. 그래서 그냥 외투만 맡겼다. 대체....!!!
조각부터 관람 시작. 규모가 있다는 박물관에라면 다들 이렇게 조각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 그냥, 예쁘구나- 생각하면서 휘휘 걸었다.
현대 미술 작품들. 피카소 마티스 샤갈 잭슨폴록 등등.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호안 미로의 작품이 많았던 것도 특색있었다. 미로의 작품은 모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사진에 찍힌 것 외에도 미술관 곳곳에 미로의 작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림트 그림 두점과, 멀리서 보고 달려와서 나 이 그림 대학 교양 수업 때 배웠던거야! 남편에게 신나게 자랑했던 모네의 그림. 클림트 그림은 생각보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감동 받았다. 넓은 미술관 한켠, 아주 모서리에 딱 두점이 놓여 있었는데, 시선을 무척이나 사로잡던. 클림트와 에곤쉴레의 그림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 뉴욕의 노이에 미술관도 한번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고흐의 작품들. 역시 고흐의 작품들은 고갱의 작품들과 가까이에 있었다. 그들은 죽은 이후 이렇게까지 오래오래 어딜가나 꼭 붙어 있게 될 줄을 알았을까? 사실을 안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고흐의 작품은 역시 실제로 봐야 그 매력이 보이는 것 같다. 정말 에너지가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고흐의 자화상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꽤나 흥미롭고 강렬했다. 아주 진귀한 물건인 냥 전시실의 가운데 모셔져 있었다. 엄청 비싸겠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예일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그림도 엄청나게 비싸다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또 시간을 들여 자세히 본 것은 해바라기. 고흐의 해바라기를 어리 때부터 무척 좋아했었다. 화분에 꽃인 해바라기도 수대로 다양한 그림들이 있는데, 그런 그림들은 어디 있나 찾아봤더니 역시 암스테르담에 있나보다. 역시 암스테르담엔 가보지 않을 수 없겠어.
전시장 중간에 이렇게 전시실마다 소장된 작품의 화가들 이름이 정리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고, 놓쳤던 부분들을 마저 훑었다. 무척이나 흡족한 회화관이었다.
2층 한켠에는 로댕 특별전시를 진행 중에 있었다. 눈에 익은 작품들, 지옥의 문, 생각하는 사람, 깔레의 시민들 등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2층의 나머지 전시관의 작품들도 천천히 구경한 다음 이제 나가볼까, 생각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근데 나가기 전에 화장실이나 들렀다 나가야겠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간 이집트 전시관에 홀딱 반해서 또 시간을 좀 보냈다. 너무 신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무서워하면서 신나게 구경했다. 근데 정작 여자 화장실은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나는 화장실 가기를 포기했다.
아, 2층에 있는 기념품 샾에서 엄청 예쁜 작은 조각이 마음에 들어서 하나 사갈까 생각하고 가격을 봤더니 6백불이 넘어서 기절할 뻔 하고 내려놓음. 하하. 놀래라.
규모가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에 대해서는 일단 편견이 생기고 가기가 꺼려지는데 메트로폴리탄은 생각보다 훨씬훨씬 좋았다. 정말 다음번에 제대로 공부하고 다시 오고 싶을 정도. 일단 기부 입장이라는 점도 장점인데, 이렇게 좋은 곳이라니, 다음엔 꼭 제 값 다 내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왔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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