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던 어느 주말, 먹방의 시작은 남편의 계란말이.
금요일 밤, 밥을 거의 다 차리고 어서 먹자! 하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계란말이가 먹고 싶단다. 계란말이? 그건 해본 적 없는데, 하며 곤란한 표정을 짓자 남편은 본인이 하겠다며 바삐 키친으로 갔다. 새삼스러운 일이다. 마요네즈 좀, 설탕 좀, 하며 나를 또 한참 부려먹더니 남편이 완성한 계란말이는
세상 맛있었다. 이렇게 하트 모양을 그릴 줄도 아는 남자였구나 내 남편. 다음 날 오전에는 출근 전 브런치 겪으로 에그인헬을 만들어 주었다. 시판 토마토 소스로 아주 간단하게, 정말정말 간단하게 만들어 준건데 남편은 참 맛있었나보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 남편은 답례로 나에게 오믈렛을 만들어 주었다.
별거 없어 보여도 안을 치즈로 가득 채웠고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내 입맛에 맞추어 고추도 넣고 버섯도 한가득. 말 그대로 취향저격 오믈렛이었다. 남편 말로는 내 입맛에 맞춰 본인 것과도 또 다르게 만든거라고. 정말 맛있었다. 맨날 먹고 싶다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된대. 참나. 케첩은 하트모양으로 뿌리려다가 실패했단다. 케첩이 갑자기 푸욱-하고 터져나왔다고.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네, 이건 내일 아침에 또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언제나처럼 당당히 쌩얼로 스벅으로 가서 벤티 핫 라테 두잔 사 와서 즐기고, 오후 느즈막히에는 남편이 먹고 싶어하는 잡채를 만들어주었다. 그러고보니 남편이 만들어 준건 일일히 사진을 찍어 두었으면서 정작 내가 만든 음식 사진은 없구나! 암튼, 저녁은 뭘 먹고 싶냐 물었더니 에그인헬을 또 먹고 싶단다. 그걸? 저녁으로? 너무 저녁 가까이에 잡채를 해주는 바람에 거한 저녁이 먹기 싫었나보다. 어쨌든 먹고싶다고 하니 다시 만들어 주었다.
버터에 구운 빵이 참 맛있었다. 저녁으로 먹는거니까, 야심차게 와인도 곁들였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우리 주말 저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번 우드버리 다녀오는 길에 들른 한인마트에서 먹태를 사왔더랬다. 그걸 버터에 살짝 구워서 고추랑 마요네즈, 간장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남편이 만들어주었는데 이거 정말 맥주 도둑. 한두병은 후루룩 그냥 마신다.
어느 새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 하나하나가 꽁냥꽁냥 소소히 즐거운, 이런게 사는 재미인건가, 하는 생각을 새삼 하는 요즘.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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