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밤, 와이키키 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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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밤, 와이키키 비치



  밤은 기분이 조금 우울했다.

하와이는  때문에  거여서 사실 자유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거의 일정이 끝난 늦은 오후-저녁 시간 .

모처럼 하와이까지 왔는데하루 쯤은 일정을 건너 뛰고  놀러다녀도 좋을거라 다들 생각들 하게 마련이니까, 그리  관련이 없는 세션이 진행되는 날에 몇몇 동료들은 와이키키 해변으로 뛰쳐나갔다. 그걸 지켜본 나도 그래서 왠지 하루쯤은 그래도 될거라고그러니까  날은 조금 일찍 나와 놀러 다니자고, 그럴래? 그럴거야? 남편에게 한 두마디 건네며 혼자 기대를 조금 했었더랬다. 남편은, 글쎄-, 봐서, 등의 흐리멍텅한 대답을 남기고는 일단은 각자의 일을 하러 헤어졌다 (같은 목적으로 갔지만 주로 일하는 건물이 달랐다). 그런데 결국 할일을 했다고 남편에게 연락이 온건 내가 있던 건물은 이미 모든 일정이 끝나고도 이미 한시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이런 남편의 유별난 고지식함이 싫었다.

남들  놀러나가는데, 하루쯤, 우리도 그냥  무시하고 나가서 놀면  어때! 왜 그렇게 혼자서만 잔뜩 고집이 가득해서는 뭐든 그렇게 제대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지. 대체 왜 혼자서만 그렇게, 고지식한건지. 불만에 가득 차 툭- 불어 있는 손을 붙잡고 남편은 묵묵히 와이키키 해변으로 나갔다






해질 녘의 와이키키 해변.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남녀들.

왠지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

 






사실 와이키키 비치는 기대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곳곳에 보였고 냄새가 나는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쌓인 인식의 영향인지, 온통 로맨틱한 연인들의 모습만 눈에 보이고 성난 마음이 나도 모르게 노곤노곤해 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쩌다가 지금 여기, 이 시간을 함께 걷게 되었을까. 아직은 부부라는 말이 어색한 신혼, 서로에게 익숙한 곳보다 익숙해 져야 할 부분이 더 많아 자주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걷는 것 만으로도 금세 다시 애틋해져 버릴 수 있는 결혼 2개월 차 신혼, 정말 아주 신혼.


구름은 또 어째서 저렇게 핑크색인거야- 남편 손을 잡고 우리도 뭇 연인들처럼 와이키키 해변을 거닐다 보니 뚱-해 있던 마음은 간 곳 없이 사라지고, 어느 새 나는 오늘 밤엔 뭘 먹을지를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고민하며 전혀 엉뚱한 대화도 하며 무작정 거닐다 보니 어느새 우리 숙소에서는 너무도 멀리 와 버려서 돌아가는 길엔 고생 좀 했었지. 정말 대책 없이 멀리멀리 걸어가 버리고 말았었다. 아무래도 이 날 밤 와이키키 비치에서 나는, 어떤 마법에라도 걸렸던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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