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 다큐 :: 푸드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 Ugly Delicious
다큐는 생전 찾아 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보게 된, 그것도 푸드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 가볍게 보기 시작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주제가 아주 심오하고, 이거 정말 깊이가 있구나 싶어 감탄하게 되었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뉴욕에서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MOMOFUKU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계 스타쉐프 데이비드 장과 그의 친구 요리 평론가 피터 미한이 말 그대로 세계 각 곳을 누비며 이제는 미국의 주류가 되어버린 외국 유래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음식 안에 스며들어있는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다큐멘터리이다. 2018년 2월에 릴리즈 되었다고 하는 걸 보니 얼마 안되었네. 나는 막 넷플릭스에 열리고 막 메인에 뜨면서 광고할 때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푸근한 호남형 David Chang
아직 미국 생활 초보라서 내가 먹었던 미국 음식이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던지도 잘 몰랐구나, 싶은 깨달음도 있었고 데이비드 장이나 피터 미한 뿐만 아니라 다큐 안에 등장하는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요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사실 진지하다는 말로도 다 설명이 안되는 그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자세에 감동하기도 하였다.
S01 E01 |Pizza
S01 E02 |Tacos
S01 E03 |Homecooking
S01 E04 |Shrimp and Crawfish
S01 E05 |BBQ
S01 E06 |Fried Chicken
S01 E07 |Fried Rice
S01 E08 |Stuffed
위와 같이 시즌 1의 에피소드는 모두 8개이고 각 45분 안팎의 길이로 짧지는 않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유래되어 어느새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버린 피자가 시즌 1의 첫번째 에피소드로 배치 된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처음 이 다큐를 보기 시작하면서 내 흥미를 사로잡은 작은 요소였다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피자로는 조금 유명한 지역이라 다큐의 첫 부분에서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가 나온다는 거였달까. 뉴욕의 유명한 피자집을 운영하는 쉐프가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피자집에서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자 데이비드 장이 추천하는 곳이 바로 뉴헤이븐의 가장 유명한 피자집 Frank Pepe Pizzeria였다. 이 피자집은 America's Number 1 피자로 꼽힌다고 하는 정말 뉴헤이븐에서 예일대 다음으로 유명한 곳일 듯. 이 곳에서 피자를 맛있게 먹는 쉐프의 모습 다음으로 바로 뉴욕의 다른 피자집에서 Frank Pepe Pizzeria 바로 옆에 살면서 항상 그곳 피자를 먹었었는데, 뉴욕의 이 피자가 그 곳보다 훨씬 맛있다는 한 손님의 고백으로 금세 감동이 꺾여버리긴 했지만...ㅋㅋ
Frank Pepe Pizzeria에서 가장 유명한 피자라면 화이트 클램이 올라간 피자인데, 피자에 클램을 올리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이 프로를 보면서야 알았다. 클램이 먹고 싶다면 피자를 먹지 말고 파스타를 먹어야지! 피자에는 클램을 올리는 게 아니야! 라고 정말 신념에 차서 말하는 뉴욕의 어느 피자집의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새로웠다. 근데 진짜로.... 화이트 클램 피자 정말 되게 맛있어요. 먹어는 보신건가요? 개인적으로는 Frank Pepe Pizzeria보다는 뉴헤이븐의 신흥 피자 맛집 Bar의 화이트 클램 피자를 추천하지만, 뉴헤이븐에 왔다면 Frank Pepe Pizzeria의 화이트 클램을 일부러라도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https://pepespizzeria.com/ 에서 가지고 온 white clam pizza 사진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한 것은 두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 부터이다. 타코는 다들 알다시피 멕시코에서부터 유입된 음식이다. 미국에는 멕시코에서 이민 (불법이든 합법이든 간에) 온 사람들이 아주 많고 그 사람들로부터 미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타코는 이미 미국 음식에서 절때 뺄 수 없는 음식이다.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문화와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을 익히 많이 들어왔지만,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러한 타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멕시코까지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 이미 성공한 쉐프가 자신의 멕시칸 푸드를 멕시코에서 멕시코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어하는 새로운 도전은 놀랍기까지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남다른 반항심리 때문에 남의 의견을 무작정 따라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데이비드 장이 도미노 피자는 나름 합리적으로 저렴하고 신속하게 괜찮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좋게 판단한 반면, 피자헛이나 타코벨의 음식은 쓰레기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이었다. 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음식(도 아닌 쓰레기)이라고. 나는 미국에서 도미노피자, 피자헛, 타코벨 중 어느 곳도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와닿지 않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를 진행하는 데이비드 장 역시 부모 세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주류가 아닌 인종으로, 다른 문화를 안고 있는 자신의 가족이 미국에서 적응하는 동안의 많은 아픔과 어려움, 고통들을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민자들이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눈길이 아주 따뜻하고 깊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세번째 에피소드에 와서야 나는 이 다큐의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 세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Home cooking. 데이비드 장 스스로 집에서 해 먹는 음식도 나오지만, 주요 테마는 땡스기빙을 맞이하여 부모님의 집으로 가서 제대로 된 한국식 땡스기빙 요리를 하는 내용이다. 요리를 제대로 배울 때 보통은 프랑스 요리부터 시작을 하고 데이비드 장 역시 그러했는데 결국엔 다시 한국음식을 제대로 요리하고 싶어졌다는 그는, 정말 맛있지만 정말 못생긴 한국식 집밥을 어글리 딜리셔스라고 말한다. 미국에 이민와서 정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사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이비드 장의 어머니를 보면서는 찡한 마음도 들었다.
이후 에피소드들에도 놀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었다. 네번째 에피소드의 주제였던 Shrimp and Crawfish에서는 미국에서 나도 무척이나 즐겨먹는 메뉴였는데, 크로우피쉬를 찌거나 굽지 않고 보일링 해서 각종 양념들과 함께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여기서 보일링 방법으로 조리를 한다는 사실이 독특하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그래서 이런 음식을 파는 가게 이름들이 다 boiling SOHO, boiling crab 등 보일링이 앞에 붙었던 거였다!) 이 음식의 유래가 베트남이었다는 것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러한 음식들을 소개할 때 미국 내에서 이 음식이 시작되었던 지역에는 물론 가고, 그 나라에까지 가서 기원과 문화를 살피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이민자들을 대하는 데이비드 장의 태도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이제 멕시코, 베트남, 필리핀, 한국, 인도 사람들은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경제활동도 하고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 막 미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이민자들(예를 들자면 무슬림이라던지)이 미국에서 새로이 자리를 잡기 위해 이렇게 음식으로 융화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데이비드 장의 질문에 칼 같이, 그들은 우리가 그랬듯 그들이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대답하는 베트남 이민자의 대답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분해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모자람에 분하다고는 하는데, 뭐랄까 데이비드 장이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그 음식들이 가진 문화를 미국 내에서 어떻게 잘 융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다른 나라 출신의 이민자들이 음식을 통해 어떻게 하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지 하는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베큐 편에서는 미국에서도 워낙 바베큐를 많이 하니까 미국의 바베큐 이야기와, 바베큐라고 하면 빠지지 않은 코리안 바베큐 이야기 등이 전개되었는데 의외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데이비드 장이 일본까지 찾아가서 맛 본 바베큐 구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데이비드 장은 고기를 굽는 숯까지 신경을 써가며 정말 온갖 정성을 다 들여 만드는 일본인 쉐프의 바베큐가 정말이지 너무너무 맛있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나중에는 안되겠다며 쉐프가 있는 곳까지 직접 돌아 들어가서 쉐프에게 감동의 포옹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머뭇 거리고 약간은 쑥스러워 하는 것 같은 일본인 쉐프의 눈가에 약간 눈물이 맺히려고 하는 장면을 볼 때는 나도 울컥했다 (바로 위 사진 속 저 아저씨). 이렇게 한점의 고기를 맛있게 굽기 위해 해 온 피나는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 뿌듯함 등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한 모습. 정말 요리의 세계, 쉐프들의 세계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무튼 문제는 이 것이다. 어글리 딜리셔스에 대한 가치 평가의 문제. 값 비싼 레스토랑에서 아주 아름답게 서빙되는 음식에 비해 이렇게 맛있지만 어글리한 음식들은 평가 절하 되어야 하는 것일까?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은 이러한 음식들에도 절대 적게 드는 것이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음식들은 이렇게 저렴하게 대충 팔려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 에피소드 stuffed에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유사한 음식인 속을 채운 라비올리와 덤플링의 대결을 보여주면서까지 데이비드 장이 이 다큐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게 보여지는 듯 했다.
단순히 요리 다큐라고 하기에는 문화적인, 사회적 이슈까지를 고루 다루고 있어서 깊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게만 보기에는 다양한 출연자들 (미드에서 보던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의 과감한 대화들이 이끌어내는 재미가 너무 크다. 여러모로 정말 잘 만든 다큐인 것 같다. 이 푸드 다큐 어글리 딜리셔스 Ugly Delicious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에 대한 잣대가 아주 높아져 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다큐는 잘 봐지지 않기 때문에 다음에 볼 다큐는 언제쯤일지 모르겠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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