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임신 중기 (15주-19주), 첫번째 태동, 그리고 안정된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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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임신 중기 (15주-19주), 첫번째 태동, 그리고 안정된 나날들


이 기간 동안 받았던 검사들은 15주에서 18주 사이에 받아야 한다는 APF Blood Test와 18주 즈음 받았던 정기 검진이 있다. 해당 주수에 원하는 날 아무 때나 가서 피만 뽑으면 됐던 APF Blood Test는 이틀 뒤에 나온 결과까지 아주 좋아서 한지 안한지도 모르게 그냥 지나갔는데 18주 즈음 갔던 정기 검진 때는 좀 속상한 일이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OB&GYN 대기실


정기 검진은 언제나 그랬듯 체중과 혈압을 재고 의사와 궁금한 점, 불편한 점들에 대한 상담, 마지막으로 아이 심장소리를 듣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날은 처음 이 병원에서 일하게 된 의사가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며 우리 진료실에 함께 들어왔다. 처음엔 당연히 괜찮다며 그녀를 환영했지만, 뭐랄까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아이 심장소리를 듣지 못했다. 가뜩이나 겨우 4주마다 한번씩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불안했는데 이럴수가! 지난 번에는 배에 가져다 대는 순간 심장소리가 들렸어서 실감하지 못했는데 정말 이 기계로 심장소리 듣는게 쉬는 일만은 아니구나, 생각되던 순간. 그 새로 왔다는 의사는 기계를 두번이나 바꾸어 가며 배 이 곳 저 곳을 무척이나 세게 꾹꾹 눌러가며 심장소리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간이 초음파 기계 같은 걸로 심장소리 없는 아이의 움직임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누워 있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의사 둘이서 아주 양호하다 괜찮다 하는 말만을 그냥 믿을 수 밖에.


사실, 이 시기쯤 되면 남들은 아이의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고도 남을 시기라는데 아직은 태동을 느끼지도 못했고, 지난번 진료 때는 4파운드나 늘어있던 체중이 이번에는 2파운드도 채 늘지 않아 있길래 아이의 성장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내내 걱정스러웠었다. 근데 막상 아이 심장 소리도 듣지 못하고 병원을 나서게 되니 정말 속이 상했다. 남편은 당장 일주일 뒤면 정밀 초음파 하러 갈테니 너무 걱정 말라며 나를 토닥였지만 (결국 이 초음파는 초음파 하는 직원이 오프라고 하며 또 1주일 밀렸다) 영 불편했던 마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 아이의 첫번째 태동을 느꼈다. 바로 그 다음 주, 19주에서 20주로 향하던 때에 이사 들어갈 집으로 가구 몇개를 옮기고 다시 살던 집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던 순간 뱃속에서 꿀렁, 하는 감각이…. 깜짝 놀라서, 어?!, 하고 잠시 있어봤지만 움직임은 그 때 뿐이었다. 남편은 내 반응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서, 왜 그래? 뭐야 왜 그래? 호들갑을 떨었지만 방금 내가 느낀게 태동이 맞나, 영 자신이 없었다. 그냥 배탈 날 때 장이 꿀렁거리는 느낌이랑 비슷한 감각이었다. 의사도 그랬고 다른 후기들을 봐도 처음 느끼는 태동은 뱃속에서 공기 방울 같은 것이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기엔 좀 더 묵직한 움직임이었달까. 


잘은 모르겠는데, 방금 OO이가 움직인 것 같아.

남편은 내 예상보다 훨씬 흥분하며 좋아하였다. 그래서 영 불안한 마음에 (이 때만 해도 뱃 속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있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잘 모르겠어, 그냥 장이 꿀렁거린건가. 장 트러블 같은건가. 태동이면 왜 한번만 이러고 말겠어, 등등 온갖 자신 없는 첨언을 덧붙였었지. 


그런데 그런 내 불안을 알기라도 한 듯 하루 이틀 지나며 태동은 좀 더 잦아졌다. 특히 가만히 있다가도 일하다 돌아온 남편 목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태동이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아서, 뭐야 벌써부터 자기를 엄청 좋아하나보다, 우스갯 소리도 할 만큼 (우스갯 소리였지만 남편은 무척 좋아하였다).


17주, 18주 즈음까지 여전히 남아있던 입덧도 점점 사그라들고, 이제는 임신 기간 중 가장 안정적이라는 임신 중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부풀어오른 배와 하루에도 몇번 씩 뱃속에서 아이가 보내오는 신호만 아니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도 없을 만큼 평화로운 나날. 그렇지만 하루하루 쉬지 않고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천천히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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