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남부, 카페 쿠루쿠마
치넨미사키 공원에서 조용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에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다.
오키나와 남부에는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식당 혹은 카페들이 많다. 그 중 한 곳을 꼭 가자! 생각했는데 우리가 오래 머무른 곳과 가까운 곳을 찾았더니 바로 여기, 카페 쿠루쿠마였다. 지도에서 얼핏 눈치 챌 수 있 듯, 산 위로 꽤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동안 계속 카페 쿠루쿠마가 곧 나온다는 푯말이 나왔다 사라졌다- 몇번을 반복했다. 대체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거야? 아직도? 더? 더? 하다 보니 결국 도착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곳. 이 전망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도 저 밖에 앉아서 밥 먹겠지 상상했는데 그게 안됐다. 식사 손님은 무조건 가게 내부에 앉아야 하고 저 외부 자리는 디저트나 음료 마시는 손님들만 앉을 수 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밥은 딴데서 먹고 여긴 커피 마시러 올걸,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도 얼른 밥 먹고 커피는 나가서 마시자- 했던 다짐은 얼른 이동해서 딴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카레와 스테이크 샐러드를 하나 주문했는데 비쥬얼은 나쁘지 않지만 맛은 그냥 그랬다. 배가 무척 고픈 상태였는데도 겨우 다 먹음. 수저도 처음부터 테이블에 잘 정돈되어 놓여 있었지만 작은 날파리 같은 것 하나가 젓가락 포장에 눌러붙어 있었다. 뭐랄까 창문을 자주 열어두는 것 같고 해서 어쩌다 들어온 거겠지, 싶어 그리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가격은 경치 값인지 꽤 비싸더라. 음식 맛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사실은 이래저래 불만족스러운 식사였지만 카페 내 외부는 예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나와서는 정원(?) 같은 곳을 산책하며 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행지에서의 한끼는 아주 소중한거라 투덜거림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그런 투덜거림조차 즐겁다. 마침 이 날이 추석 당일이어서 비록 옆 나라에 있지만 달을 보며 소원도 빌었다.
거름을 준 탓인지 어디서부턴지 모르게 짐승 똥 냄새가 나던, 그렇지만 아랑곳 않고 어둠 속을 걸으며 마냥 즐거웠던 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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