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스노클링을 하고,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기로 한 일정이었다. 비세자키 비치에서 열심히 스노클링을 하고 (너무 열심히 스노클링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진이 한장도 없어 후기는 남기지 못한다는 함정), 츄라우미로 이동하기 전 들른 식당이 바로 이 곳. 키시모토 식당. 사실은 처음엔 본점으로 갔었는데, 3시 정도로 점심시간을 훨씬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본점에는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본점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분점을 찾았다.
본점은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차할 자리도 마땅치 않아 보였는데 여긴 그래도 주차할 공간이 식당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다. 들어가면 바로 티켓을 뽑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어서, 먹고 싶은 메뉴의 티켓을 뽑아 직원에게 전달해 주면 된다. 우리는 키시모토 소바 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 그리고 쥬시라고 불리는 볶음밥을 하나 주문했다.
스노클링 하느라 손이 후달려서인지 잔뜩 흔들려버린 사진들. 오키나와 사람들의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소바는 면을 밀가루로 만드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오키나와에서 먹은 소바로는 여기가 두번째였는데 여기 소바를 먹고 나서야 이렇게 툭툭 끊기는 질감의 면이 오키나와 소바의 특징인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정말 그렇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질감이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대체 이런게 왜 맛있다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또 묘미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걸 보면, 그냥 오키나와 소바가 나랑 안맞는 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조금 짜기는 했지만 저 챠슈는 보드랍고 맛있었고, 국물도 보통 먹는 일본라멘들에 비해 깔끔하고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키시모토 식당. 분점이라 그런지 본점에 비해 사람이 덜 몰리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텅빈 가게에서 먹었다는 후기를 본 적은 없는데, 이 날은 이 식당안에 손님은 우리가 전부였다.
오키나와엘 다시 간다면 이 곳을 다시 찾을 것 같진 않지만, 몇 시간을 정말 열심히 스노클링을 하고 난 후, 촉촉히 젖은 몸으로 먹는 따뜻한 국물은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이 때, (그 때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누었던 고민과 그 진지했던 생각들이 오롯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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