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임신 후기 (38주-출산), 내진, 주변 정리, 그리고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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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임신 후기 (38주-출산), 내진, 주변 정리, 그리고 기다리기


이 시기에는 매주 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야만 했는데 38주 정기 검진 때부터 내진을 하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내진에 대한 경험담들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사실 그리 엄청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참을만 했던 정도? 


38주 검진 때에는 자궁문이 아주 닫혀있다는 말을 들었고, 39주 검진 때에도 역시 자궁문은 닫혀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자궁 경부가 아주 부드러워져서 곧 아이가 나올 준비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39주 검진 때 즈음에 아기가 언제쯤 나올지 슬쩍 물어보았더니,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는 여자 의사는 (아주 젊어 보였기 때문에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놓으며 결론은, 아이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 너무 당연한 건가.


되도록이면 예정일보다 아이를 빨리 낳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별 효과가 없어 보여서 무척 실망했다.


일단 정기 검진 예약은 40주, 출산 예정일까지 잡혀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출산을 할 때까지 매주 정기 검진을 나와야 한다고 한다. 의사는 다음 번 40주 정기 검진 때에는 non-stress test라는 것을 하자며 예약을 잡아 주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대체 무슨 검사인지 알수가 없어서 어떤 검사인지 물었더니, 태동이 있을 때 아이의 심박수를 측정하여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라고 했다. 한국말로는 태동 검사라고 불린다. 결과적으로 나는 출산 예정일 이전에 출산을 하였기 때문에 이 검사는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시기 즈음에는 집 안에 육아를 위해 추가로 들여놓을 가구들이나 육아 용품들이 어느 정도 다 들어와 있는 상태이기도 해서 틈이 날 때마다 집 안의 가구들 배치를 이렇게 저렇게 달리 해 보며 편할 것 같은 동선, 배치 등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출산 예정일 전 주에 한국에서 시어머님이 오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약 한달 정도 머무르실 예정이었기 때문에 어머님이 사용하실 간이 침대 등도 구입하느라 가뜩이나 좁은 집안이 가득한 짐들로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37주 이후부터는 언제 아이가 나와도 문제 될 것이 없는 정상적인 출산으로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늘 긴장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주말에 남편과 무얼 할 계획을 세울 때에도 그 전까지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무얼 하자, 하는 식의 조건부가 되어 버렸고, 매 주말마다, 이번 주말이 우리 둘이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일지 몰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 아이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시어머님이 오시기로 한 바로 전날 밤에는 출산 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러 다녀왔다.





임신 후기 때가 되면 아이의 청각이 매우 발달 된 상태라 영화관에서 큰 소리를 듣는 것이 아이에게 스트레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남편과 둘이 영화관 데이트는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갔다.


그리고 늘 오는 영화관인데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들어 찍어본 영화관 사진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Ralph Breaks the Internet, 2018)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이웃님의 추천을 받고 본 영화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재밌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깔깔거리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그리고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출산 전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관에서 회원권 비슷한 걸 끊어두어서 매달 자동으로 티켓 하나씩이 추가 되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몰아서 본다고 봤는데도 결국 티켓 하나가 남아버렸다. 한달 일찍 자동결제를 해지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까워서 내가 못가더라도 어머님이랑이라도 가서 보라고 남편을 설득해 보려했지만 결국 그럴 여유까지는 없었다. 혼자 가서 보고 오라고 해도 남편은 절대 안가겠지. 아까워라.....;(


영화를 본 다음날, 한국에서 시어머님이 도착하셨고 블프의 끝자락에 뜬 여러 딜들을 공략하며 다양한 쇼핑을 즐기느라 (우리는 이미 블프 때 지출을 많이 하였기에 대부분 어머님을 위한 쇼핑이었다) 며칠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주말. 


출산의 낌새랄까, 하는 어떤 이벤트들도 없이 하루하루가 순조롭게 지나갔지만 늘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몸의 변화를 살피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출산의 순간은 정말이지 무척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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