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003 :: 남편의 비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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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남편을 만나는데 점심을 먹을 때 우리의 화제는 단연코 대선, 그 다음은 우리 밤엔 뭐 먹을까?다. 아침을 먹을 때 점심 생각을 하고, 점심을 먹을 땐 또 저녁 생각이라니. 하지만, 함께 살아내는 데 있어 아침과 점심과 저녁에 무얼 먹어야 할지는 삶의 가장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삶의 길이 중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해야할 문제임에는 틀림 없다. 싫든 좋든, 하루 두세번은 무얼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저녁엔 뭘 먹고 싶어. 라는 생각을 둘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쉽게 풀리는 문제인데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이런 듯), 둘의 머리 속에 모두 글쎄- 라는 생각이 맴돌기 시작할 때면 문제가 커진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세상에서 글쎄,라는 대답이 제일 싫어! 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 역시 글쎄-라는 대답을 꽤나 자주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쳇.


어제는 기분이 조금 우울하기도 했고, 영 입맛이 없었다. 점심부터 시작된 고민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까지 계속되어 나중엔 아침에 먹으려고 사 둔 바나나 두어개나 먹고 치워버릴까 생각하기도 하고, 아니야 나는 괜찮더래도 남편은 제대로 먹어야지,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생각에 골몰하다가 나중엔 정말 화가 날 지경이 되었다.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던가!!!


입맛 없으면 내가 비빔국수 만들어 줄까?


집에 거의 다달을 무렵 남편의 제안. 주말에 종종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 먹긴 했지만, 국수를 만드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여서 (남편은 주방에서 주로 고기 굽는 일 담당이다), 남편의 제안이 어리둥절 했다. 하지만, 만들어준다니 굳이, 거절할 건 없으니까. 정말? 할 수 있겠어? 그럼 고맙지. 얌전히 따랐다.


남편은 닮걀이 삶아지는 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 헤매며 시행 착오 끝에 양념장을 만들어내었고, 나는 남편이 가장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국수 삶는 일을 도와주었다. 김치도 썰고, 또-


아무튼 완성된 비빔국수는 그리 예쁘진 않았지만 (사진 찍는 걸 까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남편 스스로는 기대한만큼 맛이 나오지 않았다며 투덜거렸지만, 하루 종일 울적했던 마음을 새콤하게 씻어내 주기엔 충분하게 나에겐 정말로 적절한 맛이었다. 비록 다음날, 그 다음날 까지, 스스로를 아내가 입맛 없다고 할 때 비빔국수까지 만들어주는 좋은 남편이라고 치켜세우는 모습은 볼썽 사나웠지만, 그래도 온 마음 다해 호응해 주었다. 이런 내가 정말 좋은 아내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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