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거꾸로 읽어야 제대로 보이는 세계사 이야기,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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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거꾸로 읽어야 제대로 보이는 세계사 이야기,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내내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어쩔 수 없이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읽으면서 이 책은 한국에 가면 꼭 종이책으로 구입해야지, 라고 내내 생각했다.

 

일단 나는 국사도 잘 모르지만 세계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이과생들은 세계사 안배웠다고, 라며 변명만 하는 무식쟁이. 그래서 일단 세계사 이야기라 겁이 났고, 게다가 그걸 원래도 어려운 이야기만 하는 유시민 작가가 썼다니 더 겁이 났었다.

 

그런데 이거 정말, 나같은 사람에게 딱인 책이었달까.

 

책은 사회주의의 시작에서부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세계사에서 기억해야 할만한 주요한 사건들을 추려 그 사건에 대해, 그리고 숨은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작가의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드레퓌스사건-진실의 승리와 더불어 영원한 이름 
2. 피의 일요일-혁명과 전쟁의 시대가 열리다 
3. 사라예보 사건-총알 하나가 세계를 불사르다 
4. 러시아 10월 혁명-세계를 뒤흔든 붉은 깃발 
5. 대공황-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6. 대장정-중화인민공화국을 낳은 현대의 신화 
7. 아돌프 히틀러-벌거벗은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 
8. 거부하는 팔레스타인-피와 눈물이 흐르는 수난의 땅 
9. 미완의 혁명 4.19-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10. 베트남 전쟁-골리앗을 구원한 현대의 다윗 
11. 검은 이카루스, 말콤 X-번영의 뒷골목 할렘의 암울한 미래 
12. 일본의 역사왜곡-일본제국주의 부활 행진곡 
13. 핵과 인간-해방된 자연의 힘이 인간을 역습하다 
14. 20세기의 종언, 독일 통일-통일된 나라 분열된 사회

 

책의 제목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인 이유는, 책이 지어질 때만해도 우리 나라를 지배하던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주입된 맹목적 반공주의, 냉전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고 공정한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사, 그래서 주류가 아닌 이야기라 그렇다. 책이 처음 발간되었던 때가 1988년이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조명되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들을 이때부터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니 새삼 놀랍다.

 

세계사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설명을 그대로 따라가기가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아주 재밌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다른 책들도 읽었는데, 그 다른 책들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언급되는 사건이나 단어, 인물들에 대해서 평소라면 모르니 그냥 넘어갔을 것을, 아, 이거 거꾸로에서 나왔던 건데! 생각하며 책을 온전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진 경험이 세 번이나 있었다. 정말이지 교양이 늘어난 기분.

 

워낙에 오래전 발간된 책이기 때문에 최근 책들보다 더 읽히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처음이라 훑는다는 느낌으로 완독해 내었는데, 조금은 더 천천히, 자세히, 꼭꼭 씹어 소화해가며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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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그분은 이 책을 두고 "1980년대 청년 지식인의 지적 반항"이라고 했다.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보아도 보탤수도 뺄수도 없이 정확한 말이다.

 

#01

군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쓸 수 있는 특별한 집단이다. 그리고 어떤 사회에도 군대를 능가할 만큼 큰 폭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 이때문에 군부가 자기 이익을 국가 이익이라고 착각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큰 문제가 일어난다. 오늘날 민주주의 나라에서라면 어디에서나 군대는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의 말을 잘 따라야 하고 또 잘 따른다. 이른바 문민 우위 (文民優位) 전통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이 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02

중세와 근대 유태민족 생존사는 일견 찬란해 보이는 유럽문명의 어두운 뒷골목을 더없이 적날하게 드러낸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아 넘긴 이후 로마 기독교 교회로부터 예루살렘 입성을 금지 당한 유태인들은 "신을 부정하고 예수를 살해한 음험하고 타락한 민족"이라는 죄로 유럽 각지에서 흩어져 살면서 모진 박해를 받아야 했다.

 

#03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일대 아랍국가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통일 아랍국가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던 아랍 민중은 이스라엘을 심장 깊숙이 들어와 박힌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간주하였으므로, 어느 나라의 지도자든 이스라엘과 타협할 경우 민중의 저항에 부딪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반면 이스라엘은 모든 기회를 활용하여 아랍국가들의 기세를 꺾음으로써 유태국가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할 필요가 있었다.

 

#04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은 백 년 전에 "나는 이제 죽지만 나로서는 의무를 다했다"고 유언한 유학자의 저항은 굴복시킬 수 있었지만, "나는 비록 죽지만 살아 남은 동지들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외치며 총살을 당하는 새로운 전사들을 꺾을 수는 없었다. 1954년 7월 21일 베트남 민주공화국과 프랑스는 제네바에서 휴전협정을 맺었다.

 

#05

이같은 디엠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전횡과 탄압에 항거하여 농촌에서는 무장투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방어와 자위를 위한 자발적 행동이었지 북베트남에서 지령한 것이 아니었다. 디엠과 미국 정부는 그들을 '베트콩(베트남 코뮤니스트)'이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개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디엠 군대와 미군한테서 빼앗은 총으로 무장했고, 붉은 깃발이 아니라 나름의 다양한 깃발을 들었으며, '인터내셔널'이 아니라 애국가를 불렀다. 무장투쟁이 점점 확산되어간 1960년, 마침내 남베트남 혁명세력은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을 결성하여 전면적인 무장투쟁에 나섰다.

 

#06

전세계는 숨을 죽이고 이 전쟁을 지켜보았다. 2차대전에서 위력을 과시하였고, 그 이후 발전을 거듭한 최신형 무기를 가진 세계 최강의 군대가 인구 3천만의 조그만 민족을 목졸라 죽이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미 백년씩이나 제국주의 군대를 맞아 투쟁을 전개해 온 베트남 민중은 저항전쟁을 필승으로 이끌 원칙과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 민중은 세 개의 돌팔매로 미국을 쓰러뜨렸다. 무장투쟁과 정치투쟁, 그리고 적군 설득공작이 그것이다.

 

#07

일본 집권층의 일그러진 역사의식과 잇단 망언은, 일본이 벌인 아시아 침략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한때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여 약탈과 학살을 저지른 나라가 세계에서 손꼽는 경제대국이 되어 자기네가 저지른 죄를 부정하는 것은, 기회만 닿으면 또다시 그런 짓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08

얼마 전 대통령이 된 로만 헤르초크가 취임 연설에서 "그 당시는 전쟁통이었고 스탈린은 그보다 더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나치 만행을 합리화하는 극우파의 주장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자는 다른 사람의 죄와 자기 죄를 비교할 권리가 없다"고 한 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다.

 

#09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것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승리를 거두어 일본이 군사대국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경우다. 이런 경우 거꾸로 돌아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가장 먼저 피 흘릴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에게 배울 것은 배우되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일본제국주의 찌꺼기, 다시 말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관료주의, 일제경찰의 유산인 고문과 인권유린, 친일 친미 사대주의, 분별 없는 왜색문화 모방과 일본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등을 깨끗이 싯어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민족의 생존과 독립을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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