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항상 안타까웠던 것은, 장을 보려면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정말 하루 날을 잡고 차를 몰고 나가 4시간은 돌아다니며 장을 봐야했기에 항상 나가면 장을 본 물품이 너무 많아서 운반하기가 너무 힘들다거나, 혹은 무리해서 장을 봐온 바람에 상해서 버려지는 물건들이 적지 않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마트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주말마다, 보통은 토요일 저녁 6시 정도에 물건들을 배송 받아서 한주, 혹은 두주간 신선하게 제품을 이용했었지. 근데 굳이 이마트 배송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집 밖으로 나가면 롯데마트니, 아니면 그냥 신선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로컬 마켓들이 워낙에 많이 들어서 있어서, 당장 필요한 물건은 퇴근길에 구입해 오면 되니 전혀 불편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로컬 마켓이라고 해도 꽤 멀어서 피곤한 퇴근길에는 대체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거나, 설령 가더라도 주말에 교외로 나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서 정말 왠만해서는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존 프레쉬 서비스에 대해 듣고 나서는 무척 설렜다. 우와, 드디어 제대로 된 곳을 찾았구나!
물론 아마존 프레쉬가 아니더라도 peapod 같은 신선 제품을 마켓에서 직접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배송료가 만만치 않고, 무작위로 선택되어 온 제품들의 질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너무 많다는 후기들을 많이 들어 선뜻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존 프레쉬는 선택되어 오는 제품들의 품질도 꽤나 괜찮다는 이용후기들을 들어서, 안심하고 시작해 봤다.
한번 주문시 마다 $40 이상을 주문하면 배송료는 붙지 않지만, 단점이라면 매달 적지 않은 이용료를 내야한다는 거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만 월 $14.99를 내고 아마존 프레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아마존 프라임도 매달 $9.99를 지불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적은 비용은 아니다. 그러니까, 아마존 프레쉬는 이미 아마존 프라임을 불만 없이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해볼만 한 서비스인 듯 하다.
https://www.amazon.com/AmazonFresh/b/ref=nav_shopall_afs_aaf?ie=UTF8&node=10329849011
아마존 프레쉬에 가보면 정말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신선하게 먹어야 하는 야채들부터, 과일이나 육류, 생선, 조개류, 그리고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까지. 오늘 주문을 하면 다음날 오전 중에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배송은 1층 로비, 집 앞, 혹은 벨을 누르고 직접 전해주는 방식까지 셋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집 앞으로 해도 로비에 놓여있더라. 아파트 규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배송 시간은 지역별로 다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오전 7시~10시, 10시~오후 1시 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었다.
배송된 모습을 찍어 본 모습. 신선하게 배송 되어야 하는 제품들은 아이스팩까지 꼼꼼하게 들어차 차갑게 유지되어 있었다. 배송된 초록색 박스는 다음번 주문시 배송 받은 위치에 내어 놓으면 다시 가지고 간다.
항상 2~3주에 한번씩 장 보러 가던걸 한달에 한번 정도로 대폭 줄이고, 틈틈이 필요한 제품들은 아마존 프레쉬를 이용해 보기로 하고 제품들의 품질과 가격 비교를 해 보았다.
일단 야채나 과일들은 우리가 주로 장을 보는 trader joe's에 비해 모두 비쌌다. 아주 미세하게 비싸거나 어떤 것들은 사기 꺼려질 만큼 비싸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필요할 때마다 소량씩 직접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면 이해할만 했다 (무엇보다 집 가까운 마켓보다는 훨씬 싸니까). 근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고기가 너무 비싸다는 것. 우리는 고기도 주로 trader joe's에서 구입하는데 가격도 훨씬 비싸면서 질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구입하는 항목에서 고기를 최소화하고 보니, 매번 40불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아져 버렸다. 2인 가족이라 과일도 매주 구입하려고 치면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한 게 아닌데다가, 야채들도 필요한 수만 주문하려고 하니 필요한 걸 다 장바구니에 넣어도 20불 30불 남짓, 나머지는 억지로 불필요한 걸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다. 이런 건 근데 3주에 2번 주문하는 식으로나 루틴을 잘 만들어 나가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엎친데 덥친 격으로 우리가 사용하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지난 달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 버렸고, 우리는 아마존 프라임 연장은 하지 않는 걸로 합의를 해 둔 상황이어서, 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아마존 프라임을 다시 신청하면서까지 이용하고 싶을만큼 좋은 서비스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서비스, 품질, 제품 가격에는 그리 큰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이용해 보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렸지만, 이미 아마존 프라임을 불만 없이 사용하고 있으면서, 매번 가까운 마켓에 가볍게 장을 보러 갈 때마다 40불 정도는 우습게 나오는 가정에서는 충분히 만족하며 이용할 만 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아, 위 사진에서 잘은 안보이지만, 나는 seedless watermelon을 주문했는데 배송은 honeydew melon이 되어버려서 문의를 했더니, 잘못 배송된 제품은 그냥 먹으라고 하고 그 비용은 환불해 주었다. 이런 세심한 대기업다운 서비스도 참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역시나 좀 안타깝기는 하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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