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의 마지막 날의 일정은 대략 이러했다. 사실은 하루 온종일 토론토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어도 괜찮아서 여유가 있었는데 전날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인지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꼭! 해야만 했던 두가지만 알차게 해치우고 다음날 아주 이른 새벽 비행을 위해 공항 근처로 잡아둔 두번째 호텔로 이동하였다.
그 꼭! 해야만 했던 두가지 중 첫번째는 바로 카사로마 방문.
Casa Loma 1 Austin Terrace, Toronto, ON M5R 1X8, Canada 찾아가는 법 Dupont역에서 도보 9분 Hours 9:30AM-5PM Tickets Adults (18-64) C$27.00 Seniors (65+) or Youth (14-17) C$22.00 Children (4-13) $17.00 |
설명만 들어서는 어떤 곳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고, 아무리 대저택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궁전이나 성 같은 것도 아니고, 개인이 사유하였던 저택일 뿐인데, 왜 그렇게들 못가봐서 안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카사로마가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오- 생각보다 멋질 것 같은데? 하는 기대감이 훌쩍 솟았다.
카사로마는 지하철 1호선 Dupont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면 찾아갈 수 있다. 구글맵을 사용하면 바로 찾아갈 수 있고 길도 거의 일직선 뿐으로 아주 찾아가기 쉬운데, 그 쉬움을 더 쉽게 해주려 가는 곳마다 푯말로 카사로마를 찾아가는 길을 표시해 주고 있었다. 카사로마를 찾아가는 길에는 긴 통화 중이어서 찾아가는 길 사진은 없으나, 이보다 더 찾아가기 쉬울 수 없을 지경. 카사로마는 아주 인상적으로 잘 구경하고 나왔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사진이 아주 많을 예정이다.
나는 시티패스가 있으니까, 표 사는 줄은 생략하고 금세 입장하였다. 입장하면 바로 나오는 홀 맞은편으로 무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주고 있다. 내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아주아주 길었다. 그래서 포기해야하나 생각했는데 이 줄이 정말 놀랍도록 금세 빠진다. 그러니까 절대절대 포기하지 말고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길! 오디오 가이드가 없었더라면 그냥 예쁜 집이네? 하고 말았을지 모르는데, 오디오 가이드를 순서대로 하나하나 들으며 카사로마를 한바퀴 돌고 나면 정말, 이 저택이 가장 화려했을 시절로 잠깐 가서 함께 파티라도 즐기고 온 듯한 감흥이 남는다. 한국어 지원도 해주기 때문에 절대 놓치지 않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언어를 말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받으면 된다. 무료에다 신분증 등을 맡길 필요도 없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입장하자 마자 야외 간이 카페로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는 걸로 투어를 시작했다. 앉아서 오디오 가이드 이용법도 좀 습득하고. 저 멀리 CN타워가 보인다.
그레이트홀 오른편으로 팰라트 경이 친구들과 함께 오락을 즐긴 공간에는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당구대도 있다. 그리고 식당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아주 큰 다이닝 홀.
그레이트 홀 왼편으로는 거대한 서재가 있다. 엄청난 양의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이지만, 실제 팰라트 경은 그리 독서를 즐기지 않았고 소장한 도서량이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이 곳에서는 연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특이한 바닥 무늬에 대해서도 한참 설명을 들었다.
팰라트 경이 가장 아끼는 공간이었다는 온실. 그리고 그 가족들만의 식사를 위한 공간도 옆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온실 문은 자세히 찍지 않았는데 그 문 두짝만해도 당시 엄청난 가격의 것이었다고. 집안 곳곳에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이 저택에만 50개가 넘는 전화기가 있었는데 당시 토론토 전역에 총 100여개의 전화기 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펠라트 경의 업무공간. 책상에 대해 애착이 강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책상 맞은 편 숨은 공간에 비밀 계단이 있어서 그 계단을 통해 2층 침실 쪽으로 들어 설 수 있었던 것. 실제로 1층을 구경하는 것은 여기가 거의 마지막이라 나는 중앙 계단이 아니라 그 비밀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비밀 계단을 통해 올라오면 바로 팰라트 경의 침실로 들어설 수 있다. 나만을 위한 저택을 설계하며 이렇게 구석구석을 내 마음대로 내 편의대로 만들 수 있었다니 정말 신났겠다. 침실 천장의 무늬도 아주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기했던 것은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 진 이 저택에 있는 정말 신식의 욕실이었다. 화장실도 완전 신식이고, 욕조 옆으로는 이렇게 온도 조절이 가능한 샤워시설도 있다. 물론 물의 온도는 팰라트 경이 샤워를 시작하기 전 하녀들이 각기 다른 온도의 물을 미리 준비해 둬야 했다고 하기는 하지만.
이어진 곳은 팰라트 경 부인을 위한 공간들이다. 그 시절만 해도 부유한 집안에서는 부부가 각기 따로 방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팰라트 경 부인만을 위한 침실, 응접실, 그리고 화장실까지. 정말 대단하다! 침실은 당시부터 유행했던 웨지우드 장식을 이용하였다고. 그리고 창 밖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이 한 눈에 보인다.
2층에서 내려다 본 그레이트 홀의 모습.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멋지다.
이 저택에는 손님들도 아주 많이 초청되었기 때문에 가족들만을 위한 공간 뿐만 아니라 손님들을 위한 공간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게. 이 중 하나에만 묵을 수 있었더라도 행복했겠다. 이 때만 해도 팰라트 경은 자신의 저택에 영국 왕실을 초대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여, 그를 위한 스위트룸도 마련해 놓았지만 팰라트 경이 저택에 머무는 동안 꿈은 실현되지 못하였다고.
2층까지 둘러보고 나니 무척 힘이 들어서 1층과 2층 사이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럴 것도 없었던 것이 3층은 아주 단촐하다. 하녀들을 위한 공간들이라 그렇게 우와-하면서 볼 것도 없고, 이런 저런 전시품들은 그냥 휙휙 보면은 되니까.
3층에서는 탑으로 올라가 볼 수도 있다. 나도 하나의 탑을 선택해서 올라가 보았다. 계단이 아주 무시무시하고 올라가다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당혹스러울 수 있는 구조라 조심조심. 역시 그래도, 기왕 왔으니 올라가 보는 게 좋을 법한 전망이었다.
내부를 다 관람한 후에는 정원으로 나와 분수를 바라보며 앉아 시간을 더 보냈다. 날씨도 좋고 물 소리도 좋고, 바람도 참 좋았다. 남편이랑 같이 왔더라면 정말 더 멋졌을텐데. 2시간 정도를 카사로마에 정말 몰두해서 흠뻑 빠졌다 나오고나니 문득 쓸쓸해졌다.
다시 Dupont 역으로 돌아가는 길. 뒤돌아 몇번이나 저택을 눈으로 확인할 만큼, 자리를 뜨는게 아쉬웠다. 하루의 시작부터 이 곳에서 가진 체력의 대부분을 너무 다 사용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서 이후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하였지만) 후회되지 않을만큼 멋진 곳이었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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