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가 생겼다. 정말 생각도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한국에 갔다가 엄마 가게에 들렀더니 식구가 하나 늘어 있는 거였다. 주인공은 바로 이 아이.
고양이다.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모르고 밥을 먹다가 어느 순간 쉬리릭하고 주변을 지나가는 까만 형체에 깜짝 놀라서 저게 뭐야! 했는데, 고양이였던 거다. 영문을 몰라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알고 보니 사연이 기구한 고양이였다. 이 까만 고양이는 아주아주 애기때부터 엄마 가게를 서성이던 길고양이였단다. 마침 가게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집에 고양이를 기르고 계셔서 집에 있는 사료를 가지고 와서 밥을 조금씩 주시기 시작하셨다는데, 그렇게 오가며 생사만 확인하던 아이가 어느 날 한 쪽 눈에 피를 철철 흘리며 가게를 찾아 왔다는 거다. 알고 봤더니 까만 고양이가 자꾸 돌아다니니까 바로 옆 가게 남자 주인이 재수 없다며 철로된 긴 무언가를 집어 던져서 그걸 맞고 눈을 다친 거란다. 그 남자 주인에 대해서는 더 말하면 공개 불가의 글이 될 듯 하니 더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아무튼 그렇게 피를 흘리며 찾아온 고양이가 너무 가엾어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예방접종도 맞으라고 해서 시기에 맞추어 병원에 데리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너무 정이 들어서 이제 가게 밖으로 내보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그래서 어느 순간 식구가 되어 버렸다고. 우리 집에는 이미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어서 갑자기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끼여들면 힘들어 할까봐 지금은 가게에서 살고 있는 중이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그냥, 나비란다.
다른 고양이 밥을 조금씩 가져다 먹던 이 고양이는 이제 이름도 생기고 집도 생겼다.
고양이를 가까이서 보는 건 생전 처음이라서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너무 예뻐서 가까이 가 놀고 싶은데 처음에는 엄마한테만 껌딱지처럼 붙어있고 내가 가까이만 가면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 버려서 얼굴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근데 이제는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와서 장난도 걸고 발도 툭 치고 가고 그런다. 엄마도 강아지만 키워 보시다가 고양이를 곁에 두고 보니 강아지랑 너무 다르고, 애가 영리하고 깔끔하다며ㅋㅋ 괜히 집에 와서 엄한 개를 구박하심ㅋㅋ.
오늘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 가게에 들러서 나비랑 작별인사 하면서 찍은 사진들. 조금 친해졌나 싶은데 이별이라니. 좀 서운하고 그렇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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