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 임신 31주에 들은 Childbirth Education Class
출산 시기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불안함도 커져서 조금 고민을 하다가 예일 헬스 센터에서 제공하는 Childbirth Education Class를 들어보기로 했다.
병원에 첫 검진을 갔을 때 받았던 패킷에 들어있던 추천하는 클래스는 이렇게 세가지가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Childbirth Education Class도 그 중 하나였다. 클래스를 다 듣고 나서 생각보다 클래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탓에 나머지 클래스 두가지도 예약을 해 둔 상태고 1~2주 안에 모두 듣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할 Childbirth Education Class는 남편과 함께 가서 듣는 비용이 99달러였다. 매주 한번씩 3주동안 가서 듣는 클래스랑 토요일에 가서 한번에 다 듣는 클래스가 있는데 우리는 토요일 하루만에 끝나는 클래스를 선택해서 들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 30분에 끝이 나는 꽤 긴 클래스이다. 클래스 설명에 임신 7, 8개월 차에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되어 있어 시기에 맞추어 신청해서 갔던 것.
홈페이지에서 비용을 결제하고 나니, 당일에 가지고 와야할 준비물 등 지시사항이 전달되었다. 담당 강사는 예일대 School of Nursing의 임상 교수인 분이었고, 준비물은 베개 2개랑 가벼운 담요 하나,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간단한 스낵과 마실 것 등이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는 시간은 화장실 가는 시간과 함께 아주 짧게만 주어질 것이라며, 클래스에서는 물론이고, 출산 때에는 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어서 공포감 조성....ㄷㄷㄷ
교육 당일. 아침에는 조금 일찍 나와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간단히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랑 샐러드를 구입해 왔다. 15분 정도 일찍 갔더니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한 거였던. 셋팅되어 있는 의자를 보니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총 여덟 커플이 수업을 듣는 모양이었다. 각 커플을 위한 의자와 수업 자료 2종류가 각 1부씩. 그리고 의자 뒷편에는 요가매트가 놓여있었다.
Part 1. Labor + Birth Overview
Stages of Labor + Birth
Warning Signs
Breathing + Relaxation for Early Labor
Dealing with Pain
Part 2. Active Labor, Transition and Natural Birth
Progress in Labor + Birth
Comfort Measures
The Labor Tool Box
Strategies + Preferences
Part 3. Medical Procedures
Standard procedures such as fetal monitor
Induction
Epidural
Interventions if there are complications
Cesarean
수업에서 커버하는 내용들은 위와 같다.
첫 파트는 출산 당일 병원에 가기 전까지 과정,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통이 올때, 혹은 다른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병원에 연락을 취하면 되는지, 병원에 가기 전에 먹으면 좋은 음식과 가져가야 할 것들 등 아주 실용적인 내용부터 시작해서, 진통이 올 경우 그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까지. 강사가 말과 글로 열심히 설명을 한 뒤, 영상을 보며 그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방식이었다.
다음은 병원에서 실제로 분만 과정에 돌입했을 때, 역시 진통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위주로 설명해 주었는데, 이 때 분만으로 빨리 가기 위해 어떤 운동...이랄까 움직임을 하면 도움이 되는지를 남편과 함께 실습까지 하며 열심히 배웠다.
마지막으로는 병원에서 자연스러운 분만에 실패했을 경우나, 혹은 자연스러운 분만을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도록 받을 수 있는 의료적인 도움에 대한 내용을 배웠다. 예를 들면, 무통 주사, 유도분만, 제왕절개 수술 같은 것. 에피듀럴로 알려져 있는 무통 주사 외에 다른 진통제들의 옵션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고 각각의 장단점,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통 주사도 전혀 없이 아주 자연주의적으로 분만을 한 경우와, 무통주사를 맞은 경우, 유도분만을 한 경우, 제왕절개를 한 경우들의 (아주아주 사실적인) 실제 사례 동영상도 빠짐없이 보여주어서 좋게 말하면 아주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분만에 대한 공포감이 한층 더 심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여덟 커플이 각각 출산 예정일이 언제인지, 아들인지 딸인지 등 간단하게 소개를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추천하는 시기에 맞추어 갔더니 대부분이 우리와 출산 예정일이 비슷했지만 (우리랑 출산 예정일이 완전히 똑같은 커플도 한 커플 있었다!) 한 커플은 바로 다음 달에 출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아마 지금쯤 출산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 커플의 여자분 같은 경우 출산 비디오를 보면 볼수록 얼굴이 사색이 되고 나중에는 멘탈이 좀 나가버린 것 같았다.
이렇듯 수업을 통해 병원에 가기 전부터 병원에 도착해서 출산이 완료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잘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각 출산 단계에서 남편들은 어떻게 아내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지를 참 자세히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남편도 그 점에서 아주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출산 과정에서 생각보다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 좋은 점들도 많고, 그런 것들을 배우고 나니 출산이 꼭 나 혼자만 겪는 이벤트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출산 비디오들 보면 오랜 진통과정 끝에 아이를 안아든 남편들이 아내만큼이나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날 수업을 듣고 나니 그 비디오 속 남편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이날 강사분이 간호학 임상 교수여서 그런건지 몰라도, 출산 과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사지 같은 것, 몸을 어떻게 움직이도록 도와 주면 좋다 하는 내용들을 가르쳐주실 때, 자궁 주변의 해부학적인 정보, 장기나 뼈, 근육 같은 것들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며, 결국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 이 근육이, 이 뼈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마사지가 좋다, 이런 움직임을 하면 좋다 하는 식으로 아주 체계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런 면에서 뼛속까지 과학자인 남편의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수업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파트너가 아닌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팀을 짜서 간단한 게임을 하고 수업은 끝이 났다. 3시 30분에 수업이 종료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작 끝난 시각은 4시 정도. 강사는 마지막까지, 오늘 수업 듣느라 고생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은 겨우 6시간이었지만 출산은 12시간은 될거니까 부디 힘을 내라며 겁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는 무슨 하루 클래스에 베개에 이불에 별걸 다 가져오라고 하나 하는 생각에 수업을 가기 전에 취소하고 싶은 유혹도 좀 있었고 내내 좀 못미더워 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그래서 바로 나머지 두개 클래스도 수강 신청을 하게 된 것. 실제 출산을 하게 될 병원 투어도 곧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차근차근 수업을 받다보면, 정말 어느새 출산일 것 같다. 무서워 죽겠다.ㄷㄷㄷ
사진은 수업하던 날, 화장실을 가는 길에 귀여워서 찍어본 병원 내의 할로윈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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