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비싼거 왜 사요? 기본기 충실한 저렴한 엘츠 베베 보행기 사용후기 + 보행기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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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 비싼거 왜 사요? 기본기 충실한 저렴한 엘츠 베베 보행기 사용후기 + 보행기에 대한 생각들

 

지금도 보행기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기억에서 지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보행기를 당근마켓에 내놓고 판매가 결정되면서 보행기 이야기도 블로그에 한번 해볼까, 생각하며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지 떠올려 보았다. 그랬더니 보행기를 사던 때의 사건들이 하나 둘 생각나기 시작한 것.

 

나는 애초부터 보행기를 사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아기는 8개월까지 미국에서 생활했었는데, 기본적으로 미국에서는 보행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말라고 병원에 갈 때마다 매번 의사가 얘기할 정도. 나라에서 금지한 정도는 아니지만 사용하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이다.

 

보행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보행기를 하면 아기가 걷게 되는 시기를 단축시킨다는 생각들이 있었지만 연구결과 그건 사실이 아님이 이미 판명되었고 (오히려 아기의 발달을 늦춤), 미국과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보행기 관련 사고가 해마다 아주 많이 일어나고 그 중 사망 사고도 적지 않다는 사실. 보행기 사용에 대한 득은 전혀 없으면서 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보행기는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잘 발달하는 경우에는 보행기를 사용할 때 그냥 아기의 걷는 시기를 조금 늦추게 될 뿐이지만 만약 발달에 장애가 있는 아이가 그걸 모르고 보행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정말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그냥 사용하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뿐이지만,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보행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매장에서 판매하거나 광고하는 것이 안되고, 중고로 판매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https://www.huffingtonpost.ca/2015/11/20/why-are-baby-walkers-banned-in-canada_n_8609678.html

 

Why Baby Walkers Are Banned In Canada

The baby walker ban officially became law in April 2004, after 15 years of retailers not selling them on a voluntary basis.

www.huffingtonpost.ca

관련 링크 첨부.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보행기의 구입은 내 머릿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고려사항이었다.

 

그런데....

 

아기가 10개월이 되어가는 즈음에 나는 아기를 다른 분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아기를 돌봐줄 이모님 면접을 볼 때, 대놓고, 보행기 왜 없어요? 보행기 없으면 애 보기 너무 힘든데? 라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고 (어이상실....), 실제로 우리가 아기를 돌봐주십사 부탁드리기로 한 이모님조차 일을 시작하고 1주일도 되지 않아 보행기 타령을 시작하셨던 것. 

 

이 시절에 우리 어머님이 아기를 보려고 우리 집에 자주 방문하셨었는데, 어머님과 이모님이 친해지셔서 두분이 동시에 나에게 직접 + 전화로 아기 보행기 구입을 종용하셨다.

 

어머님에게는,

 

보행기는 아기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보행기 사용에 따른 사고도 많기 때문에 미국 병원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했고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 말을 거짓말 안하고 10번은 했음. 그랬는데도 어머님은 귀를 닫으셨고 그래서 나는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남편에게도 어떻게 압박이 들어갔는지 남편도 나에게 보행기를 사지 않는 이유를 물어서, 똑같이 대답해주고 관련 링크도 보내줬는데, 바빠서 못봤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내가 정말 그렇게 확고하게 생각하면 사지 말라는 식으로, 보행기를 사는 것을 반대하는 건 이 집에 너밖에 없다는 식의 말을 던지고... 이 때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아니,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보행기를 엄마가 사용하지 않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걸까?

 

오기로라도 보행기를 사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기는 했다.

 

아기를 돌보시는 분이 보행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유일한데, 아이를 보행기 안에 넣어서 꼼짝 못하게 한 후 잠시라도 본인 볼일을 보기 위해서다. 뭐 집안일이라든지... 그런데 우리는 집안일은 다 필요없이 오로지 아기만 봐달라고 부탁드렸기 때문에 그건 이유가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기면 아기 앉아서 밥 먹는 하이체어에 잠깐 아이를 앉혀두면 마찬가지로 아이가 꼼짝 못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여러번 말씀도 드렸었고... 그런데 하이체어에 아이가 갇혀 있는 것보다 보행기 타고 그래도 좀 움직이며 노는게 아이를 방치하고자 하는 보호자 마음이 더 편한건지 그렇게 보행기 타령을 하셨고, 그래도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 아이가 이제 좀 커서 그런지, 하이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나려고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도 커지면서 하이체어를 휘청휘청 하게 만들 정도로 몸을 움직이기도 했고 (이런 이유로 이 시기에 하이체어도 바꿈), 그래서 하이체어에 아기를 앉혀두고 딴 곳을 보고 일을 하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는 화장실을 갈 때나 샤워를 할 때에도 하이체어에 아기를 앉혀서 같이 욕실에 들어가곤 했는데, 사실 가족이 아닌 이모님께는 이렇게까지 부탁드릴 수는 또 없는 문제니까. 이모님을 위해 보행기를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그래서 하루 10분 정도만 사용해 주십사 다짐에 다짐을 받고 보행기를 구입하였고, 그렇게 구입한 보행기가 바로 엘츠 베베 보행기였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렇게 긴 서론의 요약 삼아 하고 싶은 말은, 보행기 너무 좋은 거 사서 오래 태워주며 좋아하지 말고, 기본만 되는 걸로 저렴하게 구해서 정말 꼭 필요한 때 하루 10분~20분 정도 잠깐 올려두는 정도로만 사용하면 어때요? 하는 거다.

 

사실 나는 한두달 정도 사용할 요량으로 보행기 대여도 알아보았는데, 대여하는 보행기는 원가가 비싼 제품들이라 그런지 한달 대여료가 4~5만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구입한 엘츠 베베 보행기는 저렴하게는 (6만원에 가까운) 5만원 대, 아니어도 6만원 초반대에 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

 

어차피 보행기에 아기를 장시간 올려놓을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기본만 되는 보행기를 저렴하게 구입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긴 보행기이다. 저렴하지만 앞에 가지고 놀 장난감도 그래도 몇개 있다. 버튼 누르면 불빛도 나고 음악도 나오고 그런다. 다른 비싼 장난감보다 화려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기는 신기해하며 좋아해주기는 했다. 

 

 

 

상세샷들. 나름 3단계로 높이 조절도 된다.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서 저렴한 가격에 아주 만족하며 잘 사용하였다.

 

나는 결과적으로 아기가 10개월이 넘었을 때 보행기를 구입한 셈이 되었고, 이 때는 아기가 무엇을 붙잡고 겨우, 겨우 서기 시작하던 때였다. 게다가 처음에는 아기를 보행기에 넣었을 때 너무너무 싫어하고 울었기 때문에 하루 1분 이상 거의 태우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가 11개월쯤 되었을 때 부터? 하루 10분 정도 태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번에 10분도 아니고 진짜 화장실 갈 때 잠깐, 청소할 때 잠깐, 해서 하루 다 합한 시간이 10분 정도였던 거다.

 

아, 그리고 아기가 처음에 보행기 타기를 싫어했던 건 엘츠 베베 보행기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이 때 친구집 가서 국민보행기라고 하는 다른 보행기에도 여러번 넣어보았는데 그때도 기겁하며 오열했었다. 그냥 보행기가 싫었던 것 같다.

 

아기는 13개월이 되던 때부터 곧잘 걷기 시작했고, 스스로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오히려 보행기를 불편해 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 시간은 길어야 3개월? 2개월?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집에서 아기를 볼 때 보행기를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이모님이 아기를 보실 때 이용하신다는 것만 알았지만, 이 시절 되게 병적으로 CCTV 확인하면서 보행기 얼마나 태우나 지켜봤었다. 사실 뭘 붙잡고라도 혼자 설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발달한 상태부터 보행기를 태운거라 이렇게까지 체크할 사항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냥 이 때 결국 보행기를 사고야 말았다는 사실이 스스로 너무 짜증이 나고 그래서, 암튼 그랬었다.

 

시기가 한국에 막 도착해서 오랜만에 일을 시작하던 때. 게다가 처음으로 아기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하던 시기여서 더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지금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 때 너무 화가 많이 났어서 어째서인지 보행기 후기 글이 분노의 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길게 쓸 생각도 아니었는데....

 

육아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행기를 태우는 사람들을 비난할 목적의 글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나도 보행기를 태웠다). 단지, 많은 엄마들이 남의 말에 휘둘리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현명하고 건강하게 육아를 잘 해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

 

이 보행기는 오늘 밤 다른 아기의 손에 넘어갈 예정인데, 기념하여 쓴 보행기에 대한 생각들 + 짧은 엘츠 베베 보행기 후기 끝!

 

아, 이거 진짜 보행기 후기라고 하기 민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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