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 밝은 날의 에펠탑도 물론 멋지지만 금빛으로 반짝이는 밤의 에펠탑은 정말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지. 어딜가나 기념품을 사는데에는 그리 취미가 없는 편인데, 금빛으로 빛나는 에펠탑 장식물은 조금 큰 걸로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가는 곳마다 찾아보았지만 만족스러운 완성도의 기념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사고 싶었는데... 이건 굳이 파리가 아니어도 구입할 수 있을 듯 하여 집에 가면 아마존 같은데서 찾아보자, 생각했는데 아직 찾아보질 못했네...
아무튼, 적당히 어두워졌을 때, 우리는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과 에펠탑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샤이오궁은 워낙 넓게 존재하고 있어서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도 워낙에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예전의 장소에서의 접근성을 생각하여 Trocadero (트로카데로)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고민할 것도 없이 역에서부터 에펠탑을 찾아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고, 표시를 따라 외부로 나가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저 멀리로 에펠탑이 보였다. 사람도 정말정말 많았다. 반짝이는 작은 에펠탑 모양의 장식품 (아주 조악해 보이는)을 파는 사람들도 아주아주 잔뜩 있었다. 흑인 상인들이 강매식으로 물건을 판매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많이 받았어서 그런 사람만 보면 긴장했는데, 의외로 아주 착하고 사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으면 길도 잘 비켜주고 길을 알려주기도 하길래 놀랐다.
모여있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찍어본 에펠탑 사진. 이렇게 정면으로 만난 건 처음이라 사뭇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에펠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찍어보았다. 어두웠지만 에펠탑 주변은 어딜가나 사람들이 북적여 전혀 위험할 것 같지도 않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예뻐 보인다며 감탄하며 쉴새 없이 찍어댔다.
한참을 머물렀는데 어느새 정각이 되어 (아마도 8시였던 것 같다) 에펠탑이 반짝였다. 주변을 가만히 걷기만 해도 정말이지 낭만적이고 좋아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한시간 정도를 서성인 듯.
이 날은 사실 크리스마스였다. 에펠탑으로 오기 전에 생긴 사건까지를 생각하면 평생 절대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일 것 같다.
세계 여러 주요 도시들에는 다들 그를 상징하는 건물들, 타워들이 있게 마련인데 에펠탑은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이고, 존재만으로 주변을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는 듯.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 비슷한 이유로 세계 여러 주요 도시들은 여행 할 때 한번씩 들러볼 만은 하지만 한 번 가 본 이후에는 굳이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파리는 정말이지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이다. 파리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있었는데 워낙에 짧기도 했고... 이번에는 루브르나 오르세 등 안 가보면 섭섭할 만한 박물관을 가느라 시간을 많이 써버렸지만 다음 번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냥 이곳 저곳을 다니며 파리라는 도시를 느끼는 데에 시간을 사용해 보고 싶다. 어느 곳에 들어가 밥을 먹어도, 어디에서 어떤 와인을 사서 마셔도 어쩜 그렇게 맛이 있는지. 묘하게도 남편은 이런 내 감상에 그리 동의해 주지 않긴 했지만... 파리에는 언젠가 다시 갈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에펠탑 주변을 맴돌다가 이제 더 이상 춥고 배고파 안되겠다 싶어졌을 때, 우리는 와인 한병과 끼니를 해결할 음식을 조금 사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여행 전부터 그렇게나 꿈꿨던 대로, 호텔 방에서 반짝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셨다. 그냥 마트에서 대강 고른 저렴한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어쩜 그렇게 맛이 좋던지.
누가 뭐래도 이 날은 내 생애 가장 로맨틱한 크리스마스였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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