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자 밖으로 나왔다. 조금 더울지라도, 이런 곳에서 어떻게 방안에만 있을 수 있을까! 책이랑 커피를 들고 나와서 쉬려는데 저 멀리 무지개가 보였다. 전날 살짝 비가 왔었는데 아마 그래서 인 듯. 도착하던 날은 비가 살짝 왔는데 다행히 다음날은 화창하였다. 스노클링 장비들은 당연히 무료로 대여해 준다. 다이브킹덤 (DIVE KINGDOM)이라는 곳에 가서 직접 빌려와야 함. 이 때만 해도 스노클링 장비를 쓰면 얼마나 쓰겠어 싶어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후 하와이도 가고 괌도 가고 그곳에서 스노클링을 또 엄청 해대서 차라리 이때 샀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이야 그렇지, 결혼 준비하던 당시에는 스노클링 장비들 살 여력 같은건 아마 없었을지도...
아무튼, 다이브킹덤이 오전 8시부터 오픈한다고 하길래 8시까지 기다렸다가 길을 나섰다. 전날 알리가 버기를 타고 여기저기 구경시켜 줄 때만 해도 너무너무 넓어서 이런 곳을 어떻게 다니나 싶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곳곳에 화살표로 표시가 되어 있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울창한 길의 연속. 낮에는 기분 좋게 걷는데 조금 어두워지고 나면 살짝 무섭기도 하다. 몰디브가 다 그런건지 아야다 리조트가 있는 이 섬만 그런건지 박쥐도 심심찮게 출몰해서 밤엔 공포 분위기 제대로!
어렵찮게 찾아온 다이브킹덤! 조용하길래 뭐지-하며 들어갔더니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스노클링 장비 빌리러 왔다고 하니, 스노클링 장비 대여는 오전 10시 30분 부터라고... 그럼 그런 것도 안내 종이에 적어놔야 할 거 아니야! 성질이 날 뻔도 했지만, 여긴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행복한 몰디브니까 그냥 웃지요-
그냥 밥부터 먹자- 하고 조식을 먹을 수 있는 마구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마구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에 찍은 이 곳은, 화이트하우스라고 불리는 웨딩채플이란다. 결혼식을 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기도 한다. 드레스를 대여해 주고 돈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드레스를 입고 사진 찍는 커플을 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반짝이는 장식같은 걸 해 주는 모양이었다.
이 곳은 아침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마구레스토랑 (MAGU RESTAURANT). 아침과 저녁이 모두 뷔페 형식이다. 그런데 막 먹을게 엄청엄청 많지는 않고 조촐한 정도. 따뜻한 요리들이 10가지 정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준비되고 저 뒤에 직접 조리해 주는 요리도 몇가지 매일 바뀌며 있다. 아침에는 계란으로 하는 요리들, 오믈렛 후라이 스크램블 등을 다 직접 해준다. 꿀이 벌집 채로 달려있어 신기한 마음에 찰칵- 올리브 치즈 등도 종류대로 있었다. 쥬스는 이렇게 두 종류가 있는데 여기 말고도 뒷쪽에 과일을 종류대로 쌓아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원하는 과일을 선택하면 그대로 쥬스로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파인애플이랑 오렌지! 라고 말하면 적당히 섞어 그 자리에서 쥬스를 만들어 주는 식. 당연하게도 이렇게 즉석에서 갈아먹느 쥬스가 훨씬 맛있어서 다음날 부터는 계속 이렇게 만들어 먹었다. 차와 빵 종류. 티백도 있고 저 작은 유리주전자 안에 찻잎을 넣어 우려먹도록 통째로 가져가서 마시기도 하더라. 차에는 그리 애정이 없어 패스-
아야다는 무엇보다 빵 종류가 많은 것 같았는데, 빵 테이블만 세군데 정도? 전체적인 조식 레스토랑의 규모에 비해 빵의 비율이 높은 편. 남편 말로는 빵이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맛있다고 하던데, 빵으로 밥 대신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나는 물론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요런 정도로 두어번 가져다먹고 바로 과일로 직행.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아야다 음식은 정말 맞지 않았다. 아야다- 정말정말 행복한 곳이었지만 음식을 생각하면 그닥...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정도. (물론 다시 몰디브를 찾는다면 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경험을 위해서라도 다른 리조트를 찾긴 하겠지만)
몰디브 리조트를 고를 때 몰디브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없다고, 그 중 조금 나은 곳과 특히 맛이 없는 곳이 있는 거라고들 하는데 아야다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전혀 아니었다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배 고파서 밥을 먹으러 가면서도 밥 먹으러 가는 걸음이 그닥 행복하지 않았던... 사실 처음에 리조트를 선택할 때, 몰디브에 가는데 음식이 그렇게 중요하겠어? 하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게 4박 5일씩이나 있으려니, 중요하긴 한 문제인 듯.
하지만 무엇이든 잘 먹는 우리 남편은 그래도 많이 잘 먹었고 (물론 맛있게 먹진 않았다), 빵이 맛있다고 하는 걸로 봐서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체적으로 평이 좋은게 아닌가 하고 그냥 혼자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아무튼 여기서 음식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었던 걸 아는 남편이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뭘 맛 없게 먹으면
마구 레스토랑 다시 갈래? 마구? 마구?
한동안 이렇게 계속 놀리기까지 했었다.
아침에는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는데 커피는 직원에게 달라고 하면 가져다 준다. 뜨거운 것도 있고 차가운 것도 있다.
마구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서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다. 레스토랑 들어갈 때 입구에서 에어컨 틀어서 시원한 실내에 앉을래, 아님 오션뷰로 앉을래? 이렇게 물어보는데 우리는 너무너무 더웠던 마지막날을 제외하고는 다 외부 자리에 앉았다. 밥 먹고, 바다가 너무 이뻐서 그냥 돌아가지 못하고 사진 찍고 놀았다. 정말 바다가 미쳤다.
하와이에 가서도, 괌에 가서도 바다가 참 이쁘다며 이런 곳이면 몰디브 안가고 올만도 하지 않아? 싶었다가도, 각각 찍은 사진을 보면 몰디브 바다는 그냥 넘사벽- 차원이 다른 정도인 듯. 차원이 다른 몰디브 바다에 발도 한번 담궈보고- 마구 레스토랑 앞에 몇개 있는 해먹에 누워 살랑살랑 바람 맞으며 시간을 좀 보냈다. 그리고, 다이브 킹덤에 다시 들러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빌라로 돌아왔다.
빌라 바깥쪽에 보면 쿠션이랑 구명조끼가 구석에 구겨져 있다. 그래서 장비 빌릴 때 그냥 입에 물고 눈에 쓰는 그것만 빌리면 될 줄 알았는데 빌려주는 직원이 수영 잘하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했더니 그냥 조끼까지 빌려주더라. 물론 이것까지 무료. 장비는 매일매일 빌리고 반납해야 하는 건 아니고, 아야다를 떠나기 전날 오후 5시까지 반납하면 된다. 그런데 마지막날에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스노클링 하고 싶으니까, 마지막 날 출발전에 반납하면 안되냐고 물으니 절대 안된단다. 발끈했는데, 자기네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버틀러랑 의논해서 결정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버틀러 알리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걱정마, 걱정마- 내가 다 해결할게-
하더니 정말 다 해결해 주었다. 마지막 날 출발하기 전에 반납하기로! 혹시 비슷한 문제가 생기거든 그냥 버틀러에게 문의하면 되니 그렇게 해결하시길! 나머지 시간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풀에서 놀다가 다시 몸 말리며 책 읽다가, 그러한 힐링- 힐링의 시간이 전부였다.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몰디브의 바람도 찍어보았다.
日常과 理想의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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