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롱바 (Long Bar)에서 오리지널 싱가폴슬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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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Bar, Singapore



싱가폴의 마지막 밤, 그 마지막 일정은 바로 롱바였다. 당시만 해도 칵테일 만드는 취미가 한창일 때여서 싱가폴슬링이 태어난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꼭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롱바는 래플스 호텔 안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스위소텔스탬포드에서 묵고 있었는데, 그 호텔에서는 걸어서 10분 정도? 그런데 우리는 마지막 밤이 아쉽고 아쉬워서 클락키에서 부터 주욱 걸어 왔었기 때문에 정말 무척 힘들었다. 사실 클락키에서부터 걸어서도 그렇게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서 있거나 걸어다니거나 했던 상황이라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다. 그랬는데도, 어찌나 행복했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이국적인 밤 공기를 들이 마시며 신이 나서 떠들어대며 걷던, 그 순간 순간들이 지금도 손에 잡힐 듯 떠오른다. 만약 내 인생을 영화로 해서 만든다면, 지금 이 순간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거야. 이렇게까지 힘들어 죽겠는데도 이 사람이랑 함께 걷는게 이렇게 행복하다니, 나는 정말 이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 라는 생각들을 했다.







래플스 호텔 자체도 매우 역사가 깊어 구경할만 하다지만, 우리가 찾은 시각은 워낙 늦은 시각이었기에, 투숙객이 있는 호텔을 휘젓고 다니며 구경할 수는 없었고, 얌전히 호텔 옆구리에 나 있는 롱바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작지만 간판이 걸려있어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롱바의 분위기는, 고풍스럽다면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매우 조용했다.


이 곳에서 싱가폴슬링이 처음 만들어졌다. 사실 싱가폴슬링을 평소에 그리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그냥 그 사실만으로 굉장히 신기했다. 천장에는 부채가 매달려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과연 저걸로 땀을 식힐 수 있는 걸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여행책에서 읽었는데, 롱바에서 주는 이 땅콩은 껍질을 까서 먹고는 껍질을 그대로 바닥에 버리면 된단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바닥이 이 지경이다. 처음에는 조금 죄책감이 느껴져서 머뭇거렸지만, 나중에는 나도 자연스레 껍질을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 꽤 재밌었다.


무얼 마실지 고민할 것도 없다. 당연히 오리지널 승가폴슬링이지! 가격은 27싱달이었는데 저기에 세금과 봉사료가 따로 추가되니까 엄청 비싼거다 (1싱달=8~900원). 싱가폴슬링이 유명한 바 답게, 다양한 싱가폴슬링 베리에이션이 있다. 남편은 그 베리에이션 중 오리지널 싱가폴 슬링 아래에 있는 슬링 1887을 마셨다. 당연히 오리지널이 아닌 슬링들이 가격이 조금씩 더 비싸다.


내 오리지날 싱가폴 슬링. 색이 참 이쁜 칵테일인데 가게 내부가 어두워 그런 것 까진 잘 보이지 않았고, 맛은... 그냥 오리지널을 먹어봤으니 만족해야지, 생각할 정도. 사실 모든 칵테일의 클래식 레시피들은 맛이 그리 좋지 않다. 근처 바에서 먹는 칵테일들은 이름은 클래식한 칵테일이라도 대부분 바텐더 나름의, 혹은 다른 유명한 변형이 들어간 레시피들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먹으면 나쁘지 않은 맛인 것 같다. 근데 여기는... 남편이 주문한 다른 종류의 싱가폴슬링이 더 별로였다는 게 함정.


분위기도 좋고 다 좋았는데, 하루동안 힘겨웠던 여정으로 우리가 너무 꾀죄죄한 탓이었던지 너무 심하게 불친절했다. 지금 생각해도 맘 상할 정도였지만, 뭐, 다시 갈 곳 아니니... 그렇지만 칵테일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이 안 가보기도 좀 뭐한 곳이니까... 옛날의 영광으로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사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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